"한글 글자로 나만의 생각을 그려 남과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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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글자로 나만의 생각을 그려 남과 공감해요"
  • 취재기자 이슬기
  • 승인 2016.12.01 16: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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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벽 퍼포먼스' 참여자 중 1인 '글자 작가' 이다하 씨 인터뷰...SNS에선 조회수 200만 스타 / 이슬기 기자
글자 작가 이다하 씨(사진: 이다하 씨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모인 서울 광화문 집회 현장. 종로구 율곡로와 사직로 인근에 세워진 경찰버스 차벽은 화려한 ‘꽃벽’이 됐다. 청와대로 가는 길을 막은 공권력에 시민들이 평화적으로 항의한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의 결과였다. 미술가 이강훈 씨의 기획으로 시작된 이 퍼포먼스의 스티커에 사용된 꽃그림은 페이스북을 통해 작가 26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것.

그중 시민들의 호응을 특히 많이 받은 꽃그림 하나가 있다. ‘꽃’이라는 글자 그 자체로 형상화된 꽃그림, 바로 ‘글자 작가’ 이다하(26) 씨의 작품이다.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이 씨의 작품을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는 단순한 글자에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더해 이미지화하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의미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씨는 “단어에 얽힌 생각을 글자 그 자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다.

사실 이 씨는 디자인과 무관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이다하 씨는 부경대 재학 중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그러던 중 한 잡지사에 그의 작품이 ‘그래픽 아트’라는 분야로 소개됐다. 그 뒤로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계속했지만 군대에 입대하면서 복잡한 작업이 불가능해졌다. 그는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이 씨가 선택한 것이 ‘글자 작업’이었다.

왜 하필 ‘한글' 단어를 작품의 오브제로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에게 가장 익숙하고 나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자였기 때문”이라며 “다른 작업에 비해 생각하는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표현은 간단해서 흥미 있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 제대 후 SNS에 올린 작품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이 씨는 글자 작가로 유명해졌다. 그의 작품은 조회 수 200만을 넘기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뒤로 다양한 전시 활동과 책 출판 등 그는 대학생이지만 동시에 아티스트의 영역에서도 꾸준히 활동했다. 이 씨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한글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국립 한글박물관에서 연 그룹 전시다. 이 씨는 “우리나라의 한글 박물관에서 내 작품을 전시한다는 것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다하 씨는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그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자평한다. 이 씨는 “내 작품은 단어를 보고 떠오르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이라며 “사람들이 좋아해 준다는 것은 그만큼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자 작가 이다하 씨의 작품. 왼쪽이 <후회>, 오른쪽이 <기회>(사진: 이다하 씨 제공).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작품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올까? 이다하 씨는 아이디어를 얻는 복잡한 방법 중에서도 두 가지 과정을 설명했다. 첫 번째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펼친 다음 그것들을 한 가지 단어로 압축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한 단어를 정한 뒤 그 단어에 관련된 생각들을 나열하는 것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중 <후회>는 전자의 방법을, 또 작품 <기회>는 후자의 방법을 이용해 완성됐다.

이다하 씨에게는 종종 자신의 이름으로 작품을 만들어 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 씨는 그럴 때마다 정중히 거절한다. 이름으로 작업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씨는 “내가 하는 작업은 단어에 얽힌 수십 가지의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인데, 그 주체가 사람이 된다면 내가 어떤 한 사람에 대해 가진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내가 이름 작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작품으로 표현할 만큼 알지 못하고, 표현한다 한들 그 사람이 생각하는 자신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디하 씨가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제출한 작품. '꽃'이라는 글자를 이용해 꽃그림을 표현했다(사진: 이다하 씨 제공).

이다하 씨는 최근 뜻 깊은 곳에 자신의 작품을 사용했다. 광화문 시위 현장에 세워진 경찰버스 차벽을 꽃그림으로 채우는 ‘차벽을 꽃벽으로’ 퍼포먼스에 그림을 지원한 것. 이 씨는 “작업 당시 꽃처럼 생긴 글자 ‘꽃’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꽃잎 사진을 펼쳐놓고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가지는 장점은 큰 재해나 사회적 이슈가 생겼을 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가 결부된 작품을 만들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그의 입장이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메시지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작품이 어떤 메시지를 가질 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가 개개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좋은 일이지만 받아들이는 대중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다하 씨는 SNS에서의 작품 활동과 프리랜서 디자이너 일, 그리고 취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구직 활동하는 상황에서도 이 씨는 작업을 손에서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작품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작품 활동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최근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작업에 소홀해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런 때마다 마음을 다잡곤 한다”며 “직장을 구하더라도 작품 활동은 계속해서 해나갈 생각이며, 할 수 있을 때까지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다하 씨의 작품은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글자 작가 다하’에서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아티스트의 길을 꾸준히 걸어갈 그의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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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 2017-01-29 22:55:48
알파벳들로 가득찬 간판, 알파벳로고가 박힌 티셔츠나 소품들이 많은데 한글과 그림의 조합으로 디자인이 된 간판, 소품들이 많아지면 좋겠네요! 예쁩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 응원할게요!

별B612호 2016-12-11 23:28:43
꽃이라는 한글이 진짜 꽃처럼 아름답네요~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 나갈때마다 경찰차벽이 꽃벽으로 꾸며지는걸 보며 누구의 작품일까? 궁금했는데..
작품활동 꽃길만 걷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