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도 있는 척, 요즘 SNS엔 '있어빌리티'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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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있는 척, 요즘 SNS엔 '있어빌리티' 유행
  • 취재기자 손아주
  • 승인 2016.10.19 16: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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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점심 먹고는 값비싼 주스 시켜 사진 올려..."지나치면 이미지 허상 빠진다" 우려도 / 손아주 기자

직장인 이지현(26, 부산시 연제구) 씨의 방에는 언제 세탁했는지 모를 옷이 굴러다니고, 휴지와 맥주 캔이 방바닥에 이리저리 굴러다닌다. 커튼을 젖히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식탁에는 소시지, 계란 프라이, 제철 과일이 담긴 예쁜 접시가 놓여 있고, 그 옆에는 레몬에이드가 있다. 방이 더러운 것은 쏙 빼고 식탁에 올려 있는 음식을 최대한 맛있고 멋있어 보이게 카메라의 렌즈에 담아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린다. 

이처럼 자신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뭔가 멋있어 보이는 장면을 담아 SNS 등에 올리는 젊은이들의 풍속도를 꼬집는 ‘있어빌리티’라는 신조어가 최근 유행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있어빌리티’ 현상을 잘 보여주는 SNS 사진(사진: 이지현 씨 인스타그램 캡처)

‘있어빌리티’란 ‘있어’와 능력을 뜻하는 ‘어빌리티(ability)’의 합성어로 자신을 '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한마디로 있어 보이는 척하는 것.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면서 자신의 일상을 과시하는 ‘있어빌리티’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 홍모(23, 부산시 금정구) 씨는 강의가 끝나고, 학교식당에서 2,800원 짜리 밥을 사 먹었다. 그 이후 친구들과 함께 카페에 들러 6,800원 짜리 자몽에이드를 마시고, 인스타그램에는 자몽에이드 사진만 올린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려고 인증샷 찍는 맛에 비싼 것을 먹는다. 내 돈 주고 먹는데 있어 보이는 척 좀 하면 안되냐”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부산 전포동 카페 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모(32, 부산시 진구) 씨는 손님 중에 SNS에 올릴 사진이니까 조금 더 맛있어 보이게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많다며 “요즘은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맛있고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방송에서도 ‘있어빌리티’ 현상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가수 정준영 씨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유명한 파워블로거다. 그러나 최근에 방영된 TVN <집밥 백 선생 2>에서 그의 요리 실력이 탄로 났다. 달걀을 식재료로 요리하라는 미션을 받은 그는 방송 내내 어설프게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요리는 맛이 없다는 판정(?)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휴대폰 보정 앱을 이용해 맛있어 보이게 보정한 후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도 자신이 만든 요리 사진을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맛 없어 보이는 음식을 보정해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 가수 정준영 씨(사진 : TVN <집밥백선생2> 캡쳐)

부산시 진구 소재 정신과 원장 김모(39) 씨는 "SNS에서 있어빌리티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손쉽게 자신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그에 따라 자존감이 올라가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지나치게 허상에 집착해선 곤란하다. 심한 경우 망상증이라는 병이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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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기 2016-11-04 02:14:34
스마트폰으로 인해 어느새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버린 sns.
하지만 생각보다 부작용도 크네요. 있어빌리티 라는 단어가 생겨날정도라니.

다다 2016-11-03 02:10:06
에스엔에스만 보다보면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
다들 느낄거에요

땅콩 2016-11-02 14:18:46
이거 저도 찔리는기사에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