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에서 졌다고 선수에게 화풀이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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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에서 졌다고 선수에게 화풀이 해서야...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8.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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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단 부진에 SNS에 도 넘은 악성 댓글 넘쳐...따뜻이 격려하는 시민의식 아쉽다 / 최은진 기자

한국 시각으로 지난 16일 오후 10시에 브라질 마라카낭지뉴에서 리우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경기가 펼쳐졌다. 이 경기는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지만, 한국은 네덜란드에 세트 스코어 3대 1로 패해 4강 진출이 무산됐다.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낸 이 경기는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전부 다 끌어내지 못해 더욱 아쉬움을 샀다.

그중 총 23번의 실책을 범해 부진한 플레이를 보인 박정아 선수에게 비난의 댓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사진에 달린 악성 댓글로 인해 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려야만 했다. 그의 SNS에 달린 댓글들은 대부분 “태극마크를 반납해라,” “네가 국가대표냐”라는 등의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여자 배구팀이 8강전에서 탈락한 후 부진했던 박정아 선수에게 쏟아진 비난 댓글들. 박 선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악성 댓글이 쏟아지자 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경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일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다. 17일 현재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로 1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13개를 획득해 5위를 달성했던 4년 전 런던 올림픽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양궁 종목에서만 전종목 석권이란 목표를 달성했을 뿐 많은 종목에서 기대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큰 기대를 모았던 남자 축구, 여자 배구, 여자 핸드볼 등 단체종목이 조별 예선이나 8강 고지를 넘지 못하고 탈락하자 국민들의 실망도 크다.

이같은 실망이 특정 종목의 일부 선수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이나 SNS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비난이 지나치다는 자성도 일고 있다. 단체 종목의 부진이 특정 선수만의 잘못은 아닌데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쏟아붓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선전한 선수에겐 칭찬하고 부진한 선수에겐 격려를 해 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월 14일 오전 7시에 진행된 남자 축구 8강 경기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온두라스에 1대 0으로 패했다. 매너 없는 '침대 축구'를 한 온두라스 선수들은 우리 국민의 분노를 샀고, 그 선수들의 인스타그램에 욕설이 난무하는 상황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내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의 화살은 다시 우리 국가대표팀에게로 향했다. 특히 이날 경기에 출전했던 손흥민 선수는 4년 전 런던 올림픽, 2년 전의 아시안게임에 불참해 군 복무 면제 기회를 놓친 적이 있다. 경기가 끝난 뒤, 네티즌 사이에서 "손흥민은 군대나 가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손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붙잡혀 울고 있는 사진을 군에 연행되어 가는 사진으로 패러디하기까지 했다.

국가대표팀은 경기에서 실책을 범하거나 경기 결과가 부진하면 그에 대한 부담이 따른다.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기대를 했던 만큼 결과가 따라오지 않았을 때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의 글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을 모독하는 등의 악성 댓글은 처벌 대상이 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따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받게 돼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에 따라 악성 댓글 작성자가 처벌될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리우올림픽을 시청한 김모(22,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씨는 선수들이 욕을 먹는 상황이 굉장히 안타까웠고, 선수들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한 번 더 자신에 대한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댓글을 달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이모(22) 씨도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안타깝긴 하겠지만, 패배한 선수 역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만큼 지나친 비난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배에 대해 슬퍼할 사람은 그 누구보다 선수 자신일 것이다. 다음에 더 나은 모습을 보이도록 격려하는 것이 성숙한 자세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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