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유목으로 마니아층 저격하는 국내 최고 '아쿠아 스케이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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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유목으로 마니아층 저격하는 국내 최고 '아쿠아 스케이퍼'를 만나다
  • 취재기자 황지환
  • 승인 2023.10.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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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씨가 운영하는 부산진구 갤러리 ‘Directing Aqua Yuto'
일반엔 생소한 직업... "앞으로 성형유목 제작에 집중할 것"

부산시 진구 국립국악원 맞은편 골목, 주변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곳이 하나 있다. 순백색 외벽에 허름한 간판, 안으로 펼쳐진 고즈넉한 인테리어가 그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유목(流木)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D.A.Y의 입구 메인 수조의 모습이다. 마치 말레이시아의 어느 숲속을 연상케 한다(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D.A.Y의 입구 메인 수조의 모습이다. 마치 말레이시아의 어느 숲속을 연상케 한다(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이국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밴 이곳은 국내 최고의 아쿠아 스케이퍼로 손꼽히는 안창호(49, 부산시 진구) 씨가 운영하는 갤러리 ‘Directing Aqua Yuto’다. 아쿠아 스케이프란 aqua(물)+scape(풍경)의 합성어로 유목, 돌, 수초 등을 이용해 어항 속에 자연 속 풍경을 담아내는 것을 이른다. 그중에서도 안창호 씨의 작품은 그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인기 프로 아쿠아 스케이퍼다.

D.A.Y의 대표 안창호 씨가 성형유목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D.A.Y의 대표 안창호 씨가 성형유목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안 씨는 “D.A.Y를 찾는 주 연령층이 20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테라리움을 꾸미려고 테라리움 재료를 사러오는 경우가 제법 있다”며 “대부분은 테라리움 제작 의뢰를 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또 손님이 원하는 경우 1:1 테라리움 1일 강좌를 열어 테라리움을 그 자리에서 같이 만드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D.A.Y는 여느 수족관과 비슷하게 희귀 열대어, 수초 등을 취급해왔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아쿠아스케이프 특성상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탓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족관 분야는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고 시장의 판이 바뀌었다.

D.A.Y 내부에 진열된 성형유목들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D.A.Y 내부에 진열된 성형유목들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황지환).

안창호 씨는 “올해 초만 해도 D.A.Y의 생물, 용품과 아쿠아스케이프 작품 비율이 5:5였다”고 했다. 안 씨는 “그러나 앞으로의 이쪽 시장을 봤을 때 단순히 열대어, 용품 등 도매로 가져와 판매하는 것은 그리 전망이 밝지 않다”면서 “오히려 마니아틱한, 소수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매장으로 꾸려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씨는 또 “앞으로 생물과 용품의 수를 대폭 줄이고 성형유목 제작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성형유목이란 유목을 붙이고 깎아 원하는 자연의 형상과 절경 등을 표현하는 것을 이른다.

국내에서 아쿠아스케이퍼는 아직 생소한 직업이다. 프로로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보다 일이 있을 때마다 프리랜서 형식으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안창호 씨는 “스케이핑 작업 의뢰가 들어올 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고 했다. 안 씨는 “하루 종일 본드 냄새를 맡아가며 유목과 돌을 조합하고 원하는 구도를 실현하기 위해 땀 흘리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은 고통보다 훨 씬 크다”고 했다.

안 씨는 최근 아쿠아스케이퍼 활동뿐 아니라 포항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며 프로 아쿠아스케이퍼가 되려는 이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얼마 전에는 고등학교 교과서 ‘아쿠아스케이프’(2022)의 공동 집필진으로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기도 했다. 안 씨는 "내가 처음 시작할 때는 정보가 없어 책이나 여러 매체 등을 통해 공부했지만, 지금은 유튜브, 인터넷 등에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아쿠아스케이프 자료 등을 공부할 수 있다"면서 "프로 아쿠아 스케이퍼가 되려는 이들을 위해 밝은 등불이 되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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