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전기수요 늘어도 '개문 냉방'에 팔짱 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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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으로 전기수요 늘어도 '개문 냉방'에 팔짱 낀 정부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8.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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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예비율 문제 없다"며 단속 지침 보내지 않아 지자체도 손 놓아 / 최은진 기자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너지 사용량도 폭주하고 있지만, 도심 상가에선 찬바람이 흘러나오고 있다. 에어컨을 켠 채 출입문을 열어 놓고 영업하고 있는 상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점들이 문을 열어 놓은 상태로 영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까지 서슬 퍼렀던 정부의 단속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점들의 이같은 행위는 전력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냉난방을 틀어놓은 채 장사하는 가게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일명 ‘개문냉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게들이 개문냉방을 하는 것은 작년보다 단속이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냉난방한 채 문을 열고 영업하다 적발되면 고액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개문 상태의 냉난방 영업 제한 조치를 현재는 시행하지 않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냉난방을 틀어놓은 채 문을 열어 놓고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들이 부산시 곳곳에서 많이 보인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대학생 최해민(22, 부산시 금정구 회동동) 씨는 대학가를 걸어가다 작년과 다른 느낌을 받았다. 최 씨는 작년에는 냉방 단속이 심해 가게들이 출입문을 쉽게 열어 놓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대학가 가게 대부분이 문을 열어놓고 영업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제7조 및 동법 시행령 13, 14조에 따르면, 전력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사전예고를 거쳐 위반업소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즉, 문 열고 냉난방하다 적발되면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 1회 적발 시 50만 원, 2회는 100만 원, 3회는 200만 원, 4회 이상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과태료도 부과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15일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올해 여름 최대 소비전력이 여름철로는 사상 처음으로 8,000만kW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이상 기온, 대형발전소 불시 정지, 송전선로 이상 등 만일의 사태에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력 소비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여름철 최대전력 소비량이 7월 25일 8,000만kW를 사상 처음 돌파한 데 이어 계속 전력 소비가 늘고 있다. 

이처럼 전력소비가 늘어나는 데도 정부가 '개문 냉방'을 적극 단속하지 않고 있는 것은 출입구를 닫아 놓으면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상인들의 불만이 큰 데다 아직까지는 전력 예비율이 두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부는 올 여름 에너지 예비율을 주의·경보 단계인 2~3%를 훨씬 웃도는 12.7%로 예상, 각 지자체에 단속보다는 홍보와 계도 위주의 활동 지침을 내렸다. 앞으로 에너지 예비율이 한 자리수로 떨어진다고 해도 예비 발전소 가동 등 에너지 수급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의견이다.

하지만 전력 소비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상점들의 '개문 냉방'을 무작정 허용하면 쓸 데 없는 에너지 낭비가 커질 것이란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같은 무분별한 에어컨 사용이 결과적으로 도심의 열섬화를 가속해 또 다른 전력 수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 

한국에너지공단의 관계자는 건물 크기와 가게가 열려 있는 면적, 실내 온도와 실외 온도에 따라서 에너지 손실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률적으로 따지기는 어렵지만, 문을 열고 냉방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전기료가 3, 4배 정도 늘어난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부산시 에너지 산업과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력 수급이 원활해짐에 따라 정부는 지난 겨울부터 문 열고 냉난방하는 것에 제한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에너지 사용 제한 공고가 내려와야 단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에서 공고가 내려오지 않으면 법적인 근거 없이 민간업소의 전력 소비를 단속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시에서도 지금은 단속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과태료를 부과하지는 않더라도 대표적인 에너지 낭비사례인 '문 열고 냉난방 영업'이 자제될 수 있도록 계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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