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가 초록빛 인조잔디로 물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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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가 초록빛 인조잔디로 물들고 있다
  • 조나리
  • 승인 2013.01.1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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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윤상은 학생이 다니는 남천초등학교가 이번 단기방학을 맞아 인조 잔디를 깔게 되었다. 윤상은 학생은 “인조잔디가 깔린 다른 학교 학생들이 부러웠는데 우리학교도 잔디가 깔리게 돼서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요즘 들어 인조잔디를 까는 초등학교가 부쩍 늘었다. 초등학교에 인조잔디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은 1년에 100~ 130개의 학교에 인조잔디 조성 기금을 전액 지원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의하면 인조잔디 조성비는 스포츠경기 결과를 예측하여 그에 따라 적중금을 받는 스포츠 사업인 스포츠 토토의 수익금에 의해 운영된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작년까지 688개의 교육 기관에 인조잔디 조성사업이 추진됐으며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조 잔디 시공 전문 업체인 (주)필립 코리아의 한 직원은 최근 초등학교에 인조잔디 시공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예전보다 인조잔디를 시공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죠. 소비자의 수요가 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급 측도 늘어난 게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직원 유제연 씨는 한 학교에 인조잔디 시공하는데 드는 비용이 3~6억 정도라고 밝혔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잔디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해당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물론 인근 주민의 건강과 체육진흥을 위해서라고 유 씨는 전했다. 그는 “학생들이 체육이나 쉬는 시간에 운동장을 많이 쓰는데 잔디를 깔면 다칠 염려도 적고 비가 오고 눈이 와도 다음날 바로 쓸 수 있어서 참 유용해요. 그리고 인근 주민들의 생활 체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이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대연초등학교 6학년 이예담(13) 학생에게 작년에 학교에 깔린 인조잔디는 하나의 자랑거리이다. 그는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인조 잔디를 자랑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예담 학생은 “칙칙한 색의 땅이었는데 인조잔디를 깔고 운동장이 초록색 잔디로 바뀌니깐 눈이 재밌어요”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를 다니는 박유진(13) 학생은 잔디가 깔렸다고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자랑은 하지 않지만 인조잔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박유진 학생은 “예전 운동장에서는 넘어지면 피가 났는데 지금은 넘어져도 피도 안 나고 많이 안 아파요”라고 말했다.

경남공업고등학교 축구선수 윤고원(19) 씨는 일반 운동장, 인조잔디, 천연잔디 등 여러 가지 환경에서 축구를 해본 경험이 많다고 한다. 그는 축구에서는 격렬한 몸싸움을 하기 때문에 넘어지면 심하게 다치는 반면 잔디에서 넘어지면 덜 다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잔디 운동장과 비교해 일반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면 울퉁불퉁한 땅 때문에 발이 많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학생들과 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인조잔디도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조잔디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은 인조잔디를 지탱해주고 천연잔디와 같이 푹신하게 해주기 위해 정기적으로 인조잔디에 뿌리는 고무분말에 있다.

동성초등학교 6학년 권주열 학생은 여름에 검은 고무분말이 태양에 열을 많이 받아 운동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고 말했다. 권주열 학생은 “운동화를 신으면 괜찮지만 실내화를 신거나 맨발로 운동을 하러 가면 발이 뜨거워서 화상을 입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또 대연초등학교 박유진 학생은 “운동장에 앉아있으면 옷에 자꾸만 고무가 달라붙어서 신경이 쓰여요. 특히 신발에 고무가 들어와서 짜증이 나요”라고 말했다.

SBS는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부가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설치한 전국 176개 초·중·고의 안전성을 조사결과 43개 학교의 인조잔디 고무분말에서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는 고무분말 제조과정에서 공업용 잡고무, 중국산 저가제품 등이 섞여 사용된 것이 기준치 초과의 원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인조잔디의 문제점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 체육진흥공단은 천연 잔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가 간편한 인조잔디를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체육진흥공단은 인조잔디가 천연잔디와 비교하여 질적으로 많은 차이가 나지 않고 가격이 저렴해 매우 실용적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 골프장 잔디 전공 이재필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인조잔디 조성이 늘고 있는 만큼 인조잔디를 세우는 역할을 하는 고무분말을 대체할 만한 천연 재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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