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꿈나무'가 직접 제작하고 함께 토론한 소통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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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꿈나무'가 직접 제작하고 함께 토론한 소통의 자리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6.07.2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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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폐막한 제1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모저모 / 이원영 기자

제1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가 지난 24일 막을 내렸다. 폐막 하루 전인 23일 주말, 부산 센텀시티 일대에서 영화제를 찾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축제가 한창이었다. 이날 영화 <동주> 상영 이후 이준익 감독과 관객들의 대화 모임인 '공감토크: 문'이 열렸다. 영화제 현장을 스케치하고 올해 수상작을 살펴본다.

23일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서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대행사 '청소년 영화인 토크'에 참여한 학생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청소년 영화인 토크

23일 오전 10시, 청소년 비키즈(집행위원)와 올해 ‘레디~액션! 18’ 부문 본선 진출팀이 참여한 ‘청소년 영화인 토크’가 부산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열렸다. 청소년 비키즈 8명과 본선 진출팀 13명이 함께했다. 이 자리의 주인공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고등학교 2~3학년 학생들. 대부분 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활동하거나 영화를 전공하며 영화 연출, 각본, 음향, 촬영, 편집 등을 맡아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영화 꿈나무들이었다.

주제도 따로 정해지지 않은 자유 토크 시간. 초반 어색했던 분위기도 잠시 학생들은 자기 소개를 시작하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자신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진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한 학생이 부모님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털어 놓으며 눈물을 보이자,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이에 공감하며 격려해 주기도 했다. 

학생들이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모았던 자금은 최저 10만 원에서 최고 500~600만 원 사이로 꽤 큰 폭의 차이가 있었다. 음향, 조명 장비와 촬영, 편집까지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가 오갔다. “영화를 찍다가 연출과 조연출 사이에 갈등이 많았다,“ ”학교 선생님이 개입해서 뭔가 바꾸려고 할 때면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맞섰다,“ ”제작비가 부족해서 휴대폰 플래시로 조명을 대신하기도 했다“ 등 영화 제작 현장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23일 부산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부대행사 '청소년 영화인 토크'에서 고등학생들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어린이 영화인의 밤

한편, 이날 어린이들의 축제인 ‘어린이 영화인의 밤’ 행사가 오후 4~6시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2층 공개홀에서 열렸다. 부산의 구포, 금성, 덕성, 동주, 분포초등학교의 영화 동아리 어린이들과 전포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어린이 집행위원 비키즈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른바 ‘육 동네’라고 불리는 여섯 학교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다함께 모여 보는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조를 구성해 간단한 게임을 펼쳤다. 처음 만난 자리, 친해지기 위한 몇가지 활동이었다. 손을 잡고 다양한 원을 만드는 놀이 다음으로 바닥에 둘러 앉아 ‘이중에 누가 감독, 주인공, 촬영, 편집을 했을까’를 지목하는 게임을 했다. 가장 많이 지목 받은 친구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친구를 선택한 아이들이 차례대로 일어나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말했다. “안경을 끼고 있어서 편집을 잘할 것 같다,” “옆집 아줌마 같아서 감독 같다,” “감독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주인공처럼 생겼다,” “똑똑해 보여서 편집을 맡았을  것 같다” 등 솔직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이어서 각 동아리가 만든 영화를 함께 보는 상영회가 시작됐다. 동주초 영화 동아리가 만든 <어린이에게 모범을 보여 주세요>에서는 도로에 울려 퍼지는 자동차 클락션 소리, 거리에 버려진 일회용 컵, 질서를 지키지 않고 새치기하는 사람 등 부끄러운 어른들의 모습을 꼬집었다. 분포초 영화 동아리의 <학원을 빠지는 방법>에는 가짜 가정 통신문 쓰기, 학업 휴업 문자 보내기, 학원 문 잠그고 폐쇄시키기, 선생님에게 못생긴 남자를 소개시키기, 조폭을 고용해 학원 문 닫으라고 협박하기 등 학원에 가기 싫은 아이들의 발칙한 상상이 그려 졌다. 결국 학원으로 돌아간 아이의 “슬픈 내 인생”이라는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끝났다.

23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대행사 '어린이 영화인의 밤' 현장(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23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대행사 '어린이 영화인의 밤'에서 초등학교 영화 동아리, 비키즈 어린이가 손을 잡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23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대행사 '어린이 영화인의 밤'에서 초등학교 영화 동아리, 비키즈 어린이가 모여 놀이를 즐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또, 이날 오전에 진행된 '시네마 스포츠'에서 조별로 센텀시티 일대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촬영한 1분 영화, BIKY 광고, 뉴스, 뮤직비디오, 타임랩스 기법 영상을 함께 보는 자리였다. 상영이 시작되자 하루 안에 촬영과 편집을 끝마치고 영화를 처음 보게 되는 아이들의 기대와 탄식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편집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고, 음향 문제로 영상을 쓰지 못해 완성작을 상영하지 못한 2팀을 제외한 8팀의 영상물이 스크린에 올랐다.

뉴스에서는 어설프지만 아나운서, 기자로 변신해 영화제 소식을 전하고, 영화에서는 어색한 연기를 선보이며 친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신나는 뮤직비디오가 나왔을 때는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센텀시티 일대를 돌아다니며 같은 동작의 춤을 반복하는 게 전부였지만, 유쾌한 춤으로 보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불이 켜지고 음악과 함께 뮤직비디오의 주인공들이 무대로 나와 춤을 추자, 관객석에 있던 아이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한 두번 놀아 본 솜씨가 아니었다. 각 조마다 작품 상영이 끝나면 조원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작품의 장르와 기획 의도, 촬영 당시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23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대행사 '어린이 영화인의 밤'에서 무대와 관객석의 모든 어린이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23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부대행사 '어린이 영화인의 밤'에서 어린이들이 춤을 추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공감 토크: 문', 영화 <동주>

같은 날 오후 1시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는 영화 <동주>가 상영됐다. 영화가 끝나고 1시간 가량 진행된 '공감토크: 문'에서는 관객들이 오동진 영화 평론가와 함께 이준익 감독에게 질문을 쏟아냈다. 이준익 감독은 어린이·청소년 관객들의 수준 높은 질문에 놀라워 했고,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공감토크 : 문'에서 영화 <동주> 이준익 감독, 오동진 영화 평론가가 관객들을 만났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한 고등학생의 “영화 속 윤동주 시인의 시는 장면마다 어떤 의도로 배치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감독은 “<자화상>처럼 작품의 실제 연도와 달리 윤동주와 송몽규의 관계적 의미를 더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뒷 부분에 넣는 등 이야기의 흐름에 맞게 배열했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영화 속 동주와 몽규의 관계는 서로의 내면과 외면을 보완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동주는 몽규의 내면을, 몽규는 동주의 내면을 서로 보완하고 있다는 것. 이 감독은 “윤동주의 <자화상>이 나오는 장면에서 동시대를 살아간 두 인물의 '마음은 변하나, 뜻은 같다'는 동지 의식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감독님은 동주를 알고 있었냐?” “이 영화는 왜 만들었냐?”는 어린이들의 질문에 이 감독은 “윤동주 시인을 몰랐지만, 그를 더 알고 싶어서 영화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닿은 곳이 윤동주 시인이었다. 나를 아는 방법은 나의 부모님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것이고, 내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답은 역사에 있다”고 했다. 또, “관객 중 윤동주 시인은 알지만 송몽규 선생을 몰랐던 이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는 왜 그를 기억하지 못했는가 고민해야 한다. 올바른 사회는 개인의 역사가 존중 받는 사회”라고 덧붙였다.

한 대학생이 영화 <동주>의 행보로 상업 영화를 어느 정도 내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감독은 “모두가 상업만을 추구하면 패배자만 넘쳐 나게 된다. 이는 승자가 독식하는 자본주의의 폭력성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이 커서 콘텐츠 생산자가 됐을 때 어디에 가치를 두고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동진 영화 평론가는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안중근 의사를 모른다고 비난을 받았다. 안중근 의사를 모른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가 자랄 때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여주고 알려 주지 못한 어른들에게 그 잘못이 있다. 오늘 이 자리에 제자들을 데려 온 초등학교 선생님이 훌륭하다”며 박수를 보냈다.

23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공감토크 : 문'의 현장. 관객들이 영화 <동주>의 이준익 감독에게 질문하기 위해 손을 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올해 BIKY 경쟁작 부문인 ‘레디~액션! 12’에는 20작품과 ‘레디~액션! 18’에는 10작품이 본선에 진출해 영화제 기간 상영됐다. 작품을 본 관객들이 결정하는 관객인기상을 제외한 수상작은 지난해 ‘레디~액션!’ 부문 수상자인 어린이·청소년 심사위원과 어린이·청소년 집행위원 비키즈, 해외 영화제 수상자들의 심사를 통해 결정됐다. 총 16개 부문 시상이 있었다.

'레디~액션! 12' 부문 관객인기상은 영화 <아름다움의 기준>을 만든 부산 동주초등학교 영화 동아리 ‘연결고리의 기적’에게 돌아갔다. 부산 재송초등학교 영화 제작반 ‘칸느야 기다려!’의 <자매전쟁>이 이야기 상을 수여했다. 마법의 필름 상은 부산 칠암초등학교 해누리 영화캠프의 <차별>, 마음의 별빛 상은 포항 항구초등학교 영화동아리의 <할머니의 눈물>이 받았다.

'레디~액션! 18' 부문에서는 관객인기상, 마음의 별빛 상에 경기예술고등학교 이세형 군의 <격검의 소녀여 학교를 구하라>가, 맑은 바람 상에 서울영상고등학교 박민지 양의 <행복한 우리집>이, 넓은 바다 상에 한국애니메이션고등학교 조한나 양의 <보름>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4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폐막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경쟁 부문인 '레디~액션!' 부문 수상자들의 모습(사진: BIKY 홈페이지).

영화제에 대한 아쉬움

영화제를 위해 4월부터 활동해 온 비키즈. 활동 소감과 함께 영화제에 대한 아쉬움을 들어 봤다. 부산동래여자고등학교 2학년 정다은(18) 양은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꿈이다. 올해 영화제에서 비키즈로 활동한 정 양은 “고등학생이 만든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 BIKY는 영화라는 공통 분모로 모인 친구들을 만나며 영화, 그리고 진로와 입시에 대한 고민 등을 나눌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경쟁 부문 심사가 아쉽다고 했다. 경쟁하지 않아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이티(E.T.)>를 보고 영화 감독을 꿈꿔온 부산영상예술고등학교 3학년 홍해원(18) 군도 올해 비키즈의 한 사람. 홍 군은 “무엇보다 영화인이라는 같은 꿈을 걸어가는 또래들이 만든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충분한 자극이 됐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예술에 참여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BIKY에서 영화를 전공하지 않는 다른 친구들도 많이 와서 또래의 생각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공감하고 갔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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