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몰에는 ‘10대' 사장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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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에는 ‘10대' 사장님이 있다
  • 나은지
  • 승인 2013.01.16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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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장님'이라고 하면, 우리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게 세고 나이가 지긋한 분 또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어려운 사람 등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요즘, 10대인 중,고등학생들이 인터넷 쇼핑몰의 대표가 되는 ‘어린' 사장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일, 쇼핑몰 솔루션 업체 ‘카페24'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 등록된 쇼핑몰은 24만개이고, 이 중 운영자가 10대인 쇼핑몰이 6.3%가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만큼 이제 어린 사장님들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올해 16세인 임지영 양은 인터넷 쇼핑몰 ‘슈가셀'의 대표이사이다. 슈가셀에서 파는 것은 임 양 또래가 입을 수 있는 속옷이다. 소녀 취향에 맞는 속옷을 사기 힘든 데서 착안해 시작한 사업이다.

아동복 디자이너로 일했던 임 양의 어머니 홍은경(42) 씨는 “며칠을 고민했지만 좋은 아이디어였고, 지영이가 의욕적으로 해보겠다고 하니 한번 시험 삼아 해볼 만하다는 결론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또한 임 양보다 더 어린 사장님도 있다. 마술용품 쇼핑몰인 ‘매직고' 이정훈(15) 대표는 1700여가지 마술용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매직고 사이트의 현재까지 누적 방문자 수는 무려 200만명에 육박한다.

3년 넘게 작지 않은 규모의 회사를 이끌어왔지만, 이 군은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과외도 하고 학교 공부도 한다. 그는 그 동안 학교 성적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중학교 3학년이 된 만큼 앞으로는 공부를 열심히 할 작정이라며, 학업 때문에 당분간은 마술을 취미로만 즐길 생각이지만, 나중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마술사로 인정받고 싶다는 꿈을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매직고'에서 직접 마술용품을 구입한 적이 있는 중학생 나병민(15) 군은 “엄마, 아빠는 매일 공부만 하라고 하시지만, 솔직히 저도 능력만 된다면 저 친구처럼 돈을 많이 벌고 싶어요. 사장님이란거 멋있잖아요”라고 말했다. 반면,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10대들이 초기 사업비가 비교적 적게 든다는 장점에 힘입어 활발하게 인터넷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최근 억대 매출을 기록한 몇몇 10대 사장님들의 신화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본 청소년들이 무분별한 창업으로 학업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 때, 패션 쇼핑몰을 준비했었던 백운경(18) 양은 섣불리 창업을 해보려다가 결국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백 양은 막상 사업을 해보니 물건 구입에서부터 홍보, 판매까지 신경 쓸 일도 많고 공부와 병행하기엔 벅찬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또 주변에 쇼핑몰을 차려서 잘 되면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친구들도 많은데 쉽게 뛰어들 일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백 양의 어머니 차다희(48) 씨는 “아유 그러니까 처음부터 잠자코 공부나 하라고 했더니 결국 이렇게 사고를 치네요. 사업은 뭐 아무나 하나요. 좋은 경험 했다고 쳐야죠”라고 말하며, 청소년들이 이러한 일을 많이 당하지 않도록 경제관념에 대한 교육이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부산관광고 인터넷 쇼핑몰 관리 교사 임영진(31) 씨는 인터넷 판매도 일종의 사업이라며, 초창기보다 업체가 급속히 늘어나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인 만큼 아이템 선정도 중요하고, 어린 학생들이 극소수의 성공담에 현혹돼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 경우 낭패를 보기 쉽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10대들의 창업 열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지도하거나 상담해 줄 만한 전문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지금의 현실적인 문제이다. 대표적 청소년 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인 중소기업청 ‘비즈쿨'의 위원장은 현재 주요사업이 개개인에 대한 지원, 상담보다는 창업 시범학교를 지정해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청소년의 기업가적 자질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많은 학교들과 협력하여 노력하겠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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