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얻은 4급장애, 불심으로 극복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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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얻은 4급장애, 불심으로 극복해내고...
  • 취재기자 안정호
  • 승인 2016.05.26 13: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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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선재나눔' 이사장 효운 스님, "20대 때 걸음마 다시 시작...지금은 마라토너됐죠"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한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커다란 불상이었다. 요새 도심에 불교 사찰이 많다더니 이곳이 그런 곳인가 했지만, 그 곳에서는 일반 절에서 나는 향냄새와는 달리 달콤한 커피 향이 났다. 스님 한 분이 커피잔을 놓고 손님을 맞는다.

이곳은 암 환자를 비롯해 소외계층 후원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선재선재나눔’ 이사장 효운(曉雲)스님의 사무실. 효운 스님은 기자 손님과 차 한 잔을 나누며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8남매 중 막내로 부산에서 태어난 그의 원래 꿈은 정치가였다. 그는 1970년대 명문대를 다니면서 ROTC 16기로 장교로 복무까지 했던 건강하고 야망 찬 청년이었다. 정치를 하려면 우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바로 취직했다. 그리고 1970년 개발 연대의 모든 회사원들처럼 그도 밤낮없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불의의 교통사고는 그의 인생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렸다. 퇴근길에 그만 차에 치이고 말았던 것. 그는 좌골 신경 마비로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장애 4급 진단을 받았다. 죽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의사는 말했지만, 그에게 망가진 몸은 죽음과 다름없었다. 처음에는 수술만 하면 몸이 원 상태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2년 동안 재활 치료를 했는데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2년간 수술과 재활 치료를 하는 동안, 그는 가족을 빼놓고는 모든 것을 잃었다. 직장도 잃었고, 직장 동료들과 친구들도 다 그의 곁을 떠났다. 당연히 정치가의 꿈도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오로지 몸이라도 제대로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희망 하나뿐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몸을 움직여 봐야겠다”는 일념으로 그는 그때부터 걷기 위한 재활 치료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는 무턱대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면 조금이라도 몸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100m를 걸으려고 이를 악물어야 했다. 오른 발을 내딛고 움직이지 않는 왼발은 두 손으로 들어 앞으로 옮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였다. 스님은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걸으려고 노력했던) 그 고통을 모른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일주일 뒤에는 200m를 걷게 됐고, 그 다음 주일에는 300m를 도전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그 때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날마다 걷는 길이를 늘려가다보니 어느새 나는 1km를 넘어 2km를 절뚝거리며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통은 그것 뿐이 아니었다. 운동이 너무 힘들고 진척이 없던 어느날, 그는 감당 못할 정도로 많은 치료비, 걷지 못한다는 절망감, 그리고 친구들이 모두 떠난 고립감에 젖어 죽을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구도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고 인생의 궁지에 몰렸다는 느낌 뿐이었다. 절망감에 빠진 그는 죽으려고 결심하고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약병을 사들고 산에 올라갔다

죽을 각오를 하고 산에 올라가는 중에 그는 한 스님을 만났다. 그 스님이 그의 얼굴을 살피더니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던지듯 죽으러 간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 스님은 “죽더라도 <금강경>을 한 번 외워 보라”고 말했다고. 지금 당장 죽으나 나중에 죽으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 그는 다음날 바로 서점에서 <금강경>을 샀다.

그런데 막상 <금강경>을 읽으려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모두 한자로 되어 있어서 해석하는 데만 몇 날 며칠이 걸렸다. 어느새 그는 <금강경>을 읽으면서 다시 걷는 연습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느날 걷기 연습을 하는 중에 <금강경>의 '이상적멸분(離相寂滅分: 성취해야한다는 욕심을 떠나야 번뇌가 사라진다)'이라는 구절이 그의 뇌리를 치고 지나갔다.  

“병원에 있을 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원망했던 상황을 생각해보니 누구를 탓할 게 아니었어요. 내 욕심 탓이었던 게지요. 내가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지요"

그는 그때 자신에게 다가온 깨달음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 후 그의 마음에는 부처님의 법을 한 번 배워 보자는 생각이 꿈틀거리게 됐고, 1990년 여름, 그는 드디어 출가를 결심했다.

출가 후에도 효운 스님은 걷기 재활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새 재활훈련은 그에게는 훈련 그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걷기 운동이 바로 승려로서의 수행과 수련의 과정이었던 것. 고통스런 운동 수행이 계속되던 어느 날부터 그는 걷기를 넘어 뛸 수 있게 됐다. 뛸 수 있게 되자 그는 수행의 경지를 한 차원 더 높였다. 그것은 마라톤에의 도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처음으로 마라톤 하프 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첫 경기 완주 직후, 그는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수행으로서의 마라톤 훈련이 계속되면서 그는 풀 코스에 도전하게 됐고, 지금까지 총 21번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부처님의 가피(加被: 부처님이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어 힘을 주는 것) 때문이었는지 마비되었던 근육 기관이 되살아났다. 지금 효운스님은 정상인처럼 걷고 뛸 수 있게 됐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때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면 누구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효운스님이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안정호).

효운스님은 마라톤 풀코스를 21번이나 완주하는 과정에서 운동과 불교 수행을 동일시하게 됐다. 스님은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해야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가 되어 마음도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그는 “마라톤은 운동이다. 하지만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으로 여기고 전심으로 행한다면 몸과 마음에 깨달음을 주는 운동이 된다”며 “속된 욕심을 내면 설사 운동을 해도 탈이 날 뿐 건강해지지 않는다”고 했다.

스님은 운동해서 무엇을 이루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으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생각을 하면서 운동을 해야 몸과 마음 둘 다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것이 효운스님의 지론이다.  스님은 불교 경전 <화엄경>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처럼 마음 수련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핵심은 일체요심조, 즉 모은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거다. 그래서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할 수 있다”며 건강의 본질을 설명했다.

현재 스님은 건강전도사인 동시에 또 사회복지법인 재단 ‘선재선재나눔’의 이사장이기도 하다. 매달 후원 받은 금액으로 암 환자의 수술비를 돕거나 소외계층의 식비를 마련하고 있다. 스님은 누구나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깨달음과 운동법을 담은 책 <건강 100세의 지혜>를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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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봤습니다. 2016-06-01 16:25:37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