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도에 없는 '숨겨진' 또 하나의 역, 그곳에 가보니...
상태바
노선도에 없는 '숨겨진' 또 하나의 역, 그곳에 가보니...
  • 취재기자 손광익
  • 승인 2016.04.17 0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시철도 종점서 한 정거장 더 가는 '안평기지 간이역'...테마공원 등 체험거리 즐비

부산 도시철도 4호선 동래역 정거장이 승객들로 분주했다. 안평행 열차가 도착하자, 승객들이 줄지어 탑승했다. 열차는 한 량당 십수 명의 승객을 태우고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종점인 안평역에 가까워질수록 열차 안의 승객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윽고 종점이 다가오자, 열차 안에서는 승객들에게 종점역하차를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종점이라는데, 여기서 내려야하나?" 이렇게 잠시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기자는 4호선 종점 안평역 행 열차는 종점인 안평역 그 다음에 있는 간이역까지 달린다는 얘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는 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위를 두리번거려 보았다. "종점이 지났는데 정말로 이 열차를 계속 타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라는 고민에 빠져있던 찰나, 종점에 섰던 열차는 출입문이 닫히고 남은 2명의 승객과 함께 종점을 넘어서 계속 달리기 시작했다.

부산 도시철도 4호선은 기관사가 없는 무인경전철이다. 4호선은 미남에서 안평까지 운행하며 총 14개의 정거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노선도에 적혀있지 않아 승객들에게 생소한 정거장이 있다. 승객이 안평역 종점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해서 타고 있으면, 열차는 숨겨진 정거장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해서 도착한 정거장의 역명은 ‘안평기지간이역’이다.

안평기지간이역 하차를 위해 열차의 맨 마지막 칸으로 이동했다. 간이역이라 정류장이 좁아 마지막 칸 출입문만 사용하기 때문이다. 간이역에 내리니, 안내소 직원이 다가와 친절히 안평기지에 대해 설명해줬다. 안평기지로 들어가기 위해선 방문증이 필요하다. 직원에게 방문 목적을 밝히고 신분증과 방문증을 교환했다. 방문증을 챙기고 간이역을 나서니 넓은 안평기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 안평기지간이역에 내려 안내원에게 방문증을 받은 후 안으로 들어가 바라본 안평기지의 전경(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간이역을 벗어나 길을 따라가다 보니 ‘부산교통공사 경전철운영사업소’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건물 안에는 안평 차량기지에 간이역이 존재하는 이유인 경전철 홍보관이 숨어있다. 경전철 홍보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시철도를 소재로 만든 박물관이다. 사업소 건물 입구로 들어가 방문증을 보여주니 직원이 홍보관으로 안내했다.

▲ 경전철운영사업소와 경전철 홍보관의 입구(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홍보관 입구로 들어서자 내부가 4호선 열차를 닮아 다시 열차로 돌아온 느낌이 물씬 났다. 이곳에는 부산 도시철도의 역사가 고스란히 잠들어 있었다. 1985년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특성으로 인한 교통난을 해소하고자 부산에 도입된 도시철도 1호선. 1호선 개통을 시작으로 2011년에 개통된 4호선까지의 발달사를 연표로 자세히 정리했다. 특히 무인경전철로서 다른 열차와 다르게 고무 타이어로 운행되는 4호선의 특이점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밖에도 2020년에 일본에서 실용화 예정인 'Aero Train,' 'Sky Train' 등 시속 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미래형 도시철도가 소개되고 있다.

▲ 경전철 홍보관 내부에 전시된 도표(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홍보관 안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도시철도 가상 모의운전이었다. 가상 모의운전을 체험해보니 평소 궁금했던 도시철도 운행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해소됐다. 모의 운전대에는 4호선 수동 주행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모의로 운행할 수 있는 역은 총 4개로 구성되어 있고, 관람객이 직접 장치를 조작하여 가상으로 4호선 열차를 운행한다. 모의운전을 체험한 정모(24) 씨는 “장치 조작이 생각보다 어렵다. 자동차 운전과는 다르게 레버를 당겨 속도를 조절하는데 정류장에 정확히 열차를 세우는 것이 힘들었다”며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 홍보관에 비치된 가상모의운전 시스템(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홍보관 견학이 끝난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휴메트로 테마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테마공원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돗자리를 펴놓고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고 싶은 충동을 자극했다. 조금 더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족구장이 보였다. 족구장에는 관람객을 위해 투호, 널뛰기, 굴렁쇠 등의 민속놀이 체험기구가 갖춰져 있었다. 가족들이 함께 옛 문화를 체험하며 동심으로 돌아가기에 안성맞춤인 느낌이 들었다.

족구장에서 옆을 바라보니 당장에라도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놀 것 같은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의 시설물이 굴착기와 기차 모양을 하고 있어 아이들에게 친근감을 줄 것만 같았다. 그 중 미니 굴착기는 흙장난을 흠뻑 빠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테마공원을 찾은 박모 씨는 “놀이터와 잔디밭을 보니 가족들과 나들이를 오고 싶어졌다”며 “사람들이 없어서 이 넓은 장소를 전세 낸 기분이다”고 덧붙였다.

▲ 휴메트로 테마공원에 위치한 민속놀이체험 공간과 어린이 놀이터(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하지만 공원 시설물 몇가지는 관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망대의 나무 바닥은 부서져 있어 걸으면 내려앉을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을 주었다. 넓은 의자는 부식돼 의자로써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으며, 길은 가뭄에 말라버린 듯 갈라져 있어 지저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점은 앞으로 찾아오는 관람객을 위해서라도 이른 시일 이내에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