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매장 경쟁, 도 넘은 여성 호객행위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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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매장 경쟁, 도 넘은 여성 호객행위로 이어져
  • 취재기자 오윤정
  • 승인 2016.04.1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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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에 약한 여성만 골라 성희롱 수준으로 매장 안으로 끌러 들이기 일쑤

대학생 김유진(22, 부산시 남구) 씨는 부산대 앞 골목에서 모르는 남자에게 팔을 붙잡혔다. 남자는 김 씨가 지나가는 길목의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이었다. 김 씨는 당황하며 남자에게서 떨어지려고 팔을 뿌리쳤지만, 직원은 김 씨의 팔을 강하게 끌어당기며 가게 안으로 데려갔다. 김 씨는 직원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기기를 변경한 지 3일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하자, 그제야 직원은 김 씨의 팔을 놓아줬다. 김 씨는 “굉장히 불쾌하고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지혜(22, 부산시 수영구) 씨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경성대 앞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지나가던 이 씨가 손에 들고 있던 휴대전화를 판매원이 뺏어간 것. 이 씨가 판매원에게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하자, 직원은 매장 안으로 들어오면 주겠다고 해서, 이 씨는 어쩔 수 없이 매장 안으로 그 직원을 따라 들어갔다. 그는 “처음에는 매장으로 들어오면 휴대전화를 돌려주겠다더니, 매장 안에 앉아서 설명을 들어야 주겠다고 말장난을 쳤다”며 “한참 실랑이를 한 뒤에야 겨우 매장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 부산진구의 휴대전화 판매점 앞에서 한 직원이 혼자 걷는 여성을 붙잡고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사진: 취재기자 오윤정).

최근에 번화가에서 휴대전화 판매원들의 과도한 호객행위가 행인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있다. 이들은 주로 여성들을 표적으로 팔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 신체접촉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여성의 소지품을 빼앗아 매장 안으로 끌어 들이고 하는가 하면, 심할 때는 팔짱을 끼고 납치하듯 매장 안으로 데려가기도 한다.

과도한 호객행위와 물품강매는 경범죄처벌법에 해당한다.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요청하지 않은 물건을 억지로 사라고 하거나 여러 사람이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르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실제로 과도한 호객행위가 처벌된 사례도 있다. 2012년 부산진구 부전동의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직원 7명이 지나가던 여대생을 강제로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 는 호객행위를 빙자한 성추행으로서 판매원들은 이 여대생의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만지는 행동을 수차례 한 것.

이 사건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번화가의 과도한 휴대폰 매장 호객행위가 다시 길거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부산대 앞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앞을 지나가던 대학생 안수진(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직원에게 거의 강제로 끌려가는 경험을 했다. 안 씨가 매장 앞을 혼자 지나자 한 남자 직원이 팔짱을 끼고 액정 필름을 교체해주겠다며 매장에 들어오라고 한 것이다. 안 씨가 난감한 표정으로 거절하자, 다른 직원까지 합세해서 안 씨를 매장으로 데려가려 했다. 안 씨는 당황했지만, 근처에 있던 남자 지인의 도움으로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안 씨는 “여자들과 있거나 혼자 있을 때는 그 골목으로 지나가기 힘들다”며 “판매점 직원들이 남자들에게는 호객행위를 하지 않고, 일행 중에 남녀가 섞여 있으면 아예 다가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 휴대폰 판매점을 운영하는 최모(37) 씨는 번화가에서 호객행위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판매점이 셀 수 없이 늘어나며 지점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 씨는 “내가 운영하는 매장은 동네 장사라 경쟁사가 그리 많지 않지만, 번화가와 대학로에는 판매점이 골목마다 있어서 경쟁이 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씨는 호객행위가 판매원들의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갓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나 여학생들이 직원들의 설득에 쉽게 넘어오기 때문에 그들이 판매원들의 호객행위 대상이 되는 일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씨는 “아무래도 젊은 학생들은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쉽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고, 판매원으로서는 기계에 미숙한 여성들이 공략하기 쉬운 대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의 한 휴대전화 판매원 이모(25) 씨는 실적에 대한 압박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실적을 채워야 해서 수많은 판매점 사이에서 고객을 확보하려면 호객행위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나가는 사람 중에서 가장 공략하기 쉬운 상대가 젊은 여성들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쉽게 표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판매원들은 휴대전화를 판매하기 위해 호객행위로 고객들을 일단 매장에 잡아두고, 가격을 속이기도 한다. 낮은 가격에 혹한 젊은 학생들은 쉽게 계약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청구되는 휴대전화 요금명세서에는 ‘요금 폭탄’이 나오는 일도 있다. 대학생 최은진(22, 부산시 동래구) 씨는 호객행위를 하는 판매원의 말에 넘어가 휴대전화를 변경했다. 그는 휴대전화를 구매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새로 나온 최신형 휴대전화로 변경해도 청구되는 요금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설명에 넘어간 것이다. 최 씨는 분명히 바꾸기 전과 후의 요금 차이가 거의 없고 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중고로 팔면 기곗값은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은 들었다. 그러나 직원이 설명해준 말과는 다르게 최 씨는 그 이후에 휴대전화 요금 폭탄을 맞았다. 최 씨는 “휴대전화를 바꾼 지 거의 일 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할부금이 많이 남아 명세서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판매점의 호객행위는 절대 통신사의 지침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본사에서 호객행위를 지시한 적이 없다”며 “만약 그런 지점이 있어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해당 지점을 (본사) 담당자에게 접수해주면 이후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호객행위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받지만, 과도한 신체접촉을 하며 호객을 한다면 강제추행에 성립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지난해 호객행위에 대한 처벌 건수가 그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며 “이런 일을 당했을 경우, 즉시 112로 신고하면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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