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가오리’ 촬영 현장엔 정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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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가오리’ 촬영 현장엔 정이 넘친다
  • 최준성
  • 승인 2013.01.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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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아침 8시 30분, KNN에서 방송되는 ‘촌티콤 ; 웰컴 투 가오리(연출: 이근호, 이장희)’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촌티나는 코메디(촌티콤) ‘웰컴 투 가오리’는 9개 지역 민방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신개념 프로그램이다.

또한, 촌티콤은 서울 등지에서 제작되고 있는 시추에이션 코메디 시트콤과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장르가 결합된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다. 촌티콤을 만들어가는 제작진들은 지역 시트콤이라는 다소 열악한 환경에서도 끈끈한 정과 열정으로 매주 방송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침부터 연기자와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들은 아주 능숙하게 장비와 소품 등을 챙긴다. 바쁜 와중에도 한 스텝이 “춥다, 추워. 오늘 추워서 일하겠냐?”라고 외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스텝도 “오늘 아침밥 없어? 힘이 없어서 일 못 하겠다”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들의 분주함 가운데 무언가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스텝들과 연기자들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촬영 현장인 기장으로 출발했다. 가는 버스 안에서 연기자들은 대본 연습이 한창이다. ‘촌티콤’이라 역시 대사 속 구수한 사투리가 너무나 정겹다. 연기자 백찬희 씨와 강영운 씨는 대본 리딩을 하면서 모르는 사투리가 많아 서로 대본을 수정해가며 연습한다.

극 중 고은숙 역을 맡고 있는 백찬희 씨는 충청도 사투리를 써야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이영자 씨 동영상을 보며 충청도 사투리를 연습했다고 한다. 백 씨는 “표준말로 연기하는 것이 더 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사투리를 배우게 되어 좋은 점도 있죠”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차를 타고 약 40분을 달려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펼쳐진 기장군에 도착했다. 한 가옥이 촬영 세트가 되고, 스텝들은 바로 촬영 준비에 들어간다. 스텝들은 촬영 장비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장비는 부족해 보이지만 여느 TV 촬영 현장과 다른 것이 없었다.

웰컴 투 가오리의 주 촬영 장소로 쓰이는 허름한 가옥 한 채. 이 가옥의 주인 백희숙(81) 할머니는 처음에 본인 집에서 촬영을 한다고 부탁해서 ‘몇 번 찍고 말겠지’라는 생각에 촬영을 허락했다고 한다. 백 할머니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와서 크게 촬영할지는 몰랐지. 그래도 이런 것도 인연인데 어쩌겠어”라고 했다. 얼마 전 남편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고 혼자 살고 있다는 백 할머니는 “늘 힘들고 심심하지만 촬영하는 날에는 아침부터 힘이 나”라며 웃음 지었다.

이러한 집주인 할머니가 제작진을 반겨준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날이 추워진다며 제작진 역시 할머니를 챙긴다. 그들의 모습에서 따듯함이 넘쳤다.

옆에 있던 연기자 백찬희 씨는 촌티콤 만의 정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방송에서는 안 보일 수도 있지만 촬영 현장이나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많은 정이 느껴져요”라고 했다. 서울에서 매주 내려와 촬영을 한다는 백 씨는 “스텝과 동료 연기자들이 잘 챙겨줘서 서울보다 오히려 부산에서의 삶이 풍성해요”라고 말했다.

촬영 중간에 쉬는 시간, 어느새 스텝 중 한 명이 간식과 음료를 사와 그것을 제작진들과 나눠먹고 즐기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마치 너무나 정겨운 우리네 모습을 연상시켰다.

다시 촬영이 시작되고, 100% 오픈 세트, 즉 실내 세트가 없는 여건에서 제작진은 서둘러 한 장면, 한 장면을 찍어나간다. 낮 장면을 찍기 위해선 낮 시간 안에 촬영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집 장면 촬영을 끝내고, 비닐 하우스 장면을 찍기 위해 바삐 이동하기 시작했다.

촌티콤을 연출하고 있는 이장희 PD는 아름다운 산과 바다, 농촌과 어촌을 촬영 세트로 해서 좋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한다. 이 PD는 “영화의 경우야, 좋은 광량을 기다려가며 하루에 한 두 컷을 찍기도 하지만 촌티콤의 경우 2일에 일주일치 전체를 찍어야 하고, 실내 세트도 없기 때문에 담당 PD인 저는 시간과의 싸움에 피가 마를 때가 많아요”라고 힘든 점을 토로했다.

오원석 카메라 감독 역시 100% 오픈 세트라 기후 변화에도 크게 민감하다고 한다. 그는 “특히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가 가장 무서운 적이에요, 거기다 태풍이라도 오면 큰일 나는 거죠”라고 말했다.

시간에 쫓겨 촬영하느라 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있는 스텝들의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촬영을 하던 중, 카메라 오디오가 말썽을 부린다. 전날 다른 촬영팀이 카메라는 쓰는 탓에 오디오 설정이 바뀐 것이다. 촬영이 조금씩 지체된다. 그러나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고, 몇 명 되지 않는 스텝과 감독들이 붙어 문제를 해결하려 힘을 쓴다.

연기자 고인범 씨(고이장 역)는 분주히 일하고 있는 스텝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최근 SBS 드라마 ‘닥터챔프’에 출현했던 경험이 있다. 고 씨는 서울과 지방의 시스템 차이가 안타깝다고 한다. 자본 규모의 차이가 있으니 장비와 스텝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 씨는 “솔직히 우리 촌티콤의 인력은 다 훌륭해요. 서울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죠. 하지만 장비와 스텝 수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라며 스텝들을 격려했다. 또한 그는 저자본으로 훌륭하게 시트콤을 만들어가는 제작진이 대단하다고 말하며 “서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이 문제에요”라고 했다.

이장희 PD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주는 스텝들이 늘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죠”라며 스텝들을 늘 생각한다고 한다.

계속되는 촬영 강행군에, 한 촬영 스텝이 카메라를 옮기며 힘든 기색을 보인다. 그러자 연기자 강영운 씨가 옆에서 장비 옮기는 것을 도와주며 힘을 실어준다. 강영운 씨는 “촬영 스케줄을 맞추는 게 힘든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우리 제작진을 한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우리 팀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을 내서 일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대다수 드라마가 도시인의 삶, 특히 영웅들의 이야기를 지향하는 것에 반해, 촌티콤은 농어촌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의 얘기들을 풀어내고 있었다. 이장희 PD는 “서울 드라마들이 할 수 없는 작지만 따뜻한 웃음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제작진은 아직 촬영 분량이 많이 남았다며 다시 촬영 현장으로 돌아갔다. ‘웰컴 투 가오리’의 제작진들은 촬영 현장에서 그들만의 드라마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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