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목적따라 화장 바꾸라"...'뷰티 유튜버'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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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목적따라 화장 바꾸라"...'뷰티 유튜버' 인기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6.03.22 0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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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는 이렇게, 데이트시엔 저렇게" 지침...화장품 회사서 스카웃제의 받기도

최근 ‘대학생 새내기 메이크업,’ ‘데이트 메이크업,’ ‘셀카 메이크업,’ ‘남친이 집 앞까지 급습하기 5분 전 메이크업,’ ‘환불하러 갈 때 하는 메이크업’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메이크업 튜토리얼(사용 지침)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 뷰티 유튜버의 메이크업 영상들(사진: Youtube 화면 캡처).

이 영상들은 동영상 커뮤니티 사이트 유튜브에 뷰티 유튜버들이 올린 것으로, 즐겨 쓰는 화장품을 소개하고 화장법을 공유하는 콘텐츠를 담고 있다. 뷰티 유튜버들은 평생 소장할 가치가 있는 제품, 일명 ‘인생템’을 추천하거나 비슷한 제품들을 모아 순위를 매겨 소개하고, 시청자들은 이들에게 추천받은 제품을 메모해 뒀다가 구입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주목해 유명 유튜버에 협찬, 광고 제의를 하고 있다. 뷰티 유튜버들은 특정 화장품 회사의 제품 광고를 재미 있는 콘텐츠와 접목시켜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런 광고 기법을 바이럴(viral marketing) 마케팅이라고 한다. 바이럴은 입이라는 뜻의 oral과 virus의 합성어로 바이럴 마케팅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입에서 입으로 바이러스처럼  퍼지게 하는  마케팅 전략을 말한다. 어떤 광고를 본 네티즌들이 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나  블로그나 SNS에 소비자들이 제품 사용 후기를 올리는 것이 그 예다. 이 광고 기법은 화장품 CF에 등장하는 연예인이 소비자로 하여금 화장품 구매 욕구를 이끌어 내는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뷰티 유튜버들은 영상에서 친근한 말투로 시청자들에게 화장품의 사용 후기와 유용한 활용법을 전달하고 있다.

메이크업 영상의 인기 요인은 뷰티 유튜버가 친한 친구, 옆집 언니처럼 직접 화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쉽게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이달 대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 이재원(18,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뷰티 유튜버 채널을 10개 이상 구독하며, 채널에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알람이 울리게 지정해 놨다. 덕분에 이 씨는 매일 수시로 영상을 챙겨 보며 예쁘게 화장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이 씨는 “화장하는 걸 보는 재미도 있지만, 뷰티 유튜버의 일상도 영상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친근함을 느껴서 자꾸 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장품 회사들이 유명 뷰티 유튜버들에게 협찬, 광고, 브랜드 론칭을 제안하는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여드름 피부를 위한 화장법을 선보인 뷰티 유튜버 ‘한별(Hanbyul)’은 영상을 통해 “여드름 화장이라고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와서 그런지, 정말 많은 회사에서 협찬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97만 구독자 수를 기록하고 있는 뷰티 유튜버 ‘포니(PONY)’는 최근 화장품 회사와 합작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한 화장품 브랜드는 많은 뷰티 유튜버들의 영상으로 소개된 이후 입소문을 타면서 대형 화장품 매장에 입점하기도 했다.

▲ 화장품 회사와 뷰티 유튜버가 합작으로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사진: Youtube 화면 캡처).

이런 입소문을 타고 뷰티 유튜버 영상과 그들이 소개한 화장품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한 네이버 블로거는 자신이 좋아하는 뷰티 유튜버 5인을 소개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유튜버가 영상에서 사용하는 제품 대부분이 실제로 애용하는 것으로 보여서 마치 친구의 추천을 받는 느낌,” “옆집 언니 같은 친근함에 비범한 메이크업 실력을 가졌다,” “홑거풀을 가진 사람이 따라하기 좋은 메이크업을 선보인다,” “이 사람이 추천해 주는 제품은 전부 믿을만 하다”고 뷰티 유튜버들을 소개했다. 다른 네이버 블로거도 “친언니 같은 매력의 뷰티 유튜버”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추천 제품이 믿음직스러운, 당장이라도 사야할 것 같은 이 느낌”이라고 감탄했다.

시청자들이 뷰티 유튜버의 메이크업 영상에서 소개된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김아영(18,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유튜브에서 메이크업 영상을 챙겨 보고 있다. 김 씨는 “화장품을 살 때 뷰티 유튜버 채널의 영상들을 참고하는 편이다. 뷰티 유튜버가 좋다고 추천한 컨실러  같은 화장품이나, 퍼프 같은 화장도구를 직접 사서 사용해 봤는데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대학생 안예주(19, 부산시 북구 화명동) 씨는 뷰티 유튜버 채널을 8개 구독하고 있다. 안 씨는 “뷰티 유튜버가 추천한 제품을 직접 써보면 사용감이 괜찮은 경우가 대체로 많았다”고 말했다.

구독자들이 메이크업 영상을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하면서 영상 속 제품이 유명해지기도 한다. 대학생 오세희(18, 경북 문경시 흥덕동) 씨는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의 메이크업 영상을 친구들과 자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시청자들이 뷰티 유튜버로부터 추천받은 제품을 직접 구매해 사용해 본 결과, 자신의 피부에 맞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학생 류제은(18, 부산시 사상구 주례동) 씨는 뷰티 유튜버 채널을 10개 이상 구독하고 있다. 류 씨는 “아무래도 뷰티 유튜버와 내 피부 상태가 서로 다르다 보니, 실제로 그 화장품을 구입해서 써봤을 때 나한테 안 맞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유튜버가 썼을 때 예쁘다고 생각해서 샀는데 막상 써보니까 나한테는 안 어울리는 색조 화장품도 많았다”고 밝혔다. 평소 유튜브에서 메이크업 영상을 즐겨 보는 대학생 최혜인(18, 경남 김해시 외동) 씨는 뷰티 유튜버가 좋다고 추천한 베이스 제품을 직접 사본 적이 있다. 최 씨는 “그 제품은 피부에 맞지 않아서 한번 쓰고 친구에게 줘버렸다”고 말했다.

색조 화장품의 경우, 영상에서 조명과 보정으로 색감이 실제와 다르게 보일 때가 있어 시청자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1월 5일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뷰티 유튜버의 실체’란 제목을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한 뷰티 블로거가 색조 화장품의 색감을 무시한 채 과도한 조명을 써서 제품의 발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댓글로 “나도 제품 색상이 화면으로는 진해 보였는데 막상 사 보니 연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다,” “뷰티 유튜버라면 제대로 된 발색을 보여줘야 되는데 왜 저렇게 조명을 쓸까?” “뷰티 유튜버들 영상 보는 재미로 시청할 뿐이지 진짜 그 제품이 좋다고 믿고 사진 않는다,” “메이크업 스킬만 참고하고 제품은 직접 매장가서 테스트 해보는 게 가장 좋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대학생 박신지(22,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씨는 페이스북에서 좋다고 소문난 제품을 구입해 써보고 실망한 적이 많다. 박 씨는 “유명한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발라보니 둥둥 뜨고 별로 좋지 않았서 돈이 아까웠을 정도였다”며 “요즘 인터넷에 올라온 글이나 영상을 보면 광고도 많아서 뭘 믿고 사야할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메이크업 영상을 자주 시청하는 대학생 김아영 씨도 “영상을 보다 보면 협찬 받은 광고도 많이 있는데 그런 경우 신뢰가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 특정 기업 광고나, 협찬의 제의를 받아 제작된 영상에서는 자막으로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사진 : Youtube 화면 캡처).

전문가는 화장품을 구매할 때 유명세나 광고에 무조건 따르기보다 소비자의 주관적인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황지영 교수는 뷰티 유튜버 영상 중 기업체가 광고 마케팅 차원에서 제작하는 콘텐츠가 다수 존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유튜브 등의 매체에 노출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이들과 정서를 공유하려는 욕구와 공감하려는 심리가 있다. 이 심리를 바탕으로 정보가 넓게 확산될 수 있다. 화장품 제조사가 우리 제품이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 제품을 써본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신뢰성을 갖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 구전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누군가에게 좋은 화장품이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 화장품 회사가 제품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소비자 개개인이 자신의 상태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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