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학 자부심 <오늘의 문예비평> 100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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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문학 자부심 <오늘의 문예비평> 100호 출간
  • 취재기자 이하림
  • 승인 2016.03.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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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학인 재능 기부로 재정난 극복 25년…"시대 보편 문제에 관심 가질 터"
▲ '오늘의 문예비평' 편집위원들이 편집회의를 하고 있다(사진: 전성욱 편집주간 제공).

국내 유일의 비평전문 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의 100호가 이달 출간됐다. 그동안 부산을 비평의 도시로 이끌어온 오문비가 지난 25년간 한 번의 결호도 없이 달려와 100호의 결실을 맺은 것은 지역 문학사에 기념비적인 일이다. 국내에서 순수 문예지로서 100 이상을 발간한 잡지는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 <문학사상>, <현대문학> 등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특히 출판 시장이 열악한 부산에서 지령 100호를 넘긴 순수 비평 계간지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탄스럽다는 게 문단의 반응이다. 오문비 전성욱 편집주간(동아대 한국어문학과 교수)은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비평전문지로서 100호까지 중단 없이 발간되었다는 것은 기념할 만한 일이다. 부산의 비평적 역량과 문화적 역량이 축적되어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며 100호 발간 소감을 전했다.

오문비는 1991년 남송우, 구모룡, 박남훈, 황국명, 이상금, 정해조, 정형철 등 당시 부산의 젊은 문학평론가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내 최초의 비평전문지를 표방하며 발간됐다. 서울을 중심으로 계열화된 문학 구조에서 탈피해 탈중심화를 지향하는 지역문화운동이 민족문학에 기여할 것이라는 취지에서였다. 오문비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한 지역 작가들과 지역의 현안들을 지속적으로 다뤄왔고, 지역 문화와 문학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해 왔다. 현재 전성욱 편집주간, 김경연, 김필남, 박형준, 손남훈, 양순주, 최성희, 허정 등 7명의 편집위원들과 김무엽 편집장이 오문비를 만들고 있다. 

오문비는 시나 소설 같은 창작품은 수록하지 않은 비평 전문지다. 정해진 포맷에 맞게 편집위원들이 각자 낸 기획안들을 가지고 심층 토론을 거쳐 매호의 내용을 결정한다. 이번 호에는 ‘오문비와 나,’ ‘문예지의 존재론’ 등 특집기획을 통해 100호를 자축하고 문예지의 의미와 과제를 되짚었다.

▲ <오늘의 문예비평> 100호 표지(사진: 취재기자 이하림).

그러나 100호까지 발행하는 데까지 오문비가 걸은 길이 마냥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지역에서 출간하는 비평 전문지라는 성격 탓에 독자가 많지 않고 수익성이 거의 없어 오문비는 창간 초기부터 재정난에 시달려왔다. 그나마 부산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적 자금이 중요한 재원이 됐고, 사적인 후원금과 편집위원들의 재능 기부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런데 최근 몇 해 동안 오문비를 발행해 온 출판사 ‘산지니’가 오문비와 갈라섰고, 이번 호부터 신생 독립 출판사인 ‘낯선청춘’에서 잡지가 나오게 됐다. 산지니가 오문비를 떠난 이유도 잡지 발간의 비용과 수익성 문제 때문이었다. 출판사가 없어 100호 발간이 위기를 맞자, 아예 독립 출판사를 만들기로 하고, 김남영 문학평론가가 대표가 돼 낯선청춘이란 출판사를 등록했다. 재정적인 부담감은 여전하다. 전 편집주간은 “다른 출판사들도 그랬지만 잡지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출간비 대부분은 저희들이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재원조달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오문비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 편집주간은 “문학이라는 특정 장르를 넘어서 이 시대의 보편적인 문제들에 문화정치적인 개입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오문비의 여성 평론가들의 활약을 주목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저희 편집위원들 중에 여성 평론가가 많다. 가부장적인 성격이 강한 대학이나 문단에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예민하게 감각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분들의 활동에 큰 기대를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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