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예산 영화 <동주>, 100만 관객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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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예산 영화 <동주>, 100만 관객 눈앞에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3.0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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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 아닌 실존적 개인의 고뇌를 보여준 것이 흥행 요인" 분석
▲ 영화 <동주> 공식 포스터(사진: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윤동주 시인의 생애를 담은 영화 <동주>가 1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8일까지 <동주> 누적 관객수는 95만 2,711명이다. 이는 초저예산 영화로선 보기 드문 흥행 실적이다. 지난 2월 18일,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선보인 <동주>는 370개 스크린으로 상영을 시작했고, 영화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 2월 24일에는 467개 스크린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개봉 21일 만에 관객수 100만을 바라보게 됐다.

<동주>는 지금까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과는 빛깔이 다른 영화다. 역사적 문제들을 나열하기보다 윤동주와 그의 벗 송몽규의 일상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시인 윤동주가 우리가 생각하는 ‘위인답게’ 역사적인 사건들을 겪으면서 천재적 발상으로 단숨에 시를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 실존적 개인으로서 친구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하루하루 느끼고 배운 바를 시로 옮겼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낮은 목소리로 알려 준다. 윤동주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의 내레이션으로 자작 시가 읊어지는 장면은 일상의 시인으로서의 윤동주의 모습을 잘 그려보이고 있다. 이렇게 위인이 아닌 인간 윤동주를 느낄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동주>의 흥행요소로 꼽히고 있다.

<동주>에는 일제에 대항하는 속 시원한 액션 장면이나 애국심을 고취하고 사명감을 부각하는 대사가 없는데도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관객들의 감상평이 잇따르고 있다. 영화 평가 및 분석 추천 서비스인 ‘왓챠’에서 <동주>는 관객 1만 8,000여 명이 평가한 점수 시스템에서 평균 4.1점(5점 만점)을 기록했다.

'왓챠' 이용자 이근혜 씨는 “하늘과 바람과 별을 노래하려는 마음이 부끄러운 것이었다면, 당신의 삶을 시험 문제로만 찾아뵈었던 저는 얼마나 부끄러워 해야 하는 걸까요. 슬픈 시대를 산 아름다운 ‘우리의’ 시인이여”라는 댓글로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 박제된 시인이 아닌 인간 윤동주의 삶을 발견한 감동을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 강결 씨는 “주입식 교육에 허덕이며 윤동주 시인의 시를 공부했던 우리는 ‘인간 윤동주’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는 상상 속의 초인도 아니며, 소설 속에 있는 허구의 인물도 아닌, 인간 윤동주였을 뿐이다”라고 말하며 무지한 자신에게 윤동주 시인을 알려준 이준익 감독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 영화 <동주>의 스틸컷, 시를 쓰고 있는 윤동주 역의 배우 강하늘과 기대어 잠을 청하는 송몽규 역의 배우 박정민(사진: 한국영화진흥위원회).
▲ 영화 <동주>의 스틸컷. 윤동주, 송몽규, 문익환이 우정을 나누는장면이다(사진: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시인 윤동주는 일제 강점기에 스물여덟, 짧은 인생을 살다간 시인이다. 북간도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서울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고 창씨개명이 시작될 때쯤 일본 교토로 유학을 떠났다. 유학 중 귀향하려다 항일운동 혐의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었고 2년 형을 받은 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복역했다. 그는 해방을 6개월 남겨놓은 1945년 2월, 형무소에서 건강 악화로 죽음을 맞았다. 시인 윤동주는 식민지 시절에도 한국어로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고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암담한 조국의 현실에 고뇌했다. 그의 삶의 궤적은 그의 시에 오롯이 담겨 지금도 계속 읽히고 있다.

<동주>는 요즘 영화로는 특이하게 흑백영화로 만들어졌다. 연출한 이준익 감독은 지난 1월 18일 진행됐던 <동주> 제작보고회에서 ‘5억 제작비’ 이야기를 했다. <동주>는 보통의 영화 제작 예산에 비하면 초저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5억 원으로 제작됐다. 이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일제 강점기 영화를 찍을 때 제작비가 100억 원을 훌쩍 넘긴다. 그 부담이 너무 커서 흑백으로 제작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5억 원으로 만든 <동주>는 관객수 50만 명이 손익분기점이었는데, 지금 관객수는 그 두 배를 넘었다. 적은 스크린 수를 가졌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장기 흥행 바람을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극장가는 아트버스터 영화들 뿐만 아니라 영화 <귀향>이나 <동주>처럼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들을 차분하게 재조명하는 영화들이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귀향>은 시민들의 성금이 보태어져 제작됐고  개봉 후에도 점유 스크린 수가 적어 시민들 사이에서 영화를 알리고 보자는 운동까지 펼쳐졌을 정도.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실시간 예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귀향>은 지난 2월 24일 개봉해 현재 274만 4,017명의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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