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신재생 에너지? 화석연료 시대는 아직도 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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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신재생 에너지? 화석연료 시대는 아직도 더 간다
  •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이철우 교수
  • 승인 2016.02.25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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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우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을 ‘VUCA 세계’라 한다. VUCA는 변동성(volatility)이 크고, 불확실하며(uncertainty), 복합적이고(complexity), 인과관계가 불분명하여 애매한(ambiguity) 상황을 가리키는 약어다. 끝나가는 줄 알았던 석유시대가 원유 공급 과잉과 저유가로 VUCA 시대로 변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과거 손도 못 댔던 셰일층(퇴적암 지층)에서 기술발달로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한 반면, 석유수출국들이 소비시장을 놓고 경쟁하면서 초저유가가 형성됐다. 그리고 파리 기후협정으로 탄소배출량이 규제되면서, 한 나라의 에너지 정책 방향 설정은 복잡다난한 VUCA 세계가 됐다.

우리나라 과거 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 시대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현실과 맞지 않고 단지 기대 섞인 희망(wishful thinking)에 불과한 근거에 의해 진행된 면이 있다. 즉, 지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석유시대가 수십 년 내에 끝날 것이라는 석유고갈론을 배경으로 석유 에너지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전기, 풍력 등 탄소배출이 없는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녹색성장 정책이었다. 과연 석유는 고갈되고 신재생 에너지는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가? 현재 전 세계 에너지원의 86%를 차지하는 화석연료(석탄, 석유, 가스)는 지금부터 20년 후인 2035년에도 그 비중이 8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2035년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견되는 신재생 에너지원의 비중은 현재는 3%에 머물고 있으며, 2035년이 되도 전체 사용 에너지의 13%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외치고 있지만, 20년 뒤에도 그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 비중이 13%에 머문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하면, 아직도 석유와 같은 화석 연료는 한 참 더 주요 에너지원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는 성급하게 석유고갈론이나 화석연료의 종말에 대비하기보다는 화석연료의 탄소배출을 낮추는 기술 개발을 발판으로 저탄소 사회로 진입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우리나라가 신재생 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대신 화석연료 중에서 특히 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를 활용해서 저탄소 사회를 지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국가 에너지 전략은 이를 소홀히 했고, 신재생 에너지를 과잉 강조했다. 온실가스 배출이란 측면에서 석유나 석탄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천연가스는 2035년에 석탄을 제치고 석유 다음으로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천연가스를 액화한 LNG 거래도 덩달아서 증가할 것이다. 이처럼 아직도 유용한 화석연료를 기술적으로 대처해서 저탄소사회로 진입해야 할 우리는 앞으로 20년 간 현재의 세계적 에너지 사용 패턴과 기술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상식과는 달리 앞으로도 수십 년간 화석연료 사용 비중은 여전히 높고 무시하기 어렵다.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복지수준 향상, 인구증가, 도시화 등으로 전 세계 에너지 수요와 전기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엄청난 인구를 가진 저개발국가들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늘어나는 엄청난 에너지 수요는 상당 부분 화석연료가 맡게 된다. 과거의 에너지원으로 여기던 석탄 수요가 지난 20여 년간 줄기는커녕 꾸준히 증가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폭증하는 전기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많이 건설했다. 가장 값싸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 석탄이기 때문에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소를 증설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중국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2035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현재보다 9배 증설하고 천연가스와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 비중을 높이면서 석탄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그러나 수년 내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 사용률을 높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 1차 에너지원의 42%가 전기 생산에 투입되는데, 선진국은 신재생 에너지원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는 반면, 저개발국가들은 상당 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게 되는 양극화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2040년에 인구 16억 명으로 세계 최대 인구 국가가 될 인도도 최근의 중국처럼 지금부터 상당 기간 동안 석탄에 에너지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해야 하는 세계적 규제 때문에 인도도 석탄 비중을 점차 줄일 것이다. 다만 그 속도가 그리 가파르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 상식을 뒤엎고 석유 사용은 전 지구적으로 보았을 때 아직도 한 동안 절대적이다. 석유가스의 탐사 및 개발 생산 기술도 계속 진보하고 있고, 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석유가스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로 10여 년간 배럴당 50달러 내외의 저유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석유는 발전보다는 운송(차량, 선박, 항공기) 부문의 주 에너지원이다. 2035년에도 운송 부문에 소모되는 에너지의 88%를 석유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래 전기자동차의 비중은 12%에 불과해 여전히 자동차는 석유를 기반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차량은 12억 대인데, 앞으로 개발도상 국가들의 자동차 보급이 늘 것이므로, 2035년에는 자동차 대수가 24억 대가 될 전망이다. 그에 따라 석유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늘 것이다. 이와 아울러, 현재 리터당 평균 12.8km인 자동차 연비가, 기술 개발로 2035년에는 평균 21.3km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운송 에너지 부문에서 석유시대는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석유는 보관 운송이 쉽고, 용도가 다양하며, 값싸고 풍부해졌는데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원죄 때문에 제1의 에너지원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석유는 유용한 에너지면서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사용에 눈치를 보는 ‘홍길동 에너지’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홍길동이 소설 속에서 사업을 크게 일으켜 여러 사람을 먹여 살렸듯이, 석유와 연관된 산업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하여 우리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선진국이 석유자원을 온실가스 배출 측면에서 정밀하게 분석하기 시작한 점은 석유산업이 앞으로는 파리 기후협약에 제대로 적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해에 미국 카네기재단, 스탠포드 대학, 캐나다 캘거리 대학이 공동으로 석유산업의 탐사에서부터 정유제품의 소비단계까지 탄소배출량을 정량화한 ‘원유-기후 지표(Oil-Climate Index, OCI)’를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가볍고 질 좋은 원유의 경우, 탐사단계에서 배럴당 35kg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운송과 저장단계에서 10kg, 정제와 판매단계에서 435kg의 온실가스를 각각 배출한다. 반면에 무겁고 질이 나쁜 원유는 탐사단계에서 배럴당 190kg, 운송과 저장단계에서 50kg, 정제와 판매단계에서 515kg을 배출한다. 따라서 질 좋은 원유 탐사 및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직도 유효한 석유시대에 탄소배출을 줄이는 길이다. 그리고 석유 정제 설비를 선진화하는 것도 탄소배출을 줄이는 길이다. 원유의 가치 사슬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밀하게 계량화한 OCI는 석유산업이 파리 기후협약 체제에 적응하라는 하나의 준비단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에너지원의 가치 사슬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이 정량화되고 있으므로, 정부는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에너지 변혁기에 대한 이러한 예측은 현재 상황에 기초한 추정에 불과하다. 지금 3D 프린팅, 사물인터넷, 로봇, 나노기술, 빅데이터,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생명공학, 신소재, 에너지 저장, 양자컴퓨팅 등의 분야에서 혁신이 진행 중인 만큼 에너지 소비 패턴에도 커다란 변화가 초래될 것이며, 그 양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물리적인 세계와 생물학적인 세계, 그리고 디지털 세계가 융합되는 제4의 산업혁명기의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조율할지 새로운 발상이 필요하다. 21세기 에너지 정책은 VUCA 세계의 관점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세워야 한다. 줄지 않는 석유 의존도도 고려해야 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제적인 에너지 현실을 무시하고 듣기 좋은 신재생 에너지만 강조하면, 우리는 에너지에 관해서 국제 정치경제의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 지난 정부의 실패한 에너지 자원 정책을 거울삼아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도모하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늘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철우 교수는 서울대 해양학과에서 1994년에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1995년 1년 동안 한국해양연구소 극지연구센터(현 남극 소재 세종기지의 전신)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으며, 1996년부터 지금까지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한국석유지질학회 이사, 해외자원개발 융자심의위원, 대한지질학회 기획이사,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자원개발PD(program director) 등을 지냈고, 저서로는 <퇴적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땅 속의 검은 황금-석유개발투자 가이드>, <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 <종교는 진화한다>, <과학은 예술이다>,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등이 있다. 그는 명실공히 우리나라 석유 등 지질 자원 학계의 권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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