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두꺼비,' 자유로워서 '노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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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두꺼비,' 자유로워서 '노는 사람'
  • 취재기자 이원영
  • 승인 2016.02.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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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어린이 청소년 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씨의 넉넉한 예술 사랑 이야기

부산 국제 어린이청소년 영화제(BIKY: Busan International Kids & Youth Film Festival) 조직위원회 김상화(53) 집행위원장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안녕하십니까? 두꺼비 김상화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순간, 의아해 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곧바로 “내 별명이 두꺼비입니다”라고 소개한다. 그에겐 여러 직함이 있지만, 그의 명함엔 직함은 없고 단지 ‘두꺼비 김상화’라고만 적혀 있다. 그는 자신을 가리키며 “딱 봐도 두꺼비 같이 생기지 않았냐. 어려서부터 못생겼다는 소릴 하도 많이 들어서, 젊어서부터 내가 먼저 나를 두꺼비라고 말하고 다닌다”며 웃었다. 하나의 국제영화제를 이끌어 가고 있는 리더의 첫인상은 예상 외로 소탈했다.

작년 여름 제10회 부산 국제 어린이청소년 영화제를 성공리에 마친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치열한 입시 교육 속에서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답답함을 해소하려는 마음에서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서적 안정이 필요한 시기에 영화가 청소년들에게 힘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상화 씨는 부산에서 영화제 위원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미술은 그에게 어릴 적 새로운 세계를 열어 준 예술 장르였다. 어릴 적 그는 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일이 지금은 일상이 된 그에게 어린 시절은 그 반대였다. 그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렇게 미술에 줄곧 흥미를 느꼈던 그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가 서양화를 전공하게 된 계기는 당시 서양화가 미대 입시에서 주를 이루던 전공이기도 했고 그저 선생님의 뜻을 따라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학 졸업 후 미술작가로 활동하던 그에겐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줄곧 그림을 그려 왔고,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미술작가로서 활동했지만, 그는 스스로 그의 그림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당시에 작가인 내가 봐도 내 그림은 사실 별로였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그는 ‘못 그린 것처럼 보이는 내 그림이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인다면 꽤 좋아 보이지 않을까’ 하는 발상을 하게 됐다. 미술작가로 활동하던 그는 당시 대학 외래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애니메이션에 대한 그의 막연한 관심이 작용한 것인지, 뜻밖에도 그에게 새롭게 생기게 될 한 대학의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의 교수직에 대한 제안이 들어 왔다. 2000년 당시 만화 애니메이션 교육은 국내에서 시작 단계였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전문 교수가 흔하지 않았다. 그도 배워서 가르쳐야 할 상황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직접 학생을 만나고, 그들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교육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다”며 교직을 수락했다. 그리고 그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예술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전임교수로 재직했다.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였던 김 씨는 어린이 영화제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는 부산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세계적인 영화의 도시로 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영화의 도시’ 부산이 영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정작 미래 영화인을 육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의 대안은 어린이들에게 영화를 보게 하고, 영화를 만드는 체험 기회를 제공하자는 꿈을 갖게 됐다. 그리고 2003년부터 부산 지역 다른 예술인과 함께 어린이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3년간 이리저리 일을 꾸몄다. 그 결과, 2005년에 사단법인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 조직위원회가 설립됐고, 2006년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의 첫 막이 올랐다. 지난해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로 이름을 바꾸며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참여의 폭을 넓혔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BIKY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어린이들을 미래의 영화인으로 육성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영화제 영화를 통해서 정서를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요즘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한다. 이런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영화가 편한 친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조직을 오랫동안 이끄는 것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역시 12년 동안 집행위원장 직을 맡아오면서 사회적 무관심에 부딪혀 왔다. 그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영화제는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이 일의 가치에 대해 설득해야만 했다. 그는 “흔히 큰 일에는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많지만, 작은 일엔 나서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BIKY는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영화를 함께 즐기는 문화축제다. 이 영화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국내외 상영작을 보여주고 그들이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 심사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올해 열리는 제11회 BIKY는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7월 19일에서 24일까지 개최된다.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작년부터 만든 슬로건 ‘달라도 좋아(We are All Unique)가 BIKY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제11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미지

김상화 씨는 매주 화요일 저녁 부산 지하철 수영역에 있는 문화공간 쌈(SSAM)에서 열리는 ‘쌈수다’라는 문화행사의 기획과 진행도 맡고 있다. 쌈수다란 부산 지역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30-40대 문화예술인이 시민들과 만나 수다를 떠는 모임이다. 그는 이곳에서 부산의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의 만남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쌈수다를 통해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총 242회의 예술인과 시민들의 뜻깊은 만남들을 성사시켰다. 쌈수다는 부산지역 예술인들이 시민들과 만나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시간이 되고 있다. 또, 가까이에서 예술인을 만나기 어려운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신선한 문화 향기를 건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지난달 5일 동화작가 한정기 씨와 함께한 쌈수다에서 김상화 씨가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 김상화 씨는 새해가 되면 아는 사람들에게 손수 그가 그린 연하장을 돌린다. 김 씨가 올 신년 연하장을 쓰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김상화 씨는 문화와 예술에 관한 많은 일을 해왔다. 그가 하는 일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이었다. 요즘 그는 오히려 계획하지 않고 의도하지 않으면서 우연히 사람들을 만나고 우연히 나타나는 일을 기대하고 산다. 그래서 그는 그 스스로를 ‘노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자유로움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예술도 하고 싶다는 의미란다.

그는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있는 권리이고, 그 권리는 스스로 찾는 것이다. 흔히들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데, 그 복(福)을 직접 찾길 바란다”며 새해 소망을 전했다.

▲ 김상화 씨가 <시빅뉴스> 기자에게 건넨 연하장. “달라도 좋아 참 좋은 당신”은 BIKY의 슬로건이고, “남에겐 봄바람, 나에겐 갈서리”란 남에겐 친절하게, 자신에겐 엄격하라는 의미에서 그가 전한 말이다(사진: 취재기자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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