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계 발자취 지워주는 ‘디지털 세탁소’ 성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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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세계 발자취 지워주는 ‘디지털 세탁소’ 성황
  • 취재기자 윤영한
  • 승인 2015.12.18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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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의뢰인이 남긴 기록, 개인정보 찾아 정리..."잊혀질 권리 보장"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사이버 세상에서는 남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인터넷상의 자신의 기록이다. 인터넷을 이용하고, 인터넷에서 활동한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이 인터넷을 통해 작성한 글과 개인 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고 때로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유통되기도 한다. 글 속에 남겨진 사는 곳, 출신지, 출신학교, 이메일 주소, 계좌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누군가가 캐내서 이를 악용한다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한 재수생이 명문대에 합격한 친구를 질투한 나머지 친구의 개인정보를 도용하여 본인이 합격을 자진해서 취소한 것처럼 신청해서 대학 합격을 취소시킨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올해 초에 있었던 명의 도용으로 인한 대학 수시합격 취소 사건을 다룬 연합뉴스 기사

이렇게 자신에게 칼날이 되어 돌아오기도 하는 ‘인터넷 발자취’를 지우기 위해서는 직접 글을 남긴 사이트에 가서 지우거나, 해당 사이트에 작성한 글을 삭제해달라는 문의를 넣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자신의 과거 디지털 상의 모든 기록을 대신 지워주는 ‘디지털 세탁소가’ 성행하고 있다.

디지털 세탁소는 의뢰인들의 유출된 개인정보를 찾아서 삭제하거나 과거에 곳곳에 남긴 기록들을 지워주는 대리인 역할을 한다. 추가적으로 의뢰인에 대한 비방 등 명예훼손 기록에 대한 법률지원을 대행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한참 보급되고 사용되던 시절엔 연예인이나 정치인, 기업체 등 온라인 평판에 민감한 몇몇 사람들만 사용하던 서비스였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개인정보 도용 피해가 많아지자, 지금은 디지털 세탁소가 대중화됐다.

취업준비생 차모(24, 부산시 중구) 씨는 대기업들이 입사 지원자들의 인터넷 기록을 검색해본다는 얘기를 듣고 불안한 마음에 디지털 세탁소에서 서비스 상담을 받았다. 과거에 여러 인터넷 사이트에서 자신이 남긴 비방이나 욕설 게시물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차 씨는 “여태껏 사용한 계정들을 지우기는 아쉽고 글을 하나하나 지우자니 너무나 복잡해서 업체에 문의했다. 나 같은 경우는 60만 원 정도가 든다고 해서, 서비스를 받을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차 씨의 사례처럼 타인의 개인정보를 남이 쉽게 검색할 수 있는지, 시빅뉴스 윤영한 기자가 주로 사용하는 이메일 주소를 구글 검색창에 검색해 보았다. 몇 년 전 인터넷에 남긴 글부터 당시 군복무 중이라 수령하지 못했던 경품 이벤트 당첨 사실도 나타났다. 심지어, 나이가 어려 치기가 넘칠 때 인터넷에 작성한 욕설 게시물도 있었다. 누군가가 악의를 품고 이러한 내용을 찾아서 퍼트린다면, 당사자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 구글에서 시빅뉴스 기자의 이메일 주소를 검색한 결과, 무려 6년 전에 작성한 댓글도 조회가 가능했다(사진: 구글 캡처).

국내 최대의 인터넷 세탁소 업체인 S사의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뱉은 말은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지만 온라인상에서 남긴 글은 그렇지가 않다. 이렇게 작성된 게시물은 족쇄처럼 남아 작성자를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사람에겐 잊힐 권리가 있다. 우리 회사는 이러한 잊힐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터넷 세탁소뿐만 아니라 ‘인터넷 장의사’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사망한 사람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각종 웹사이트 아이디 등을 조회하여 이를 대신 정리해주는 것이다. 직장인 류장훈(32, 울산시 남구) 씨는 “페이스북 사용 중 죽은 친구의 생일 알림이 뜨는 것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이러한 서비스가 있다면 돌아가신 분은 물론이고 남은 사람에게도 좋을 것 같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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