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음료 아닌 시간과 공간을 판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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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음료 아닌 시간과 공간을 판매합니다”
  • 취재기자 김소진
  • 승인 2015.11.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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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 '안티카페' 등장... 이용 시간만큼 요금 지불, 커피는 공짜

최근 커피 판매를 주된 목적으로 한 기존의 카페와는 달리 커피가 아닌 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찾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수요에 맞춘 역발상 ‘안티카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안티카페는 차가 아닌 휴식을 파는 개념으로, 유럽에서 시작된 카페 운동의 하나다. 안티카페는 커피 등 기본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카페에서 보낸 시간에 대한 요금을 계산하는 이른바 ‘시간제 카페’를 말한다.

취업준비생 김나봄(25, 부산 동래구 명장동) 씨는 카페에서 주로 취업 공부를 한다. 오랜 시간 카페에 앉아 공부하기 때문에 그동안 김 씨는 종업원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김 씨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6~7시간씩 카페에 있다 보니 종업원 눈치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었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정소영(23, 부산 서구 대신동) 씨도 30분 정도 친구를 기다리는 데 4,000~5,000원씩이나 하는 커피 가격이 부담스러워 주문하지 않은 채 종업원 몰래 카페에 앉아 있다 나오곤 했다. 정 씨는“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카페에 앉아 있으려니 자연 종업원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간제 카페’는 이들처럼 오랜 시간 카페를 이용하거나 잠깐의 휴식공간을 찾는 소비자들이 수요에 맞게 스스로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맞춤 신 개념 카페다.

▲ 부산 남구 경성대 근처 시간제 카페 내부 모습(사진: 취재기자 김소진).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 근처의 한 카페는 이러한 안티카페 운동에 착안하여 지난 9월부터 기존의 카페 이용방법에 병행하여 ‘원데이 이용권,’ ‘텐미닛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 카페 이용 방법(요금제) 안내문(사진: 취재기자 김소진).

‘원데이 이용권’은 1만 원만 내면 하루 종일 이용이 가능한 요금제다. 하루 이용요금 1만 원에 아메리카노가 무제한이며, 개인 사물함도 제공된다. ‘텐미닛 요금제’는 10분 단위로 요금이 부과되는 요금제로, 짧은 시간 카페 이용이 필요할 때 이용하면 된다. 10분에 500원의 요금이 부과되고, 한 시간 이후부터는 10분당 400원이며, 아메리카노와 주스 중 기본 음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이용객 엄세연(26, 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싼 가격으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끝마칠 때까지 카페를 이용할 수 있음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엄 씨는 “평소 카페에서 장시간 업무를 볼 때가 많아 종업원들의 눈치가 많이 보였는데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이런 카페가 더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잠시 시간을 보낼 곳이 필요해 카페를 찾았다는 또 다른 이용객 함혜주(22, 부산 영도구 동삼동) 씨도 “다른 곳보다 싼 가격에 잠시 머무르다 갈 수 있어서 카페의 시간제 요금이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카페 종업원 조효원(20) 씨는 이러한 시스템이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카페를 찾는 이용객들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 말한다. 조 씨는 “시험기간에 공부할 공간이 필요한 학생들이나 짧은 휴식 시간에 머무를 곳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카페 이용을 추천한다”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여유를 느끼고 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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