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취업률은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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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취업률은 믿기 어렵다
  • 김현숙
  • 승인 2013.01.1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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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의 대학 졸업생 취업률 높이기 방침에 따라 대학들의 취업률 통계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전체적인 숫자는 늘어나는 반면 취업의 질은 떨어지는 등 일부 부풀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에서 발표하는 취업률은 70~80%에 육박하고 있다. 심지어 몇몇 전문대학에서는 취업률 100%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이렇게 각 대학의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주당 18시간 이상 일하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일정 소득이 있는 자는 모두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6년부터 한국 교육개발원에서는 직업을 좀 더 세분화 하도록 명시했다. 새롭게 바뀐 한국교육개발원의 취업자 구분 지침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같은 시간제 일용직, 임시직도 취업자로 분류되며 대기발령자조차 정규직 취업자에 해당한다.

부산 K대학의 2005년 졸업자의 취업률은 70.5%, 게다가 취업자 중 64%가 정규직이며 나머지 36%는 비정규직이라 실질적인 취업의 질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주변 학과들만 살펴봐도 취업생 중 전공과 일치하는 직업을 가진 학생은 고작 15%정도이다. 전공일치는 고사하고 번듯한, 소위 평생직장이라고 불리는 직업을 가진 졸업생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다.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취업 자리를 찾지 못하고, 대학시절 일하던 식당에서 계속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윤 모 씨(27)는 “실업자나 다름없는 내가 왜 취업자로 분류되느냐. 대학의 취업률 부풀리기에 자신도 한 몫 한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더군다나 각 학과들은 취업률이 당장 다음 해 신입생 모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졸업생들에게 취업의 질과는 상관없이 어느 곳에든 취업하기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K대학 취업지원팀 채승학 부장은 “임시직이나 심지어 시간제 일용직을 취업자로 분류하는 것이 부적합해 보이지만 주당 18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하는 것이 지침에 따른 원칙이다. 대학 취업률은 대학의 경쟁력이나 마찬가지이다. 취업난은 갈수록 심각해져 간다고 하지만 매년 졸업생 취업률 통계는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것은 자체적으로 조사를 수행하기 때문에 각 대학마다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취업률의 ±10의 오차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취업률 조사지침서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각 대학으로 내려온다. 취업률 조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사하는 과정에서 취업률이 부풀어졌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를 검증할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깨끗하고 정확하게 조사하는 법은 정부에서 직접 하는 것이나 이를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청년실업이 높다는 국민들의 원성에 정부에서는 1조 5000억원을 들여 '일자리 지원 정책'을 벌였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지원 사업이 인원 부풀리기, 부실한 사업 구성, 부처별 중복 사업 등으로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대졸 미취업자 등을 해외시장 개척요원으로 파견하는 사업을 벌였으나 선발인원 확대로 결격인원이 파견되고, 수출실적 없는 후견기업이 선정되거나 어학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파견하는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1999년 출범한 이 사업은 취업률을 높이는 등 한 동안 효과가 있었으나 2004년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고려돼 대상 인원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강 모 씨(26)는 “석사, 박사도 실업자 되는 시대이다. 정부는 청년실업을 줄이기 위해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일자리 지원 대책보다는 정년을 현재보다 줄여 더 많은 청년을 고용하도록 하고, 퇴임 후 장년층들을 위한 실버산업이 발전되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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