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사고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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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사고를 한다고?"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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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사람

제 얼굴은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재기발랄한 차원의 독창적인 끼와 거리가 멉니다. 얼굴이 좀 크고 넙적하며 사각형의 몽골리언 스타일이지요. 좋게 얘기하면 전형적으로 남자다운 우량한 얼굴입니다. 그런데 사각형 얼굴이 좀 딱딱하게 생긴 쪽에 가까워서 군인처럼 생겼다고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제 사주팔자에 직업 군인을 하면 장군감이었을 거라는 말도 들었고요. 하지만 제가 광고회사를 다닐 때 사람들은 대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고가 참 독창적이시겠네요. 아이디어가 톡톡 튀시겠네요?” 제 생긴 모습과 전혀 달리 사람들은 절 그렇게 끼 있는 사람으로 보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건 단 하나 만의 이유입니다. 단지 광고회사 다니면서 광고 일을 한다는 이유!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절 그렇게 독창적 사고를 하는 인간으로 보았던 겁니다. 한마디로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광끼 넘치는 인간으로…

독창적인 사고

광고에 있어서 가장 커다란 통념 중에 하나는 광고하는 사람은 독창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 그렇게 생각합니다. 광고라는 일을 그림으로 그리라면 대개 광고하는 사람 머릿속의 독창적인 사고가 반짝반짝 거린다는 의미에서 전구불을 그립니다. 하지만 광고 일을 한다니까 절 그렇게 독창적인 인간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제가 해주고 싶은 얘기는 광고라는 일이 생각만큼 독창적인 사고가 가장 중요하지 않다는 거지요. 그건 고정관념이자 통념이며 편견이고 착각이자 오해입니다. 독창적인 사고부터 하면 오히려 잘못되기 쉽지요. 독창적 사고만을 통해 행하여지는 광고들은 거의 실패하는 법입니다. 독창적 사고만으로 똘똘 뭉친 광고인은 어리석은 광고인이지요. 독창적인 사고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전략적 사고입니다. 독창적인 사고는 반드시 그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해서 나오는 것이어야 하지요.

전략적인 사고

독창적 사고와 전략적 사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독창적 사고가 자기중심의(inside out) 생각이라면, 전략적 사고란 바깥 중심의(outside in) 사고입니다. 음악이나 미술, 영화와 같은 예술이라면 독창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남의 생각보다 자기 생각이 더 중요하지요. 피카소와 같은 예술가들은 그들 작품의 독창성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광고는 마케팅이자 브랜딩을 하기 위한 비즈니스 활동이므로 전략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이 그림에서 사람의 머리는 아까 독창적 사고의 머리처럼 내 머리가 아니라 남의 머리입니다. 이 남의 머리를, 쉽게 말하면 소비자의 머리를 얼마나 잘 움직이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그래서 광고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기보다 더 정확히 얘기해서 소비자 머리를 움직이는 기술인 공학(advertising engineering)입니다. 광고를 해서 사람들 머리를 움직이지 못했다면 그 광고는 아무리 독창적 사고의 산물이라 한들 아무 소용가치가 없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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