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실화극 영화 '암수살인'에 유족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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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실화극 영화 '암수살인'에 유족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
  • 취재기자 류효훈
  • 승인 2018.09.2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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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측 "최대한 각색", 유족 측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 영화에서 오빠가 살해된 사건을 볼 뻔" / 류효훈 기자
런던동아시아영화제 등 해외 초청작이 된 영화 <암수살인>이 유족의 동의 없이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아 문제가되고 있다(사진: SHOWBOX).

“일곱, 총 일곱 명입니다. 제가 죽인 사람들예.”

“이거 못 믿으면 수사 못한다. 일단 무조건 믿고, 끝까지 의심하자.”

감옥에서 7건의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쫒는 형사들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다룬 영화 <암수살인>의 줄거리다.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이목을 끄는 영화 <암수살인>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족으로부터 지난 20일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 <암수살인>은 S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감옥에서 온 퍼즐편에서 다룬 암수범죄(暗數犯罪, 공식적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범죄)를 모티프로 제작됐다. 문제는 2007년 부산에서 일어난 한 살인 사건을 영화의 소재로 사용하면서 발생했다. 살인 사건의 유족에게 영화의 소재가 된다는 얘기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자신의 오빠가 살해된 사건을 영화관에서 볼 뻔했다고 피해자 동생 박진영(가명, 46) 씨는 얘기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된 사건은 2007년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이모 씨가 사법 고시를 준비하던 박 씨 오빠를 어깨를 부딪혔다는 이유로 접이식 칼로 목과 허리를 찔러 살해하고 인근 건물 지하로 옮겨 불을 지른 사건이다.

같은 조선일보의 보도에서 박 씨에 따르면, 사건연도만 다를 뿐 극 중 인물의 나이, 범행 수법 원래 사건과 똑같이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씨는 “오빠가 범인 칼에 찔린 지역까지 그대로 묘사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제작사 '필름 295' 측은 “암수살인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제작사는 영화가 모티프한 실화의 피해자 유가족분들게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영화는 공식적인 범죄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채 잊혀가는 범죄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수사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는 취지에서 제작됐다고 제작사는 얘기했다.

또, 제작사는 “실화에서 소재를 얻었으며 암수범죄를 파헤치는 형사를 중심으로 제작됐다”며 “특정 피해자를 암시할 수 있는 부분은 관객들이 실제인 것처럼 오인하지 않도록 제작과정에서 제거하고 최대한 각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작사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분들이 상처를 받을 실 수 있다는 점은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해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늦었지만 제작사는 실제 피해자의 유가족분들과 충분히 소통을 거지며, 앞으로 마케팅 및 홍보 과정에서도 유가족들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제작사의 해명에도 네티즌들은 피해자 유족과의 협의도 없이 영화 제작에 착수한 점을 꼬집어 제작사 측을 비판했다. 네티즌 A씨는 “피해자 유족 가족이 받을 고통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며 “남의 비극은 제3자에게는 희극이냐”며 지적했다.

남의 죽음과 고통을 보면서 스릴을 느끼며 즐기는 영화사라고 비판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그는 “팩트 그대로 차용해서 영화화하려고 했으면 시나리오 단계에서 피해 유가족들과 최소한의 협의와 동의를 부탁하는 과정이 있어야했다”며 “아무리 공론화되지 않고 묻힌 사건이라고 대놓고 제작하는 영화는 영화가 아닌 쓰레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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