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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 1.3%포인트 하락?...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 보도를 다시 생각하며/ 편집위원 양혜승

하루가 멀다 하고 참 많은 뉴스가 쏟아진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 관련 뉴스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이 몇 퍼센트 올랐다거나 내려갔다는 뉴스가 매주 쏟아진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기사가 한둘이 아니다. 표집오차(혹은 표본오차)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필자는 시빅뉴스의 칼럼을 통해 이미 이런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대선 후보자 지지율 그래프, 새로운 형태를 제안한다”, 2017년 2월 6일 황령산칼럼). 선거 후보자 간의 지지율이 표집오차 범위 내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는 것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었다.

표집오차는 선거 후보자 간의 지지율 비교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나 개별 정당의 지지율 변화를 보도하는 데에도 표집오차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꼭 필요하다.

7월 9일자 중앙일보 기사를 보자. “문 대통령 지지율 두 달 반 만에 70%대 붕괴”라는 제목의 기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CBS 의뢰를 받아 지난 2~6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69.4%를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일주일 전보다 2.2%포인트 내린 것으로..."

이 조사는 7월 첫째 주에 실시되었다. 표집오차는 ±4.4%포인트다. 여기서 ±4.4%포인트란 실제로 모집단을 조사했을 때 예상되는 조사결과와의 통계적 오차다. 500명이라는 적은 수의 인원으로부터 응답을 받았기 때문에 고려해야하는 오차다. 표집오차가 ±4.4%포인트라면 두 조사의 지지율 수치 사이에 8.8%포인트가 넘는 차이가 있을 때라야 지지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8.8%포인트 이하의 차이는 그저 우연에 의한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두 조사가 각기 다른 응답자를 표집한 결과 생기는 우연의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기사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일주일 전보다 2.2%포인트 내린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차이를 유의미하게 해석했다. 옳은 보도가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정당 지지율 조사를 보면, 500명에서 1500명 수준의 표본크기를 갖는 경우가 많다. 응답자가 500명인 경우 표집오차는 ±4.4%포인트다. 이때는 지지율 변화가 8.8%포인트를 넘어야만 유의미한 변화다. 응답자가 1500명인 경우 표집오차는 ±2.5%포인트다. 이때는 지지율 변화가 5.0%포인트를 넘어야만 유의미한 변화다. 따라서 요즘 접하는 언론보도 대부분에서 지지율 변화가 최소 5.0%를 넘지 않는다면 통계적으로는 무의미한 변화다. 말하자면 지지율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언급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7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 1.3%포인트 하락한 68%”(머니투데이, 2018년 7월 12일). 하지만 이 조사의 응답자 수는 약 1500명이었다. 그래서 표집오차는 ±2.5%포인트였다. 이 상황에서 1.3%포인트 하락은 의미 없는 변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락”이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변할 수 있다. 올라갈 수도 있고 내려갈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표집오차 범위를 벗어났을 때라야 그 변화를 언급하는 것이 옳다.

대통령이나 정당 지지율 조사는 대체로 언론사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다. 따라서 언론사 입장에서는 조사의 결과에서 뭔가 그럴 듯한 뉴스거리를 찾고 싶을 수 있다. 지지율에 변화가 없다는 뉴스보다는 지지율이 올랐다거나 내려갔다는 뉴스가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뉴스를 위한 뉴스'를 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침소봉대는 옳지 않다. 지지율 변화가 표집오차 범위 내에 있어 큰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면 덤덤하게 그렇게 보도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다.

여론조사 담당 기자들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지극히 의심스러운 때가 많다. 표집오차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기사를 그렇게 쓰고 있다면 그건 옐로우 저널리즘(수용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선정적 보도를 추구하는 행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제대로 된 지식을 갖지 못해 그런 기사를 쓰고 있다면 언론의 전문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다. 어떤 상황이든 부끄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대통령 지지율이든 정당 지지율이든 기사의 마지막엔 대체로 이런 문구가 곁들여지곤 한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OOOO(여론조사기관)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라고. 하지만 해당 홈페이지를 일부러 찾아가 정보를 ‘참조’하는 수용자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 조사의 결과는 기사 속에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어야 마땅하다. 궁금하면 찾아가서 알아보라는 불친절한 안내는 올바르지 않다. 범죄사건에 대해 궁금하면 모 경찰서에 찾아가서 알아보라고 기사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론조사는 각종 정치사회적 사안들에 대해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견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제대로 된 여론조사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제대로 보도하는 것도 몹시 중요하다. 그릇된 보도는 국민의 뜻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은 뉴스를 위한 뉴스 만들기에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뉴스의 과잉 시대다.

편집위원 양혜승  reporter1@civic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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