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나부끼는 새마을 운동 깃발...느닷없는 게양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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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나부끼는 새마을 운동 깃발...느닷없는 게양의 이유는?
  • 취재기자 신예진
  • 승인 2018.04.2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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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22일 새마을의 날 맞아 일주일간 게양..."구시대 향수" vs "국가기념일 축하" 갑론을박 / 신예진 기자

1970년대를 다룬 영화에서나 볼법한 새마을 깃발이 최근 부산 곳곳에서 나부끼고 있다. 이를 두고 시대와 맞지 않다는 지적과 우리나라를 발전시킨 의미 있는 운동을 상징하는 깃발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25일 오후 3시 30분경 부산 가야역 근처 가야대로. 초록색 깃발들이 8차선 도로 양 옆에서 휘날리고 있다. 이것은 다름 아닌 근대화의 상징인 새마을 깃발이다. 초록색 바탕에 노란색 동그라미, 그 안에 초록색 새싹이 새마을 깃발의 마크다. 깃발 하단에는 궁서체로 새마을이라고 적혀 있다.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 운동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농촌을 근대화시킨다는 취지로 시작한 정부 주도의 지역사회 개발운동이다. 당시 정부는 관공서와 기업체의 국기 게양대에 태극기와 함께 의무적으로 새마을 깃발을 게양하게 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자율 게양으로 바뀌면서 새마을 깃발은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갑자기 새마을 깃발이 부산을 수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 진구청은 새마을 깃발이 22일 '새마을의 날'을 맞아 게양됐다고 설명했다. 새마을의 날은 국가기념일 중 하나다. 그러나 구청에서 이를 준비한 것은 아니다. 부산광역시 새마을회에서 주관했다. 새마을회는 각 구·군마다 있는 지원 조례에 따라 새마을 깃발을 꽂았다.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새마을운동조직 육성 및 지원' 조례에 따르면, 새마을 지도자의 사기 진작을 위해 행사가 있을 경우 깃발 게양이 가능하다. 새마을 깃발은 구청, 동 주민센터, 그 밖의 공공기관에서 태극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구청 관계자는 “새마을의 날을 기념해 새마을 각 구 지부에서 깃발을 일주일 정도 게양하기로 했다”며 “구청에서 허가를 내주는 사항이 아니라 새마을회가 유관단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협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가야대로 679번길의 가로등에 게양된 새마을 깃발(사진: 취재기자 신예진)

그러나 새마을 깃발을 향한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깃발 게양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이들은 “그 시대의 정책과 기조가 오늘날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최모(36, 부산시 남구) 씨는 “우리나라가 새마을 운동으로 근대화를 이뤘다고 해도 시대가 많이 변했다”며 “명분과 목적을 상실한 게양은 지양해야 한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대학생 심모 씨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단호하게 말하진 못하겠지만, 박정희와 유신시대에 대한 향수가 아닐까 생각된다”며 “태극기가 걸려있던 곳에 새마을 깃발이 자리 잡으니 조금 이질적이다”라고 말했다.

새마을 깃발 게양을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새마을 깃발을 두고 벌어진 논쟁이 불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학생 박모 씨는 “강제도 아니고 자율로 달았는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물론 지금은 새마을 운동이 필요한 시기는 아니지만 국가 기념일인 새마을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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