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고, 뛰고, 흔들고...'락'이 여름을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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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고, 뛰고, 흔들고...'락'이 여름을 달궜다
  • 취재기자 장가희
  • 승인 2014.09.0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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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삼락공원 락 페스티벌, 음악과 춤으로 젊음을 만끽

여름밤의 열기가 뜨겁다. 메인 무대 앞에서 남녀노소가 뒤섞여 음악에 맞춰 괴성을 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음악은 고막을 찢을 정도로 ‘하드’ 했다. 춤은 정해진 게 없었다. 느낌가는 대로 자신만의 방식대로 몸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소리는 정해진 타이밍에 맞춰 지르는 게 아니고 자기가 지르고 싶을 때 내지르는 함성이었다.

이곳은 락 공연이 펼쳐지는 부산 삼락생태공원이다. 8월 15일부터 18일까지 ‘제15회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Busan International Rock Festival)’이 이곳에서 열렸다. 이번 락 페스티벌은 태풍 ‘할롱’ 때문에 한 주 미뤄졌다. 락도 태풍 같은 음악인데, 요새는 안전이 우선이다 보니 태풍을 피해가야 했나보다.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은 2000년부터 시작된 부산의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다. 다른 지역의 락 페스티벌과 달리 무료다. 1회와 2회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렸고, 3회부터 11회까지는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열렸다. 하지만 2011년 12회부터는 소음 민원이 거세 삼락 생태공원으로 장소를 옮겨와 15회를 맞고 있다.

▲ 제 15회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 입구(사진: 취재기자 장가희)

대도시 부산에 소음에서 자유로운 장소는 없다. 삼락 생태공원 페스티벌도 소음 민원 때문에 매일 오후 2시에서 밤 11시까지 진행됐던 공연시간을 오후 3시에서 밤 10시로 2시간 단축됐다. 심야 락 클럽인 ‘클럽 뮤직 라운지’도 올해는 운영하지 못했다.

개막 첫날인 15일에는 중국밴드 SMZB와 국내 밴드인 디어 클라우드, 피아(PIA), 몽니(MONNI), 16일에는 예리밴드, 딕펑스, 전인권 밴드, 17일에는 일본밴드 NYF, 에브리싱글데이, 로맨틱펀치, 그리고 신중현 그룹 등 21개팀이 무대에 올랐다.

축제 기간 동안 날씨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삼락공원은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이미 젖어 있었다. 하지만 락 페스티벌을 찾은 사람들은 게의치 않은 듯했다. 아니 젖은 날씨를 즐기는 듯했다. 락 공연에 빠지지 않는 물뿌리기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락 페스티벌을 찾은 대학생 김재연(23, 부산시 중구) 씨는 관중석 사방에서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는 광경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도 곧바로 그들과 하나가 되어 옷과 신발이 엉망이 되는 것을 잊고 물을 맞으며 음악을 즐겼다. 김 씨는 “옷과 신발은 세탁하면 다시 깨끗해지지만,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락 페스티벌이 이렇게 재밌는 곳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 타임테이블과 지도(사진: 취재기자 장가희)

이번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프린지 페스티벌이었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대학생과 직장인, 신인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시간으로, 프로 밴드들을 위한 메인 무대뿐만 아니라 신인들의 작은 무대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8월 중순, 오후 3시의 햇빛은 뜨거웠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도 그 곳에 온 관람객들을 지치게 하지는 못했다. 정확히 3시 30분에 시작된 첫 번째 무대 앞에는 이미 락을 즐기기 위해 찾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직장인 김수진(3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친구들과 함께 락 페스티벌을 찾았다. 그는 때로는 점프를 하고, 때로는 이름 없는 춤을 추며, 락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었다. 김 씨는 “여기서는 자신이 어떤지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스꽝스러운 춤을 춰도 용서가 된다”고 전했다.

가족과 연인 단위로 락 페스티벌을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돗자리나 텐트를 치고 맥주를 한 잔씩 하며 자기 나름대로 락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었다. 직장인 배민환(28,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여자 친구와 락 페스티벌을 찾았다. 그는 락 페스티벌에 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인터넷에서 락 페스티벌 준비물을 검색해보고 장화와 돗자리를 챙겼다. 배 씨는 평소 락을 특정인들만 즐기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배 씨는 “락은 하드코어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보니 생각보다 락 음악에 문외한 나도 즐길 수 있는 음악들이 되게 많아서 놀랍다”고 말했다.

▲ 물을 맞으며 페스티벌을 즐기는 관객들(사진: 취재기자 장가희)

해가 저물수록 열기는 더욱 뜨거워 졌다. 대학생 노창환(23, 울산시 중구) 씨는 전인권 밴드를 보기 위해 멀리서 부산 락 페스티벌을 찾았다. 그는 여름이 되면 전국의 락 페스티벌을 즐겨 찾는다. 그도 처음부터 락 음악과 친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락 페스티벌로 이끈 주역이 전인권 밴드다. 친구 따라 간 락 페스티벌에서 전인권 밴드를 보고, 그와 엄청난 세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아들이는 흡입력에 전인권 밴드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그때가 밤 9시라 지칠 법도 했지만, 노 씨는 가수와 함께 목청껏 노래를 따라 부르고 뛰고 또 뛰었다. 노 씨는 “지금 이 노래와 이 시간이 나에게 힐링인데 어떻게 지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락 음악 하면 머리를 뱅뱅 흔드는 ‘헤드뱅잉’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음악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 동안 인기가 있었던 SBS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TvN 드라마 <갑동이>의 OST를 락 밴드 에브리 싱글데이가 부른 다음부터 락은 점점 사람들과 친해지고 있다. 락 페스티벌에서도 밴드 에브리 싱글데이가 노래를 부를 때, 관객들은 함께 큰 소리로 따라 불렀다. 전인권 밴드의 보컬 전인권은 노래를 부르는 중간 중간 “내가 너희 마음을 안다!”를 열 번을 넘게 외쳤다.

이렇게 부산 국제 락 페스티벌은 락도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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