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일본 음식이 젊은이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음식인 ‘스시’는 인기는 높지만 값이 비싸 젊은이들이 맛보기 어렵다. 하지만 라멘, 덮밥, 우동 등 대중적인 일본 음식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상권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부산 남구 대연동 부경대학교 인근의 ‘겐로쿠 우동’에는 요즘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업주 한향(38,부산 동래구) 씨는 “최근 일본 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인지 일본 음식을 찾는 대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겐로쿠는 지난 2013년 개업한 일본식 우동집이다. 한 씨는 “개업할 당시만 해도 주변에 칼국수집들은 많아도 일본 우동집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며 “요즘에는 라멘집을 비롯한 일본 음식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주변에 일본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지만 일본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전체 시장 규모가 커져 전망이 어둡지 않다는 게 업주들의 진단이다.
겐로쿠 우동의 가격은 보통이나 곱배기 모두 7000원. 면은 무한리필이다. 겐로쿠 우동을 즐겨 먹는다는 안소희(22, 부산 서구) 씨는 “지도리(닭고기)우동을 먹었는데 국물이 진하지만 짜지 않아서 계속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원들이 늘 손님들한테 ‘맛이 어떠냐’고 확인하면서 피드백을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라며 “학교 주변에서 값싼 일본식 우동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학교 인근의 일본식 라멘집 ‘아카렌’에도 최근 대학생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이 음식점 업주 차주영(37, 부산시 기장군) 씨는 “예전에 푸짐한 음식을 즐기던 한국 사람들이 갈수록 간편한 음식을 즐기는 것 같다”며 “라멘은 짧은 시간에 먹을 수 있는 데다 새로운 맛이어서 젊은이들에게 제격”이라고 말했다.
2년 전 개업한 이 곳의 메인 메뉴는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탄탄멘’이다. ‘아카렌’을 자주 찾는다는 이현지(22, 경남 창원시) 씨는 “일본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탄탄멘이 대학가에 나타나 놀랐다”며 “값도 싸고 국물에 말아먹을 수 있는 공기밥도 무한리필이이서 ‘가성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아카렌의 탄탄멘은 진한 육수, 매콤한 국과 쫄깃한 면발이 특징이다. 고명은 부추를 쓴다. 가격은 6900원에 밥이 무한리필이다.
일본 음식 붐은 일본 여행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2017년 주요국 한국인 출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는 일본이 714만 120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 같은 일본 방문객 수는 2위 베트남(241만 5245명)에 비해 3배 가량 많은 것이다.
일본 여행을 알선하는 안모(45, 부산 동래구) 씨는 “대마도에서 일본 햄버거를 먹어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도 ‘일본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말을 한다”며 “음식을 통한 문화 체험이 일본 음식 붐을 일으키게 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효정(23, 경남 양산시) 씨는 최근 3년간 일본을 5회 방문할 정도로 일본 여행을 즐긴다. 그는 “일본 사람들은 화려한 단체 밥상보다는 소박한 ‘1인 상’에 익숙한 것 같다”며 “과식을 할 수 없게 하는 일본 음식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민성(24, 부산 금정구) 씨는 “친구들과 모임을 가질 때 대부분 일본 요리를 먹는다”며 “우동이나 라멘은 언제 먹어도 맛있고 20대 취향에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