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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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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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바다 행사장

제가 우리 딸아이 학교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여자 고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2박3일 동안 학교에서 숙박을 하는데 이 행사 기간 동안 학부모들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이 2시간 정도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에 제 딸을 보러 간 것이죠. 여학생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그러는데 제 딸이 거기에 있어서 참 재미있는 행사였습니다. 재미있는 순서가 끝나더니 어느 여학생이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것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엄마나 아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하라고 하였습니다. 엄마·아빠가 안온 학생들끼리는 서로서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도 그래서 제 딸과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 딸도 그 행사의 감상적 분위기 때문인지 제법 센티멘털 해지더니 제게 말을 소곤소곤 잘 하더군요. 그런데 주위들 돌아보니 여학생들 대부분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 딸도 보니까 눈물을 흘리더군요. 전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잘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우는 거야? 남북이민 상봉장도 아니고 도대체 왜 우는 거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는데 더욱더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센티멘털한 감정

제가 보기엔 그렇게 펑펑 울 이유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우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곧 그 분명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적 이유는 저의 감수성과 여고생의 감수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여고생 때는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때라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슬피 울고, 나뭇잎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깔깔대며 웃을 수 있는 시기라고 합니다. 시커멓고 무심한 남자들이 보면 아무 슬플 일도, 별로 웃길 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렇습니다. 저의 감수성은 아무리 울라고 해도 안 울 정도로 메말라 있지만 여고생들은 눈물샘을 살짝만 건드려도 펑펑 웁니다. 한마디로 여고생은 센티멘털한 감정이 대단히 풍부했던 것이죠. 그렇다면 여고생들은 감수성이 높은 것일까요? 우리는 감수성이 높은 것을 이렇게 감정이 풍부하여 비가 오면 마음이 왠지 울적해지고 블루해 지며 눈물이 나는 센티멘털한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감수성이란 과연 그런 의미일까요?

센시티브한 감성

하지만 감수성이란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감수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감성지수(EQ)도 그런 감상적 차원의 센티멘털한 감정을 나타내는 수치가 아닙니다. EQ가 높은 사람은 남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사람입니다. 감수성이란 센티멘털한 감상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사물이나 현상에서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는 센시티브한 감성입니다. 센티멘털한 감정이 아무리 풍부해도 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상관하지 않고 자기 위주로 생각하며 자존심에 상처받으면 마음속의 화를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EQ가 매우 낮은 사람입니다. 지능지수 IQ가 높아 학습능력이 높은 사람과 비교하여 볼 때 감정지수인 EQ가 높은 사람, 즉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자기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자기 동기부여 능력과 같이 인간관계 능력이 높습니다. EQ가 높은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잘 읽고 이해하며 자기의 감정에 휩싸여 충동적이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타인의 감성과 나의 감성에 대해 센시티브한 것이죠. 한마디로 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센티멘털한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 센시티브한 감성이 예민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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