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더 파크’, 바가지 입장료에 시민들 볼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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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더 파크’, 바가지 입장료에 시민들 볼멘 소리
  • 취재기자 도근구
  • 승인 2014.06.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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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2만 원...가족 함께 나들이 왔다가 발길 돌리기도

지난 4월 25일, 부산 성지곡 동물원이 약 8년만에 “자연과 함께하는 따뜻한 만남”이라는 테마와 함께 ‘더 파크’라는 새 이름으로 개장했다. ‘더 파크’는 부산 유일의 동물원이라는 점과 약 1만 2000여 마리의 동물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부산 시민의 큰 기대를 받았지만,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시민들로부터 반쪽 개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더 파크’는 개장 첫 주말과 휴일에 하루 약 7,000여 명이 방문했고, 5월 3일부터 시작된 황금연휴 기간에는 하루에 약 1만 2000여 명의 나들이객들이 다녀가는 등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러나 대다수의 시민들은 동물원 방문에 대해 즐거웠다기보다는 즐거운 연휴를 망쳤다며 불만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특히 입이 떡 벌어지는 비싼 입장요금과 부족한 주차시설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동물원을 방문한 최미라(42, 부산시 금정구) 씨는 “남편과 아이와 함께 휴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동물원을 방문했지만, 1인당 2만 원에 육박하는 입장료 때문에 들어갈 때부터 기분을 망쳤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찾았다는 장문(25) 씨도 울며 겨자 먹기로 온 김에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동물원을 구경했다. 그는 동물원 안내책자와는 다르게 동물원 우리 안에는 엉뚱한 동물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실제로 캥거루가 있다고 표시된 우리 안에는 캥거루과 종류 중 하나인 몸집이 작은 왈라루가 살고 있었고, 전국 동물원 중 최초로 관람할 수 있다고 홍보된 흑표 자리에는 붉은 여우가 대신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수달이 있다는 우리에는 유해 동물로 지정된 뉴트리아가 있었고, 안내 책자에 있지도 않은 ‘개’도 전시되어 있었다. 장 씨는 “이건 손님을 우롱하는 것이다. 어이가 없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더 파크는 개장 후 한 달이 지난 5월 25일이 돼서야 캥거루와 흑표를 들여놓았다.

‘더 파크’의 입장요금은 성인 1만 9000원, 청소년 1만 7000원, 어린이 1만 5000원으로, 같은 동물원인 ‘서울대공원’ 어른 입장료 3000원보다 6배 이상 비쌌고, 대전 동물원인 ‘오월드’ 성인 입장료 1만 2,000원에 비해 7,000원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 더 파크’ 이용요금(사진: 취재기자 도근구)

   
▲ ‘서울대공원’ 이용요금(사진: 서울대공원 홈페이지)

더 파크 관계자는 “다른 시도 동물원과는 다르게 부산은 민간기업이 동물원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싼 입장료는 어쩔 수 없다. 입장료는 동물원 운영이 자리 잡으면 할인 정책을 다양하게 도입해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원이 비싼 요금으로 개장되는 과정에서 부산시가 특정 기업에게 특혜를 베풀어 ‘특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 시민들을 위한 동물원을 만들겠다는 염원 하에 2004년부터 동물원 공사를 진행했는데, 이때 시공을 맡았던 기업이 자금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중단된 공사를 다시 진행시키기 위해, 부산시는 시가 보증을 서서 대출을 받아 기존 시공사의 채무를 해결한 후, 지역 건설업체인 삼정기업에게 시공을 맡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시가 삼정기업에게 특혜를 줬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때 체결된 협약에는 ‘동물원 운영권자가 매수를 원할 시 부산시가 의무적으로 500억 원에 소유권을 매입한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만약 동물원에서 이윤이 나지 않을 경우, 운영권자인 삼정기업이 매수를 부산시에 요구한다면, 부산시는 그대로 빚과 함께 동물원 운영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이런 호조건 때문에 삼정기업이 동물원을 만들어 운영하게 되는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특혜의 골자다.

이 때문에 ‘더 파크’는 민간 기업인 삼정기업에게 입장요금 권한이 넘어가 민간 기업 주도하에 요금이 측정되어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더 파크 개장을 위해 부산시에서 엄청난 특혜를 제공했다. 그런 만큼 ‘더 파크’는 부산시민들의 공공성을 위해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입장 요금뿐만이 아니었다. 동물원 이용객 차량은 주말 평균 5,000여 대를 넘고 있었는데 동물원의 주차시설은 인근에 위치한 민간 주차시설을 모두 포함해도 주차대수는 800대에 불과해 이용에 차질을 빚었다.

▲ 더 파크’의 주차시설(사진: 취재기자 도근구)

현재 더 파크의 주차비용은 주중이나 주말 모두 10분당 300원씩인데 입장요금과는 별도로 주차시설 이용료도 내야한다. 만약 5시간 머문다고 하면 9000원의 주차비를 별도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비싼 입장요금과 별도의 주차비는 방문객들에게 큰 부담감을 주고 있었다. 손녀, 손자와 함께 동물원을 방문했다는 최모(63) 씨는 하루 동물원에 놀러 가는데 식구들 입장요금과 주차요금만 해도 10만 원이 들었다며 “너무 비싸 다시는 못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비싼 요금을 받고 있는 동물원의 운영과 관리 역시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4일 경에는 동물원에서 산양 새끼 세 마리가 울타리를 탈출해 시민들을 놀라게 했는데, 이마저도 13일이 지난 후에야 산양을 붙잡아 안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됐다. 이미 4월에 있었던 현장 점검에서 호랑이, 사자 등과 같은 맹수 우리의 쇠창살과 대형 유리의 부실 등이 지적되는 등 동물 탈출 가능성이 제기돼 왔는데, 더 파크 측이 이를 방치해 둔 것이다. 동물원 관계자는 “개장 일자에 맞춰 공사를 진행한 탓에 시범운영을 하지 못했다”며 “관리 개선과 안전 문제에 대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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