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간 일부 떼 주는 대학생 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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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간 일부 떼 주는 대학생 효심
  • 취재기자 조나리
  • 승인 2013.12.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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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이식 수술 예정..."아들로서 당연한 도리 아닌가요"
▲ 간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 강길원 씨를 위해 아들 강현욱 씨가 자신의 간 65%를 기증키로 했다(사진: 취재기자 조나리).

간암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을 기증하기로 한 대학생의 소식이 주위를 따뜻하게 하고 있다

여느 대학생들과 다름 없이 기말고사 시험 공부에 여념이 없는 부산 경성대 외식경영학과 강현욱(22) 씨는 이번 겨울 방학 기간에 간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65%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의 아버지 강길원(57) 씨는 2009년 처음 간암 판정을 받고 간암 부위를 떼어내는 간암절제술을 받았다. 간암은 다른 암보다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강길원 씨는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았지만,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올해 초, 강 씨는 재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간암이 재발해 색전술(간암 발생 부위에 화학 약품을 투입하여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액을 차단하는 치료법)을 받았다.

마지막 치료일거라 굳게 믿었지만, 지난 10월 강 씨는 다시 간암 재발 판정을 받았다. 의사에 의하면, 더 이상의 치료는 어렵고, 유일한 희망은 간 이식 수술을 받는 것이었다. 강 씨에게 간 이식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가족 중 젊고 건강한 그의 아들뿐이었지만, 강 씨는 아들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아들에게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재발 판정을 받은 날, 강 씨 부부는 시험 기간인 아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 했지만 집안에는 숨길 수 없는 적막이 돌았다. 아들 강현욱 씨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의 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울고 있는 아들 앞에 강 씨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간 이식인데, 네가 이식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먼저 물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아들은 눈물을 그쳤다. 이대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아들은 "그런 방법이 있다면 잘된 일 아니냐. 내가 이식하겠다"며 씩씩하게 답했다. 강현욱 씨는 대답도 못하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이후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병원으로 가서 간 이식이 가능한지 정밀검사를 받았다. 아버지와 아들의 혈액형이 다른 탓에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가족들이 한 마음으로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들의 간은 이식이 가능한 상태로 판명받았다. 오는 26, 아들은 수원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자신의 간 65%를 아버지에게 이식하기로 했다. 평소 무뚝뚝한 성격 탓에 아버지에게 애정표현도 잘 못하는 아들 강현욱 씨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린 아들로서 아버지를 향한 사랑을 가뜩 느꼈다.

이런 아들의 모습 앞에 아버지는 대견하기만 하다. 강길원 씨는 간암 투병을 하면서 주위 환자들의 얘기를 많이 듣게 되는데, 자식들이 간 이식을 약속하고 겁이 나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간은 자연히 재생된다고 하지만, (아무리 자식이라도) 자신의 간을 그렇게 떼어준다는 게 쉬운 일이냐며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들 강현욱 씨는 계속된 아버지의 칭찬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간 이식 후 1년 동안은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데, 그게 가장 걱정이다며 웃음으로 아버지를 안심시켰다그는 "아버지가 지난 4년 간 암이 재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매일매일을 사셨는데, 이제는 튼튼하고 건강한 제 간으로 걱정 없이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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