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은 미래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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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미래 희망인가?
  • 경성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박기철
  • 승인 2013.01.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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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은 희망

비젼인지 비전인지 ‘Vision'이란 말은 그 사운드가 참 기분 좋게 들립니다. 외국어지만 우리말처럼 들리는 친근한 단어입니다. 그 의미도 참 기분 좋다고 합니다. 비전을 희망이라고 해도 될까요? 하지만 굳이 어색한 우리말로 해석하지 않고 그냥 비전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가령 지도자의 자질 중에서 비전 제시 능력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를 희망 제시 능력이라고 해석하면 뜻은 맞는 것 같은 데 좀 어색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 자라고 한다면 다 알아듣습니다. 앞날에 대한 밝은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자 라는 뜻이구나 라고 말이죠. 그래서 ‘비전 = 희망'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등식이 과연 맞는 것일까요? 생각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비전은 능력

하지만 비전은 절대 희망을 뜻하는 허황된 단어가 아닙니다. 이보다도 더 분명한 의미가 담겨 있는 실질적 단어입니다. 비전을 앞날에 대한 밝은 희망이라고 할 때 비전은 잘못하면 허황된 ‘뻥'일 수도 있습니다. 지도자가 앞날에 대한 밝은 희망을 제시했는데 즉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것이 실현 불가능한 희망일 때 그렇습니다. 고급 사기꾼들의 핵심 무기가 바로 이 비전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렇게 될 것이라고 순진한 사람들에게 밝은 희망을 제시하며 사기를 칠 수 있습니다. 비전이란 앞날에 밝은 희망이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Vision이라는 영어 뜻 그대로 말하자면 비전은 ‘보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는 것이냐 하면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는 것입니다. 진정한 지도자는 되지도 못할 것을 가지고 가슴 벅찬 희망을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뻥을 치며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며 사람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실질적 능력이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비전

가령 어떤 회사 사장이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매출을 계속 늘려 앞으로 이 업계에 있어서 가장 큰 회사가 될 것이며 가장 월급도 많이 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조회 시간에 얘기한다면 이것은 이 회사의 앞날에 대한 벅찬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회사 사장이 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에서 절대 따라오지 못할 핵심 기술이 있기에 이 업계에 있어서 가장 앞서가는 회사가 될 것이며 가장 기쁘게 다닐 수 있는 알찬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들이 못 보는 것을 가지고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그것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 예전에 ‘스타벅스' 커피의 창업자인 슐츠(Howard Schultz)가 쓴 자서전, <커피한잔에 담긴 성공신화>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서 전 비전의 실체를 알 수 있었죠. 정말로 우습게 볼 수 있는 커피 한잔에서 남들이 못 본 것을 보는 능력, 즉 비전이 있었기에 스타벅스가 이렇게 성장·발전할 수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슐츠 회장은 처음부터 커피 전문점이라는 앞날에 대한 벅찬 희망을 가졌던 것이 아니었죠. “커피 한잔으로 고객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줄 수 있겠구나”라는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는 능력, 즉 비전이 있었기에 커피한잔으로 성공신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죠. 비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루려는 막연한 큰 꿈이 아니라 남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는 큰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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