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깨부수고, 던지는 ‘스트레스 해소 방’ 등장, 야구 배트로 마네킹 때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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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깨부수고, 던지는 ‘스트레스 해소 방’ 등장, 야구 배트로 마네킹 때리기도
  • 취재기자 차진영
  • 승인 2017.10.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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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뜨릴 접시 제공, 요금 시간당 1만~2만 5000원...안전사고 우려 헬멧 착용 필수 / 차진영 기자

‘쨍그랑!’ 고막을 울리는 날카로운 소리가 연이어 들린다. 곧바로 들리는 분노 섞인 고함소리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뭉게져 웅웅거린다. 통로를 따라 자리 잡은 몇 개의 방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깨고, 던지고, 부순다. 뿐만 아니라 악에 받쳐 소리 지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가감 없이 표출하는 이곳은 깨부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 방’이다.

스트레스를 깨부수고 던지면서 풀 수 있는 이색적인 ‘스트레스 해소 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학업성적, 취업난, 인간관계 등으로 현대인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 이곳에서는 본인이 스트레스 받는 만큼 원하는 대로 깨고, 부수고, 던질 수 있다.

최근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스트레스 해소 방’이 등장했다(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음악을 듣거나, 잠을 자는 것처럼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과는 다르다.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깨부수며 마음속에 있는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이곳은 SNS를 통해 알려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 방에서는 원하는 정도에 따라 일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접시나 가전제품 등을 깨부술 수 있다. 또 구비된 망치나 야구배트를 이용해 사람 모양의 마네킹과 타이어를 원하는 대로 때릴 수도 있다. 1시간 기준으로 최저 만 원부터 최대 2만 5000원 까지 요금을 내면 장비와 무기를 비롯해 접시가 제공된다. 요금제에 따라 접시의 개수가 차등 제공되고, 가전제품이 추가되기도 한다. 제공되는 접시와 가전제품은 재활용 자원이다.

‘스트레스 해소 방’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각종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안전상의 이유로 입장 전에는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서약서에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발생가능한 모든 사고 및 위험에 대한 완전한 책임을 본인이 스스로 부담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 헬멧을 비롯한 안전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만 방에 입장할 수 있고 술을 마신 사람이나 미성년자는 인지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서울에서 인기를 끌던 스트레스 해소 방이 부산에 생긴 것은 최근의 일이다. 부산 최초로 생긴 스트레스 해소 방은 개업한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루 평균 30~40명의 손님이 방문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스트레스 해소 방을 이용해 본 대학생 최호중(22) 씨는 “처음엔 접시를 던져본 적이 없어서 우물쭈물했는데, 접시를 하나씩 던지고 소리를 지르다 보니 정말 속에 있는 화가 줄어든 것 같다” 며 다음에도 화가 쌓이면 다시 올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 진구에서 스트레스 해소 방을 운영하는 최낙준 씨는 본 업장을 이용하는 손님의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했다. 최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방문하는 회사원부터 어머니의 스트레스를 풀어드리기 위해 엄마와 아들이 함께 오기도 했고, 50대 손님도 있었다”며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방문해 놀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해소 방’에서 보호 장비를 착용한 사람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구 배트를 휘둘러 물건을 깨트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스트레스 해소방’ 내부 바닥에는 깨진 접시들이 늘어져있다(사진: 취재기자 차진영).

스트레스 해소 방에 대해 전해들은 대학생 조은지(21) 씨는 “평소에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데, 가끔은 차분히 있는 것만으로는 분노가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며 “물건을 던지거나 하는 일은 평소에 금기시되는데, 상관하지 않고 마음껏 던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스트레스 풀기에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던지고 부숴야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SNS를 통해 스트레스 해소 방을 접한 고나해(47) 씨는 “아무리 안전에 유의한다고 해도 위험한 장비가 많은 이상 문제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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