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 뿐인 축제를 꿈꾸며...
상태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축제를 꿈꾸며...
  • 정일형 시빅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3.10.28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마다 이맘때 부산 광안리 앞바다는 화려한 불꽃으로 수를 놓으며 본격적인 가을을 맞는다. 올 해도 어김없이 15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축제를 즐겼다는 뉴스의 헤드라인과 함께 약 8만 여발의 불꽃이 관람객들의 환성과 함께 밤하늘에 피어났다. 1시간 남짓한 행사에 터지는 불꽃 비용만 20억이 넘고, 관람객들의 지출 비용 또한 거의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니 실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비슷한 행사들을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꽃축제만 하더라도 서울, 부산, 포항에 이어 올해는 인천도 음악 불꽃축제라는 타이틀을 달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울 국제 불꽃축제, 부산 세계 불꽃축제, 인천 음악 불꽃축제, 포항 국제 불빛축제 등 이름도 비슷하고 더욱이 불꽃을 만드는 회사가 동일하다보니 그 내용도 대개 비슷비슷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불꽃축제만이 아니다. 각종 영화제들도 즐비해서 부산 국제 영화제, 서울 국제 영화제, 전주 국제 영화제,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광주 국제 영화제,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 등등 거의 전국 각지에서 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영화제의 포맷 또한 거의 비슷하고 참여하는 영화나 배우들 또한 중복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늘 그 밥에 그 나물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가 작년부터 유등축제를 개최하면서 2002년부터 공식적으로 시행해 오던 진주 남강 유등축제와 마찰을 빚어, 진주 측이 서울시 측에 공개적으로 행사 중단을 요청하며 설전을 벌이다, 두  시는 지난 국정감사 현장에서까지 마찰을 일으켰다. 오랜 역사를 지닌 지역 고유의 행사라고 주장하는 진주시와 등축제가 아시아에서 이미 보편적인 행사며, 제주, 청도, 공주, 영월 등 여러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중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이미 진주의 유등축제는 끝난 상태에서 다음 달 서울시 행사가 예정되어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태다.

1995년 우리나라에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후 지역의 특성을 내세우고, 특히 지난 임기의 업적 평가를 바탕으로 재임이나 연임을 노리는 지자체장들의 노력 덕분에 각 지역에는 수많은 축제들이 만들어지고 경쟁하며 현재 약 800여 개의 지역축제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수치에 걸맞는 질적 수준이 뒤따르는지는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축제는 그 지역의 문화가 뒷받침되는 가운데 독특한 장소적 특성을 가지거나 창조적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어 지역민의 참여를 통한 지속 발전 가능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숙성되고 자체 경쟁력을 키워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대상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한참 감이 제철 과일인 시기다. 감 같은 과일은 우리나라 전국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흔한 대상이다. 그런데 이 감 하나가 어느 지역에선 씨 없는 감이 만들어지고, 또 어느 지역에서는 품질 좋은 곶감으로 환생하기도 하며, 또 다른 지역에서는 반건조된 감으로 만들어지고, 감을 이용한 와인이나 감잎차로도 재탄생한다. 말 그대로 감 하나로 수많은 바리에이션(variation; 변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각 대표 지역이 다 다르다. 그런데 단 하나 커다란 문제가 있다. 각 지역의 감 축제들이 그 내용은 비슷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지역 축제를 위해 전국 각지의 지자체장들이 모여 회의를 열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수많은 비슷한 지역축제들이 난무하는 현상을 보고 참여하는 관람객의 입장에서 어떤 행사가 한 지역에서 시작되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저쪽 지역에서 오른손 드는 행사가 있으니 우리는 왼손 드는 행사를 해서 지역을 알리고 수익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었으면 한다. 오른손 드는 행사가 회를 거듭하면서 수정되고 발전해서 자리 잡도록 그저 관망만 하자. 아니, 전 세계에서 유일한 오른손 드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을 하자. 나 아닌 다른 지역이 잘 된다는 소식에 어쩌면 배가 아플 수도 있지만, 쿨하게 박수쳐주고 필요하다면 나는 전혀 다른 무엇을 찾아보는 마음이 절실하게 생각되는 가을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