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이 고기 먹어도 되나?' 한국 불교에 떠오른 색다른 논쟁

"생명 해치면 안 돼" vs "구시대적 발상" 갑론을박..."자비로운 마음 가지라는 상징적 의미" / 정인혜 기자

2017-08-15     취재기자 정인혜

불교계가 스님의 육식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스님이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보지만, 조건에 따라 육식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 같은 논쟁은 지난달 20일부터 사흘 간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백년대계본부의 '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에서 제기됐다. 이웃 종교에 견줘 다소 경직된 규범이 출가자 감소로 이어진다는 반성이 나오면서부터다.

SBS 보도에 따르면, 워크숍에서 한 참석자는 “티베트 스님들은 수행을 잘 하는데 고기를 먹는다”며 “한국 스님들은 지킬 수 없는 계율에 얽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적으로 육식을 완전히 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다른 참석자도 이 같은 의견에 목소리를 보탰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불살생(不殺生)과 고기를 먹는 것은 연결되지 않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율장(律藏)에 따르면 일부 육식은 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에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SBS 보도 화면에는 “타이완 불교가 1965년 이후 육식 금지의 계율을 지키면서 대중의 존경을 회복했다. 채식 문화가 세계적으로 융성하고 있는데 불교가 역행해서는 안 된다”며 앞선 의견에 맞서는 참석자가 포착되기도 했다.

스님의 육식은 절대적으로 금지된 것일까? 사실 육식 논란은 대한민국 불교계의 해묵은 논쟁거리 중 하나다. 종파에 따라서는 육식을 허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남방 불교에서는 스님들이 스스럼없이 고기를 먹는다. 부처님 스스로도 육식을 했고, 제자들에게 금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팔리 율장에 따르면, 부처님은 제반 사항과 인도 전통 등을 고려해 당시 육식을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처님은 “비구들이여, 자기 자신을 위해 죽인 고기라는 것을 알면서 그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 누구든지 그러한 고기를 먹으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만일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고, 자기를 위해 죽였다는 소리를 듣지 않고, 자기를 위해 고의로 죽였다는 의심이 없다면, 즉 세 가지 점에서 깨끗한 생선과 고기는 먹어도 좋다고 나는 허락한다”고 가르쳤다.

이는 ▲본인의 식사를 위해 희생된 동물을 직접 본 경우, ▲본인의 식사를 위해 희생된 동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경우, ▲본인의 식사를 위해 죽은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외에는 고기를 먹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일부러 멀쩡한 생명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먹어도 괜찮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MBC <세모방: 세상의 모든 방송>에서는 MC 이경규, 박명수 등과 스님들이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스님의 육식 논란은 이날 방송에서도 화젯거리로 부상했다. 

박명수는 “스님들은 진짜 고기를 안 드시냐”고 질문했고, 한 스님은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라고 대답해 눈길을 끌었다. 심산 스님은 “어떻게 살면서 육수를 한 방울도 안 먹을 수 있겠나. 고기를 먹지 말라는 뜻은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라는 상징적 의미라고 보면 된다”며 “생명을 죽이는 것은 삼가라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불교에서 고기가 금지된 것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양나라 무제 때 제정된 승려의 육식 금지법이 우리나라에까지 굳어지면서 승려가 육식을 하지 않게 됐다는 것.

이 같은 주장을 편 불자 신모(61) 씨는 “석가모니의 가르침도 아닌 것을 가지고 불교계에서 계속 육식을 금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며 “교리 차원에서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이나 동물 권리 차원에서 채식을 고려할 필요는 있지만,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집착”이라며 “극단적인 채식으로 건강이 나빠졌다는 스님의 사례가 방송에서 소개된 적도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논란과 관련해 조계종 백년대계본부는 오는 25일 한 번 더 난상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SBS에 따르면, 조계종 백년대계본부는 이날 논의 결과물을 ‘새 집행부에 바라는 한국 불교 백년대계를 위한 과제’ 형태로 제안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