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의 끝없는 진화....버튼 누르면 피자, 꽃다발, 사과가 "뚝딱"

현대인 스트레스 치유하는 '마음 약방 자판기'도 등장...."영혼이 없는 판매방식, 비인간적" 지적도 / 김수정 기자

2017-03-04     취재기자 김수정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색 자판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의 커피와 음료수 자판기에 이어 이제는 신문, 스냅백, 라면, 바나나 자판기가 등장하는 등 자판기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자판기가 수용하는 제품이 음식에 국한되지 않고, 생필품, 패션 소품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끝없이 넓어지고 있는 것.

요즘 고등학교 매점과 대학 구내에서는 기존의 커피나 음료수 자판기 옆에 열차에서만 보이던 과자 자판기가 나란히 서있다. 게다가 이제는 피자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피자 자판기는 현금이나 카드로 계산한 후 원하는 종류의 피자를 고르게 되어 있다. 그러면 피자 자판기는 반죽을 만들고, 재료를 토핑하고, 굽는 과정을 차례로 진행한다. 대학생 조은미(22,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피자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어서 신기했다. 하지만, 채소의 신선도 문제 때문인지 일반 피자보다 토핑이 적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동대구역 복합 환승센터에는 사과 자판기가 있다. 1000원을 내면 세척된 사과가 비닐 포장되어 나온다. 경북 청송 사과와 안동 사과가 자판기를 이용해 판매되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사과자판기를 이용해 사과뿐만 아니라 사과즙도 살 수 있다. 대학생 정연희(22, 대구시 수성구) 씨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겐 괜찮은 간식인 것 같다. 사과를 꺼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점이 편리해서 좋다”고 말했다.

꽃다발을 파는 자판기도 등장했다. 최근 김영란법 최대 피해자 중 하나인 화훼 업계의 매출이 떨어지면서 꽃다발 자판기 설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서울 양재동 aT센터 1층에 꽃다발 자판기를 설치했다. 현금과 카드로 결제하고 원하는 꽃다발의 번호가 적힌 버튼을 누르면 꽃다발이 나온다. 이 자판기가 파는 꽃다발은 ‘천일 간 시들지 않는 꽃’이라고도 불리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로 만든 것으로, 생화에 착색제와 특수 보존액 처리를 한 꽃이다. 꽃다발 자판기가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자판기의 설치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 조의진(24, 부산시 남구) 씨는 “그동안 음료나 과자 자판기만 봤는데, 꽃다발 자판기를 보고 자판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 꽃을 선물하는 문화가 좀 더 확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품을 파는 자판기 말고도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자판기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500원으로 이용 가능한 ‘마음약방 자판기’는 동전을 투입한 후 ‘월요병 말기’ ‘미래 막막증’ ‘상실 후유증’ ‘현실 도피증’ 등 21가지의 증상이 적힌 버튼 중에서 자신 상태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상자가 하나 나온다. 상자 속에는 마음의 병 증상에 따라 치유의 힘을 주는 문구가 적힌 카드와 작은 선물(반창고, 사탕, 엿 등)이 들어 있다.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영화와 걷기 좋은 산책길 등을 소개하는 책자와 지도도 들어 있다. 마음약방 자판기에 대해 한 네티즌은 “단돈 5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니 꼭 해보고 싶다. 마음을 치유하는 자판기라 색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색 자판기가 곳곳에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색 자판기의 일부는 얼마 못 가 사라지기도 한다. 현재 부산 해운대, 춘천, 국민대에 설치됐던 피자 자판기들은 철거된 상태다. 일부 소비자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피자를 구매할 수는 있지만, 일반 피자에 비해 맛이 없었다”며 “이런 점이 피자 자판기의 수명이 짧게 만든 요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자판기를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지만, 기계 판매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자판기는 소비자와 상인이 얼굴을 보고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이 아니라서 인간적이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