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고용차별하는 기업은 공개적으로 망신당한다

고용노동부, 27개사 사상 첫 명단 공개...메리츠증권, 한라, 금호타이어 등 대기업도 줄줄이 적발 / 한유선 기자

2017-03-03     취재기자 한유선

고용노동부가 최근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 위반 사업자 명단을 처음으로 공표했다. 공표된 기업은 여성 근로자 및 여성 관리자 비율이 저조하고, 개선 노력이 현저히 미흡한 AA제도 위반 사업장으로 일반기업 26곳, 공공기관 1곳이 선정됐다. AA제도란 고용상 성차별 해소 및 고용 평등 촉진을 위해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ffirmative Action) 제도의 약칭이다.고용노동부의 고용개선 조치 위반 사업자 명단 공표는 이번이 첫 시행이다.

고용노동부의 명단 공표는 AA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된 것. AA제도는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 및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대상 사업체의 직종별 남녀 근로자 및 관리자 현황을 분석해 규모별, 산업별로 30개 부문에 걸쳐 평균 여성 고용률 및 평균 여성 관리자 비율을 설정하고, 각 부문 평균치의 70%를 밑도는 사업장에 대해선 개선 계획을 수립해 이행토록 지도에 나선다.

AA위반 사업장 명단 공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서 진행됐다. 고용노동부는 3년 연속 여성고용기준에 미달한 사업장 중 고용개선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 734곳을 골라냈다. 전문가의 심사 및 현장실사를 거쳐 93개의 후보사업장으로 압축한 후 명단공표 대상임을 사전에 통보했다. 해당 기업에 30일 이상의 소명기회를 부여한 다음, 이 중 고용개선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은 사업장 27곳이 최종 명단 공표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번에 AA위반 사업장으로 공표된 기업은 메리츠증권, ㈜삼안, 이테크건설(주), 한국철강(주), ㈜한라, ㈜와이번스안전관리시스템, ㈜케이티에스글로벌, ㈜태광메니져먼트, ㈜포스코엠텍, 우리자산관리(주), ㈜우원방제, 금호타이어, 대한유화(주), 동부증권, 숭실대학교, ㈜케이이씨, 현대다이모스, 현대오트론(주) 등 26곳이 있다. 공공기관으로는 대한장애인체육회가 유일하게 적발됐다.

AA위반 사업장으로 공표된 기업 중 규모 1,000명 이상의 기업은 광혁건설, 도레이케미칼, 메리츠증권, ㈜한라, 케이텍맨파워, ㈜와이번스안전관리시스템, ㈜조은세이프, ㈜포스코엠텍, ㈜우원방제, 금호타이어, 숭실대학교, 현대다이모스 등이다.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접한 구양희(47, 부산시 남구 대연3동) 씨는 대학생인 자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업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화가 날 것 같다고 했다. 구 씨는 "기업으로선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이 있으면 정부가 시행하는 제도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정현혜(20, 부산시 수영구 광안동) 씨는 일반 행정직을 채용할 때도 여성을 차별하는 곳이 많다며 고용노동부의 명단 공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정 씨는 "기업에 여직원들은 있어도 부장이나, 처장 같은 관리직엔 여성이 드문 것도 문제"라며 "위반 사업장 공표를 꾸준히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단순 공표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제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기섭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명단공표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번에 처음으로 명단을 공표했다고 밝혔다. 문 실장은 “AA 및 명단공표 제도를 통해 대기업·공공기관 등 대규모 사업장이 고용상 남녀 차별 해소와 일·가정 양립 확산에 있어 선도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AA위반 사업장으로 선정된 27개의 기업은 해당사업주 성명, 사업장의 명칭·주소(법인의 경우 대표자의 성명 및 법인의 명칭·주소)와 해당연도 전체 근로자 수, 여성근로자 수 및 그 비율, 전체 관리자수, 여성 관리자 수 및 그 비율, 해당 업종의 여성근로자의 고용기준이 공표되며 향후 6개월 간 고용노동부 홈페이지(https://www.moe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