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후원금 제대로 전달되나" 해외아동 결연사업에 의심 눈초리

일부 국내 알선단체, 1대1 후원받는 아동 소식 잘못 전달해 의혹 불러 / 강주화, 정혜리 기자

2017-01-24     취재기자 강주화, 정혜리

주부 정미화(49, 부산 해운대구) 씨는 며칠 전 지하철에서 ‘월드비전’의 해외 아동 후원 홍보물을 보고 '1대1 아동 결연'에 관심이 생겼다. 막 후원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정 씨는 SNS상에서 월드비전의 후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봤다는 딸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정 씨는 후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최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일부 해외아동 후원 단체에 대해 자신이 직접 겪었다는 의문스러운 경험이나 의혹을 알리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자신이 해외아동 1대1 결연 프로그램을 후원했는데 주관 단체가 보내준 아동 소식지에서 의혹 증거를 찾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아동 1대1 결연' 사업은 월드비전 외에도 다양한 후원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한 명의 아이와 후원자를 직접 연결해 매달 일정 금액을 정기 후원하는 제도다. 보통 후원단체 사이트에 나와 있는 리스트를 보고 자신이 후원할 아동을 선택한다. 사진과 나이, 사는 곳 등 기본 정보를 보고 자신이 후원하고 싶은 해외 아동을 직접 선택해 후원자 이름과 후원금 납부방법을 기입해 신청하면 된다.

결연이 되면, 그 아동은 교육용품비와 학비, 건강관리 및 치료, 그리고 균형 잡힌 식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후원자는 정기적으로 해당 해외아동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또 서로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고, 후원한 지 1년 후부터는 아동의 근황이 들어있는 후원 아동 성장 소식지를 받을 수도 있다.

월드비전의 후원 의혹은 지난 11월 한 트위터 사용자가 이 단체의 '해외 아동 1대1 결연' 프로그램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한 글로부터 시작됐다. 8년째 결연 후원 중이라는 이 후원자는 아동이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찍은 사진과 아동이 그렸다는 그림을 받았다. 그런데 사진 속의 아이는 파란 색연필을 쥐고 나무를 색칠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 후원자가 받은 완성픔은 분홍색이었다는 것. 

이 후원자가 올린 글이 화제가 되자, 월드비전 측은 후원자의 트위터 계정으로 “후원아동 소식지의 오류인 것 같다”며 비공개 메시지를 보냈고, 이 후원자는 “오류라고 하기에는 후원아동의 이름이 정확하게 적혀있다”고 월드비전의 해명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오간 메시지를 캡쳐해 공개했다.

또 ‘같은 사진에 이름이 다른 아이’의 정보가 실린 데 대한 논란이 일자, 월드비전 측은 “드물게 발생하는 실수”라며 “후원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후원 아동이 아니거나 잘못 결연된 건 절대 아니다. (해당 사진이 실린 아이는) 결연이 아직 진행되지 않은 아동으로 만약 이미 결연이 진행됐다면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로 다른 아동 여러 명의 글씨체와 편지 내용이 똑같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글을 못 쓰는 아동의 경우, 아동의 의견을 반영해 대신 편지를 써주는 경우가 있다”며 “어린아이들은 다양한 메시지 전달이 어렵고 비슷한 내용을 말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닐까 하고 조심스레 답변한다”고 설명했다. 이 글이 실린 이후 자신이 받아보는 아동 소식에 실린 아동의 필체와 사진이 본인이 알던 아동의 것과 다르다거나 후원 아동의 사진과 소식지가 배달되지 않는다는 글도 SNS에 속속 올라왔다. 특히 후원 대상 아동의 정보를 담은 페이지에서 같은 사진에 이름이 다른 아이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문제들에 관해 월드비전 김수희 과장은 "월드비전은 지난해 발생했던 연이은 현지 사업장에서의 실수에 대해 깊이 되돌아보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올해 초 새롭게 팀을 편성했다"며 "또한 시스템 오류를 최소화 하기 위해 신규 솔루션을 도입하고 적용하기 위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후원 의혹이 떠오를 때마다 많은 사람이 아동결연을 끊고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후원을 끊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대학생 구효명(22,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씨는 6개월 전 1대1 후원을 결정했다. 구 씨는 월드비전 의혹에 관한 소문을 듣고 후원을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후원이 끊긴 아동은 다음 후원 순위에서 최하위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심각한 갈등에 빠졌다. 구 씨는 “내가 만약 후원을 끊어버리면 지금 후원하고 있는 아동이 다른 분들의 후원도 받지 못할까봐 계속 후원하고 있지만 좀 찜찜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구 씨는 “해외 아동 후원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가 자립할 때까지 후원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원 알선 단체의 비리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의혹 때문에 후원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후원 알선 단체를 믿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꾸준히 후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려고 마음 먹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해외 후원을 알선하는 단체 가운데서 해외 아동 결연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NGO 단체는 월드비전, 세이브더칠드런, 밀알복지재단, 플랜코리아,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함께하는 사랑밭,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계교육문화원 WEKA 총 9 곳이 있다. 유니세프는 해외 아동을 1대1로 지원을 하는 대신 지역 단위로 지원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