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까지 '술 권하는 사회' 만드나"...'술방' 등장에 우려 확산

드라마 음주 장면에 한술 더 떠 술 마시는 예능까지..."왜곡된 음주문화 전파될라" / 김한솔 기자

2017-01-05     취재기자 김한솔

요리를 하는 '쿡방,' 음식을 먹는 '먹방,' 음악이 주 소재인 '음방'에 이어 진짜 술을 마시며 하는 방송인 '술방'이 '혼술' 열풍과 맞물러 트렌드로 떠올랐다. 이런 술방은 새로운 방송 장르를 개척하면서 스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시청자들의 음주를 조장하고, 잘못된 음주문화를 확산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술방이 등장하기까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음주 장면이 묘사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가 지난 2016년 5월 23일에서 6월 5일 사이에 지상파 3사에서 방송한 19개 드라마를 모니터링한 결과에 따르면, 직접적인 음주 장면, 또는 정황적인 음주 장면은 모두 160회 등장했는데, 이는 2013년 5월 같은 조사 때의 126회보다 음주 장면 노출 횟수가 크게 늘어난 수치다

최근 들어 방송 프로그램은 지상파·케이블·인터넷방송, 드라마·예능 가릴 것 없이 술로 가득 찼다. 지난 10월 tvN에서는 혼자 술을 마시는 젊은 남녀의 이야기를 풀어낸 드라마 <혼술남녀>가 방영됐고, 지난 11월 MBC의 예능프로 <나 혼자 산다>에서는 가수 박정현이 지인들을 초대해 술을 마시는 모습이 방영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음주 장면을 묘사하거나 프로그램 중 잠깐 음주 행위가 나오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술을 핵심 소재로 삼아 프로그램 내내 진짜 술을 마시며 진행되는 프로가 3개가 한꺼번에 등장해 '술방' 논란에 불이 붙었다. 작년 12월 5일부터 시작된 SBS 모바일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Mobidic)의 예능 프로그램 <3차 가는 길>, 12월 8일부터 시작된 tvN의 <인생 술집>, 인터넷으로 방영되는 뉴스타파의 시사토크쇼 <뉴스 포차>가 논란의 대상이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프로들에 대해 "술을 먹어야만 흥이 있고, 진솔한 이야기가 가능한 것처럼 인식될까 봐 우려스럽다,"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술을 먹게 돼 음주를 유도하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에서 음주 장면을 묘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칙 제28조에는 '방송은 건전한 시민 정신과 생활의 조성에 힘써야 하며, 음란, 퇴폐, 마약, 음주, 흡연, 미신, 사행 행위, 허례허식, 사치 및 낭비풍조 등의 내용을 다룰 때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구정돼 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기획팀 관계자는 "방송에서 음주 장면을 묘사하는 것 자체에 제재를 가하지는 않는다. 다만 음주를 조장하거나 미화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술방은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술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권혁중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술방을 통해 스타들의 편한 모습과 진솔한 모습을 볼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시청자들의 음주 행태에 좋지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 큰 현실에서 술방은 시청자들의 술에 대한 인식을 무장 해제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보건협회 방형애 기획실장도 "술방은 특히 청소년 시청자들의 음주 행태와 음주에 대한 인식에 큰 영향이 주기 때문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