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면 우리도 마음 아파요," 유기동물들의 아우성

한해 8만여 마리...무책임하게 입양했다 버리는 주인 때문에 두 번 상처 입기도 / 양서윤 기자

2017-01-03     취재보도 양서윤

직장인 김현수(57, 부산 연제구) 씨는 7년 전 강아지 분양 사이트를 통해 5세 된 ‘순심이’를 데려 왔다. 순심이는 유기견이 아니었고, 전 주인의 건강 문제로 김 씨에게 오게 된 것이지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전 주인과 강제로 떨어지게 된 순심이의 상처는 깊었다. 새 가족을 낯설어 했고, 사료도 잘 안 먹으면서 현관 앞에 우두커니 앉아 전 주인이 나간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그렇게 순심이는 꼬박 한 달을 앓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4년 유기동물 실태조사 보도 자료에 의하면, 한 해 버려지는 우리나라 유기동물의 수는 8만 1,000마리나 된다. 전체 유기동물의 수는 2010년 10만 마리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한 해 8만 마리의 동물들이 주인에게서 버려지고 있는 것.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방송을 통해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날로 달라지고 있다. 정부도 2008년부터 유기동물의 실태와 처리 현황을 자료로 만들어 공표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 보호관리 시스템’이라는 포털정보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유기동물 발생을 막기 위해 <2015 반려동물 유기 예방 홍보 영상>, <소중한 가족, 반려동물> 등의 동영상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유기동물은 계속해서 발생하는 것일까?

2015년 기준, 반려 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의 비율은 국내 전체 가구의 21.8%에 이른다. 평생 함께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신중하게 생각한 뒤 키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저 자신이 외로워서, 반려동물이 귀엽고 예뻐서 키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반려동물이 늙거나 아프거나 싫증나면 쉽게 버린다.

 

사연이 어떻든, 유기동물들은 운이 좋으면 사람에게 붙잡혀 유기동물 보호소로 가게 되지만, 운이 나쁘면 길거리에서 병에 걸려 죽거나 교통사고로 죽게 된다. 2014 유기동물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유기동물 처리는 분양(31.4%), 자연사(23%), 안락사(22.7%), 주인에게 인도(13%) 순으로 나타났다. 유기동물 입양에 대해 조사 대상자의 93.2%가 찬성할 정도로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에 대해 긍정적이고, 실제로 유기동물 중 31%가 새 가족을 만난다. 새 가족을 찾은 많은 동물들은 주인의 사랑을 받고 산다. 하지만 그들은 새로 만난 주인에게 유기동물이었던 이전의 삶을 무의식 중에 보여줘 새 주인을 안타깝게 만들기도 한다.

최민지(25, 부산시 연제구) 씨는 8년 전 동물병원에서 어미개가 새끼 강아지를 낳은 뒤 주인이 새끼 강아지만 데려가고 어미 개는 놔두고 도망가 유기됐던 어미 개를 입양했다. 그 어미 개가 올해 13세 된 ‘순이’다. 순이는 병원의 작은 케이지에서 몇 달이나 갇혀 있었다. 처음 최 씨에게 왔을 때, 순이는 기운이 없고 마른 데다 골절된 뒷다리는 치료를 못 받아 뼈가 휘어 있을 정도로 상태가 처참했다.

그렇게 상태가 심각한 와중에도 순이는 사람의 손길과 안락한 집이 그리웠는지 처음 최 씨의 집에 온 날 너무나도 좋아했다. 꼬리까지 흔들며 최 씨를 졸졸 따라다니고 품에 먼저 안기기도 했다. 하지만 예전에 학대받은 주인이 남성이었던지 8년이 된 지금도 남자가 다가오면 도망가거나 으르렁대는 등 경계심이 아주 강하다. 순이가 잘못해서 최 씨가 조금이라도 화를 내면, 순이는 최 씨를 무서워하고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 버려졌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지금도 집과 조금만 멀어져도 몸이 굳어버리고 집 바로 앞에서 하는 산책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등 외부 노출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김단비(24, 부산시 수영구) 씨가 키우는 '복실이'도 유기견 출신이다. 7년 전, 김 씨의 아버지가 길에서 방황하던 복실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고작 7개월 된 강아지는 자신에게 관심 주는 사람이 그저 좋아서 꼬리까지 흔들며 반겼다. 복실이는 처음 집에 왔을 때 다른 가족들은 낯설어 했어도 유독 아버지만을 따르고 좋아했다. 자신을 구해준 사람을 믿고 따른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일하러 집을 잠시 떠나면, 그 자리에서 빙빙 돌며 계속해서 짖었다. 자신이 사랑하던 주인이 또 제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을 무서워 하는 듯했다. 아버지가 돌아올 때까지 복실이는 밥도 안 먹었다.

불쌍하다 해서 유기동물을 쉽게 데려 갔다가 키우는 것이 부담스러워 재유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소연(24, 부산시 수영구) 씨의 고양이 '미야'는 4년 전 비 오는 날, 다른 형제들과 함께 박스에 넣어 버려져 있었다. 이 경우는 어미 고양이가 잠시 먹이를 구하러 간 사이에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보고 불쌍하다고 누군가가 집으로 데려 갔다가 부담스러워 재유기한 것. 어미 고양이는 사람의 손을 탄 새끼들을 데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책임감 없이 안타깝다고 무턱대고 데려갔던 사람 때문에, 아기 고양이들은 두 번이나 버려져야 했다. 김 씨는 “내가 그때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얼마 못가 미야는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야와 달리 재유기된 뒤 사람에게 입양되지 못하고 죽는 아기 고양이들도 있을 텐데, 그것만 생각하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각 시·도가 유기된 동물의 보호 조치를 위해 직접 운영하거나 보호 조치를 위탁하는 시설인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전국에 총 367곳이 있고, 부산에는 14곳이 있다. 하지만 유기동물 보호소가 입양된 동물이 어떻게 키워지는지를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산 청조동물병원 이장희 원장은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한 행정기관의 운영 방식이 아직도 미흡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 생명을 키우는 것은 많은 책임감이 필요하다. 이장희 원장은 “동물은 살아 있는 생물이기 때문에 감정이 있다”며 “동물을 키우고자 마음먹었다면 그 선택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그들도 버림받았다는 걸 알고 상처를 입고 힘들어 한다. 특히 버림받은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고 지금도 그들을 옭아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