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폐쇄' 비웃듯...부산 완월동 홍등가, 아직도 성업 중

부산 성매매 집결지 르뽀...규모 줄어들어도 붉은 등 켜고 버젓이 유객행위 / 안승하 기자

2016-12-16     취재기자 안승하

찬바람이 부는 12월, 어둠이 짙게 깔리면 통유리창이 있는 건물들엔 분홍빛 등이 차례로 켜진다. 유리창 너머에는 짙은 화장을 한 젊은 여성들이 다리를 드러낸 짧은 바지에 몸매가 비치는 상의를 입은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 건물 앞에는 얼굴에 주름살이 깊게 패인 중년여성들이 간이의자에 앉아 있다. 이 중년 여성들은 호객 행위를 하는 포주들. 

곧 이어 택시들이 하나 둘 멈춰 서면 남성들이 내린다. 의자에 앉아 있던 포주들이 달려가 자신의 가게로 오라고 남성들의 옷깃을 잡아끈다. 이 동네는 부산시 서구 충무동 2가에 위치한 집창촌, 속칭 ‘완월동’이다. 부산시는 오래 전부터 성매매 집결지인 집창촌을 폐쇄하겠다고 선포했지만, 부산 곳곳에서 여전히 밤만 되면 홍등이 꺼지지 않고 있다.

부산시는 2014년부터 시내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를 도시재생사업을 거쳐 새롭게 탈바꿈시킨다고 밝혔지만 3년째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부산시는 당초 완월동의 성매매 건물을 리모델링해 갤러리·창작 공간 등 예술문화마을로 운영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던 터다. 이와 함께 인근 공동어시장과 국제시장을 연계한 관광벨트도 구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 같은 호언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서구청 가족행복과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에 창조도시과에서 예산안을 올렸지만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올해는 사업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완월동은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음성적으로 영업되고 있다. 과거 충무2동과 3동에 걸쳐 넓게 퍼져 있던 성매매 집결지는 현재 충무3동 일부에만 남아 있다. 완월동의 성매매 건물들은 대부분 간판 속 글자를 가리는 꼼수를 쓴 채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유곽(遊廓) 지역으로 형성된 이곳은 과거에 비해 규모는 작아졌지만 100년이 넘은 성매매 집결지인 만큼 여전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 주민 김미옥(63, 부산시 서구) 씨는 “최근에는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로 보이는 손님이 자주 눈에 띈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 관광명소인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에서도 밤이 되면 분홍색 빛이 흘러 나온다. 해운대로 570번 길에는 4차선 도로가 있지만 성매매가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업주들은 가게 앞에 큰 화분을 놓아 가려놓고 영업하고 있다. 주위에 횟집, 고깃집 등 식당이 즐비하지만 화분 뒤편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붉은 등이 가득 채운 가게 안에는 토끼소녀 코스튬을 한 여성이 거울을 보며 마스카라를 바르고 있다. 타이트한 옷을 입은 여성도 보인다. 완월동에 비해선 규모가 훨씬 작지만 인근이 관광지여서 성매수 남성들이 찾고 있다.

해운대로 570번 길의 성매매 집결지는 부산기계공고 정문에서 해운대 해수욕장 삼거리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부산기계공고 정문에서 성매매 집결지까지는 약 382m이다. 현행법상 학교 근처 유흥업소 제한 범위인 200m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실제로 걸으면 6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해운대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양현경(22, 부산시 남구) 씨는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갔다가 이 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교복을 입은 양 씨와 양 씨 친구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성매매 업소 여성들이 “신선하다”고 말하며 웃었던 것. 양 씨는 “해운대에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불쾌했지만 한편으로는 해코지당할까 두려워서 앞만 보고 갔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에서도 골치 아픈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를 위해 팔 걷고 나섰지만 아직 해결된 것은 없다. 지난 11월 해운대구청은 해운대경찰서, 해운대소방서와 함께 성매매 집결지 협의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해 성매매 집결지의 폐쇄가 실제로 이행될지는 구청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대구청 행복나눔과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성매매 행위는 불법이지만, 포주들의 영업장은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우리가 강제로 폐쇄할 수 없다. 간접적으로나나 최대한 주변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매매 집결지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하루 빨리 이곳이 폐쇄되길 바라고 있다. 박영순(55, 부산시 서구) 씨는 완월동은 동네의 수치라고 밝혔다. 박 씨는 “완월동 부근에는 잘 가지 않는다. 괜히 꺼림칙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박해진(52, 부산시 동래구) 씨도 성매매 집결지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김 씨는 “성매매 업소들이 동네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교육상 좋지 않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지게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 조치로 성매매 집결지 폐쇄하려는 시도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조찬진(26, 부산시 수영구) 씨는 소비자가 있으니까 성매매 집결지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조 씨는 “강제로 폐쇄한다고 해서 성매매를 뿌리뽑지는 못한다. 오히려 오피스텔이나 변종 성매매 등 성매매 집결지가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생계 대책 등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