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면 우린 뭐냐" 공시생들, 교육공무직법 성토

"비정규직이라고 혜택 주는 건 역차별" 주장에 법안 발의 유은혜 의원 “문제 조항 삭제 검토” / 정인혜 기자

2016-12-13     취재기자 정인혜

학교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내용의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약칭 교육공무직법)’ 제정안을 놓고 공시생들의 반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 같은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교육행정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직종과 지역마다 각양각색인 처우를 통일한다는 내용이다.

유 의원은 네이버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공공 부문의 40%를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대안으로 제안된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법률이 없어 법안을 준비했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공무직법안은 지난 18·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회기 만료로 번번이 폐기된 바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임시직 학교 행정직들이 정규직이 될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이를 두고 교육행정기관 고시를 준비하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해당 법률안 부칙 제4항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의 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부분을 문제로 삼고 있다.

교육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 차주경(29, 경남 양산시) 씨는 이를 두고 ‘역차별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차 씨는 “면접만 보고 채용되는 등 현재 교육 공무직 고용 절차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비정규직이라고 다 약자가 아니다. 명백한 역차별 법안을 추진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 공무원은 공무원 시험을 통해 정당하게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공시생 백남경(28, 부산시 북구 금곡동) 씨는 “임용고시에 두 번 떨어지면서도 이번처럼 박탈감이 큰 적은 없었다. 화가 나서 잠도 안 온다. 기회의 평등은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정규직이 되고 싶으면 다른 공시생들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보면 된다. 빽 없는 청년들에게 좌절감만 안겨주는 법안”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반대 의견이 거세지자 유 의원 의원실은 사태 진화에 나섰다. 유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해당 부칙조항을 언급하며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현직 교사 및 예비 교사들에게 상실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깊이 동감한다. 법안 수정시 해당 부칙조항 삭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이어 공식 채용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사견을 덧붙였다. 그는 “이미 확정된 신분을 본 법안 수정을 근거로 변동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교육공무직이 아닌 분들 및 신규로 채용되는 교육공무직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임용절차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의 해명에도 반대 여론은 수그러들 줄 모르는 모양새다. 교육공무직 공시생 커뮤니티에는 해당 법안을 ‘정유라 특혜법’으로 명명하면서 “기득권을 위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유 의원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해왔다고 밝힌 한 시민은 “이번 법안으로 더민주당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표방하는 야권에서 이따위 법안을 내놓을 줄 몰랐다. 비정규직이라고 다 약자가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관철되지 못한다면 대선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