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우의 사진이야기]76년 양산

시간여행 11

2019-07-18     사진가 문진우
사진가

작가의 말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소는 ‘재산 목록 1호’로 치부됐을 만큼 소중한 존재였다. 농사철에는 쟁기질로 논밭을 갈았고,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는 사람을 대신하기도 했다. 일꾼 열 명보다 소 한 마리가 났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재산 가치로도 중요했다. 자식들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내야 할 중요한 시점에는 소를 팔아 해결했다.

정서적으로도 농가에서의 소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소 몇 마리 키우는 집은 남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나는 소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 가기 전에 들녘에서 소꼴을 베어 와야 했고, 학교를 다녀오면 놀지도 못한 채 소를 몰고 들녘으로 나가 소꼴을 먹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게 일상이었다.

가끔 심술이 난 소들이 도망이라도 쳐버리면 그걸 잡으러 다닌다고 혼 줄이 나기도 했다.

사진 속에서 소와 씨름하는 아이는 그때 그 시절의 내 모습일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