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맛이 궁금해요”... 청소년들 유혹하는 학교주변 담배광고

편의점 1곳당 담배광고 33개…청소년 흡연 흥미유발 우려 / 김동현 기자

2019-04-23     취재기자 김동현

고등학생 윤성찬(18, 부산 부신진구) 군은 학교를 마치고 종종 편의점에 들른다. 군것질 거리를 고른 후 계산대 앞에 서면 화려한 불빛의 담배광고가 윤 군의 눈을 사로잡는다. 윤 군은 “아직 담배를 피울 수는 없지만 매일 광고를 접하다보니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윤 군이 다니는 고등학교의 교육환경보호구역(학교 주변 200m 이내)에는 총 7개의 담배소매점이 있다. 그 중 6개의 소매점에서 담배광고를 하고 있고, 한 곳당 평균 광고 개수는 22개다. 담배광고의 내용은 ‘풍부한 맛, 상쾌한 기분, 느낌적인 느낌’ 등 맛과 향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이 많다. 또 청소년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킬 만한 동물 그림과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광고들은 유리창 너머로 매장 밖에서도 볼 수 있어, 등하굣길 청소년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는 서울시내 학교 200곳의 교육환경보호구역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 총 1011곳 담배소매점의 청소년 담배광고 노출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당 평균 7곳의 담배소매점이 있고 최대 27개소가 있는 지역도 있었다. 절대보호구역인 학교 출입문 50m 이내에도 80곳의 담배소매점이 있었다. 편의점(49.7%)과 일반 마켓(32.4%)이 대부분이지만 아동·청소년 출입이 잦은 문구점이나 서점에서 담배를 팔기도 한다.

학교 주변의 담배소매점 91%는 담배 광고를 하고 있고 소매점당 평균 광고물 개수는 22.3개에 달한다. 담배 광고는 2016년 평균 15.7개, 2017년 14.7개로 비슷하다가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편의점은 2016년 20.8개, 2017년 25개, 2018년 33.9개로 다른 소매점보다 더 많은 담배광고를 하고 있다.

담배 광고는 계산대는 물론 아동·청소년이 즐겨 사는 초콜릿, 사탕 등과도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특히 전시용 담배의 경우 직접 만져볼 수도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담배 광고를 매장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현행법상 담배 광고는 점포 외부에서 내용이 보이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발광다이오드(LED) 화면 등을 통해 밖에서도 환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무려 899곳이나 된다.

담배 광고의 위반 여부는 의도성의 유무로 결정된다. 의도적으로 외부를 향해 광고물을 전시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담배 진열대 주변에 설치된 광고가 유리창을 통해 노출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담배 자체는 규제 대상이지만 담배를 끼워서 피우는 기기는 담배사업법상 담배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담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중·고생 9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4.2%가 일주일에 3회 이상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그중 85.2%의 학생은 담배 광고를 본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1개 이상 담배 브랜드를 알고 있는 학생은 69.1%에 달했고 5개 이상 알고 있는 학생도 12.4%나 있었다.

중학생 김희수(15, 부산 부산진구) 군은 “담배광고를 자주 접하다 보니 저절로 담배 이름을 외우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군은 “담배가 나쁜 거라고는 알고 있지만 계산할 때마다 번쩍번쩍한 광고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강민준(17, 부산 부산진구) 군은 “담배광고를 볼 때마다 직접 담배를 피워보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강 군은 “광고를 통해 담배 맛을 상상할 수 있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담배 광고에 청소년이 노출되는 정도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며 “이는 청소년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고 담배의 유해성을 과소평가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담배광고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국회에서 검토 중인 소매점 내 담배 광고·진열 금지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