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꼭 필요하다

[독자투고/시민발언대]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2019-03-26     부산시 수영구 박상현

양심적 병역거부란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총을 잡는 행위)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공익근무와는 별개로 군대를 가지 않는 방법 중 하나다. 이 문제에 대하여 많은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군대를 갔다 온 입장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군대에는 이른바 ‘고문관’ 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병사들 중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행하지 않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른 병사에게 피해를 입히는 병사를 일컫는 말이다. 경험상 이런 병사들은 훈련 상황 시 다른 병사에게 피해를 끼친다. 본인의 맡은 바를 수행하지 못하면 다른 인원이 그 일까지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훈련 상황이 다가오면 일반 병사들은 고문관들과 같은 조로 훈련을 하는 것을 기피하게 된다. 또한 훈련이 끝나고 나서 의도치 않게 고문관과 같은 조가 되어 그의 일까지 했던 병사의 가슴에는 응어리가 남고, 이 응어리는 쌓이고 쌓여 훈련이 아닌 평소에도 하극상, 부대 내 싸움 등의 군대 병영문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고문관을 설명한 이유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고문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군대는 지원부터, 훈련, 평소 일상까지 자신을 내려놓을 결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결심은커녕 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해 그저 피할 궁리만 하기 바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막상 군대에 왔을 때, 그 수직적인 구조에 적응하며 남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까? 또한 피해를 끼쳤을 시, 이 피해는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온다. 평소 남들에게 피해를 끼친 고문관들은 후임들에게 제대로 된 선임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이는 군대 적응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통해 고문관이 될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 자체를 걸러내는 것이 군대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나는 믿는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된다고 해도 복무를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육군 복무 기간 21개월(2017년 기준)의 1.5배가 넘는 기간인 36개월을 교도소에서 대체 복무를 해야 한다. 굳이 교도소가 아니라도 좋으니 병역거부자들은 인원이 부족한 다른 시설에 배치되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군대 지원자들은 제대로 된 마음가짐으로 군 생활을 해야 한다. 이미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자신은 갔다 왔기 때문에 남들도 다 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병사들과, 앞으로 입대할 제대로 된 병사들을 위해 이러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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