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층간소음 맞대응...반격용 저주파 스피커 인기

어이없는 층간소음 복수극...이웃집 아이 난청 유발 계획도 / 조윤화 기자

2018-03-21     취재기자 조윤화

층간소음 문제는 이웃 간 배려를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층간소음 문제 때문에 이웃 간 방화, 폭행 사건은 물론, 심지어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며 이웃에게 복수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장이 펼쳐졌다.

아파트 친목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A 씨는 층간소음에 복수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글을 게재했다. A 씨는 “윗집이 이사 오자마자 발 뒤꿈치로 찍어대며 2년째 발광을 하고 있다”며 “낮이건 밤이건 쿵쿵대서 몇 번 주의를 줬지만, 말이 안 통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어제는 새벽 2시까지 쿵쿵대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며 “화가 나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층간소음 때문에 왜 칼부림이 나는지 이해가 된다”고 격한 어조로 토로했다. 이어 “윗집에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하려고 하는데 우퍼 사용하시는 분의 후기를 듣고 싶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윗집의 층간소음 때문에 저주파 난청에 걸렸다”며 “집에 들어가는 것도 싫다”고 말했다.

A 씨가 글에서 언급한 우퍼스피커는 층간소음에 맞대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스피커로 층간소음 복수 후일담에 자주 등장하는 제품이다. 우퍼스피커는 낮은 음역까지 출력할 수 있어 일반 스피커와 달리 소리가 벽을 뚫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벽, 바닥, 천장이 연결돼 있는 아파트의 경우 두 층 아랫집까지도 소리가 전달될 수 있다. 우퍼스피커를 판매하는 몇 업체에서는 공개적으로 ‘층간소음 대처용 스피커’로 광고하기도 한다. 스피커를 아예 천장에 부착해 위층에 소음을 일으켜 맞불 작전을 놓으라는 식이다. 해당 제품의 사용 후기에는 “이 제품 사용한 지 3개월 만에 윗집이 이사 갔어요”, “귓구멍에 피날 때까지 계속 틀어놓겠다”, “반복되는 소리로 밤새 켜놓으면 효과 대박이다”라는 식의 층간소음 복수를 예고하거나 이미 성공했다는 후일담이 다수 게재돼 있다.

이 밖에도 계속 이어지는 층간소음에 이웃의 아이를 난청에 걸리게 하는 방법을 묻는 다소 섬뜩한 글도 올라왔다. 층간소음에 대한 이슈와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카페에서 활동 중인 네티즌 B 씨는 “이웃의 세 살 된 아기를 난청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며 스피커를 언제 어떤 식으로 틀어야 할지 조언을 구하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일단은 꾸준히 소리를 트는 게 좋을 것”, “저런 사람들 때문에 스피커 사는 돈도 아깝다. 블루투스로는 효과가 없을까?”, “나도 이웃에 사는 다섯 살짜리 아기 때문에 정신병 걸릴 것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실제로 저주파 소음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켜 두통과 멀미를 유발하며, 신경계 이상을 일으켜 불면증을 유발하고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국감성과학회에서 실험용 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을 저주파 소음에 노출했더니,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농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60% 이상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층간소음으로 제기되는 민원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 산하에 있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공개한 ‘2018년 1월 운영결과 보고’에 따르면, 올해 1월에 제기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전년도 1월 2408건 대비 68.7%, 전년도 12월 3375건 대비 20.4% 증가했다. 또 겨울철 실내 주거 시간이 늘어나는 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전년도 8월 이후 지속적으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한편,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는 “공동주택의 입주자는 뛰거나 걷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향기기를 통해 발생하는 소음 등 층간소음으로 인해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잘 지켜지지 않아 피해자가 윗집으로 항의하러 갔다가 문전박대당하거나,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층간소음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 이유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데, 증거수집 과정에서 시간적, 금전적 부담이 상당하지만, 정작 승소했다 하더라도 보상금액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신은숙 변호사는 M이코노미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이가 뛰어 소음이 발생한 경우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경범죄로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설령 배상 책임이 인정돼도 금액은 50만 원 수준이거나 그 이하인 경우가 많아 소송해도 이득이 되는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층간소음 분쟁에 대해 무조건 법에 의한 해결을 도모하기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태도에서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