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에게 구타당한 치킨집 업주, 쌍방 폭행 입건...네티즌 "정당방위 아닌가" 비판

정당방위 요건 까다로워 방위 행위에 쌍방 폭행 적용 가능성 높아 / 윤민영 기자

2018-02-10     취재기자 윤민영

배달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치킨집에 찾아가 업주와 난투극을 벌인 일가족이 경찰에 입건됐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던 치킨집 업주가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았다는 이유로 쌍방 폭행으로 함께 입건됐다.

9일 MBC 뉴스 투데이에 따르면, 충북 음성군에 위치한 치킨집이 배달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일가족이 치킨집에 찾아가 업주와 말다툼 끝에 집단 폭행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가족은 전화로 치킨 배달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업주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매장까지 찾아와 폭행했다.

MBC에서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여성 두 명이 머리채를 붙잡고 뒤엉켜 있는 모습과 중년 남성이 치킨집 업주에게 주먹과 발을 휘두르는 모습이 고스란히 기록됐다. 폭행당한 치킨집 업주는 MBC 뉴스투데이 측에 “(상대방 일가족의) 오빠가 제 팔을 잡고 때리는 와중에 (같은 상대방 일가족의) 아빠가 말리는 직원을 때렸다”고 밝혔다.

치킨집 업주는 일가족에 의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머리채를 함께 잡았다는 이유로 쌍방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 소식에 정당방위 요건 문제가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이를 보고 “이게 왜 쌍방 폭행이냐”며 ”판결이 맘에 안들어 법원에서 깽판치다 판사한테 머리채 잡히면 그 판사도 쌍방 폭행으로 처리할거냐”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패거리로 몰려와 폭행하는데 그럼 가만히 맞고 벽 짚고 있어야 하냐”, “폭행당하는 도중 살기 위해서 상대의 머리카락 잡은 건 정당방위일 뿐 무슨 쌍방 폭행?” 등의 의견이 잇따랐다. 또 “때리면 맞아야 하고, 도둑을 발견하면 빨래건조대로도 때리면 안되고, 성폭행을 당하면 상대에게 손톱자국도 내면 안되고, 범죄자의 인권이 가장 중요하며…이 맛에 한국에서 산다”며 ”범죄자를 위한 헬조선“이라고 꼬집는 의견도 있다.

통상적으로 법에서 언급되는 폭행의 범위는 포괄적이다. 법에서는 신체나 무기를 이용한 물리력으로 상대방에게 직접 상처를 입히는 행동 자체를 폭행으로 본다. 즉, 상대방의 멱살을 잡는 행위나 머리채를 잡는 행위도 폭행의 범주다. 일부 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물을 뿌리는 행위도 폭행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폭행의 범위가 포괄적이다 보니 폭행을 막으려는 정당방위 행위도 쌍방 폭행으로 입건되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번 치킨집 사례도 마찬가지다.

정당방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청은 판례 분석을 통해 ‘폭력 사건 정당방위 처리지침’을 만들었다. 처리지침에 따르면, 정당방위 인정 요건은 다음의 6가지다. ▶상대방의 부당한 침해가 먼저 있을 것, ▶방위 행위가 침해 행위 종료 전 일어날 것, ▶방해 행위가 침해 행위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일 것, ▶먼저 도발하지 않을 것, ▶방위 수단이 필요한 범위에 속할 것, ▶방위 행위로 인해 침해되는 범인이 현저히 커서는 안될 것.

CCTV 영상과 정당방위 인정 요건을 보면, 치킨집 업주가 쌍방 폭행으로 입건된 것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치킨집 업주가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대방이 먼저 폭행을 시작했고, 폭행이 끝난 상황도 아니라는 게 상당수 네티즌의 지적이다. 또 치킨집 업주가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던 중 본인을 방위하기 위해 머리채를 잡았다는 게 쌍방 폭행을 인정할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경찰청의 정당방위 인정 요건 기준이 애매모호해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2017년 1월 중순, 배우 이태곤은 사료재를 수출하는 기업 회장의 아들로부터 일방적인 폭행당했다. 이 때 이태곤 씨는 함께 싸웠다가 쌍방 폭행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참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훗날 이태곤 씨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해 "앞날을 위해 정신력으로 참았다"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처음으로 원망했던 순간”이라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