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여경 휴가 대신 '1인 시위' "성범죄, 갑질없는 직장 원한다"...경찰청, 진상 파악 나서

A 경위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없게 하려고 나섰다" / 신예진 기자

2018-01-10     취재기자 신예진

경찰청이 동료 경찰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1인 시위를 벌인 경남 김해 여경을 상대로 조사에 나선다. 당사자인 A 경위는 이틀째 김해서부경찰서에서 시위 중이다.

9일 노컷뉴스에 따르면, 경남지방경찰청은 이날 A 경위를 상대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본청 감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본청 감찰 팀은 며칠 내로 해당 경찰서를 상대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감찰은 A 경위가 근무했던 김해서부서의 당시 지구대장의 '갑질'이 중점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경남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를 통해 "A 경위는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아 억울하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 이같은 의혹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이용표 경남청장이 직접 본청 감찰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A 경위는 이날 자신의 이전 직장인 김해서부경찰서에서 "성범죄, 갑질없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사연을 적은 대형 알림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A 경위는 시위를 위해 지난 8일부터 5일 동안 휴가를 냈다. 현재 A 경위의 근무지는 김해중부경찰서다.

한국일보가 전한 A 경위의 주장에 따르면, A 경위는 지난해 4월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던 후배 경찰의 성희롱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 후배가 함께 순찰차를 타고 근무하던 B 경사로부터 수차례 성적인 농담을 들었던 것. 이에 A 경위는 후배에게 경찰서 성희롱고충상담원과 상담을 진행할 것을 조언했다. 사내 성희롱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곧바로 감찰에 착수했다. 결국 B 경사는 성희롱에 대한 책임으로 감봉 1개월 징계와 다른 지역 발령 처분을 받았다.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A 경위를 향한 손가락질이 시작됐다. A 경위에게 ‘내부 고발자’ 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A 경위는 “경찰 내부 지침을 보면 피해자는 물론 제보자도 신원 보호를 해줘야 하며 음해성 소문 유포, 신고 사실 보안 소홀 등 보호 조치를 미흡하게 한 경우 별도 비위로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며 “당시 사건 후 내가 제보자라는 소문이 다 퍼지고 음해성 소문이 떠돌았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와 더불어 당시 지구대 순찰차 조장이었던 A 경위는 한 달 뒤 또 다른 사건을 겪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A 씨는 112상황실로부터 등산로 입구에 ‘방치 승용차가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차적 조회 결과 지역 주민 소유를 확인한 A 경위는 김해시에 이를 알린 후 출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 날 해당 차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징계를 받은 B 경사는 A 경위의 ‘신고미출동’을 직무유기로 경찰서 수사과에 고발했다. A 경위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A 경위는 "당시 지구대장이 저에게 '너 때문에 경찰서 치안성과 꼴찌 된다. 너 때문에 피해 여경 조사받게 돼 2차 피해 입는다'며 책임을 전가했다"고 주장했다. A 경위는 징계와 함께 전보됐다.

그러나 사건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문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된 A 경위는 결국 1인 시위에 나섰다. MBN에 따르면, A 경위는 “제보자에 대한 인권 침해가 만발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1인 시위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으나 나를 믿어주는 후배들을 보고 용기를 얻어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나섰다”고 말했다. A 경위는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이뤄져 억울함이 풀릴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편, A 경위의 소식이 퍼지자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동시에 A 경위의 시위를 응원하는 의견도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정작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가해자인데 그들은 두 다리 뻗고 편히 자겠지”라며 “감사원에서 제대로 조사해 여경의 억울함을 풀어주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성추행 갑질은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며 “저런 상사 때문에 일반 남자들이 전부 욕을 먹는 것”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합당한 조치가 취해지는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며 “경찰이 저러면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하겠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