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워마드, '남·여성 혐오' 싸움에 왜 아동 성폭행을 자랑 삼나?

워마드 "수면제 먹여 소년 성폭행" 게시글에 "나도 해 보고싶다" 댓글 폭주...일베에도 아동 성범죄 모의 글 / 정인혜 기자

2017-11-23     취재기자 정인혜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 논쟁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남녀 불평등을 지적하는 여성들이 늘었고, 이에 항변하는 남성들도 늘었다. 성별에서 비롯된 갈등은 이내 양측 진영의 극으로 치우친 사이트의 힘을 빌려 더욱 심화됐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일간베스트’(일베)와 ‘워마드’가 있다. 일베는 호남 지역과 여성을 혐오하는 대표적인 극우 사이트다. 워마드는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는 사이트로 대한민국 남성 혐오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은 서로를 극도로 혐오하며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일베에서는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 등의 말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오고, 워마드에서는 ‘한남충(‘한국 남자는 벌레’라는 뜻의 워마드 은어)들 자살해라’ 등의 말이 페이지를 뒤덮는다. 그런데 이들의 싸움에 뜬금없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린이’들이다.

지난 21일 남아를 성폭행했다는 글과 사진을 워마드에 올린 한국 여성이 호주 경찰에 체포됐다. 이날 호주 연방검찰은 홈페이지에 “20일 호주 북부 다윈에서 27세 한국인 여성을 체포해 아동 착취물 제작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9일 워마드 자유게시판에는 “밤에 소년이 혼자 야외 수영장에서 놀고 있길래 수면제를 탄 주스를 건넸고 기절하자 모두 잠들 때까지 기다려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글이 게시된 바 있다. 

잠든 소년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곧 워마드 회원들이 수십 개의 댓글을 달았다. "나도 참여하고 싶다", "흥분된다", "내 이메일로 동영상을 보내 달라"는 내용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게시자의 행동을 비판하는 회원은 없었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가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식을 넘어선 행동은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이들은 그간 남성이 저질러온 여자 어린이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똑같이 재현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사람들은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워마드가 ‘여성판 일베’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베에서는 사촌 여동생 등 어린 여아를 몰래 촬영해 게시판에 올린 뒤 성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흔하다. 일부 일베 사용자들은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모의하기도 했다. 워마드에서는 일베의 이 같은 행태를 비판하며 ‘똑같이’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다. 워마드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남성에 대한 혐오, 남아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이들이 처음 표방한 ‘페미니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줄을 잇는다. 이번 호주 남아 성폭행 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이 같은 내용의 댓글이 넘쳐난다.

한 네티즌은 “아무리 남혐이니 여혐이니 하고 싶어도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린이까지 끌고 와서 입에 담지도 못할 성범죄를 모의하는 집단들은 둘 다 역겹다”고 일베와 워마드 모두를 비판했다.

한편 22일 20시 기준,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는 워마드 폐지를 요청하는 청원만 120여 건이 올라온 상태다. 청원자 대부분은 워마드가 혐오 프레임을 만들어 사회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