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전문의, 비전문의 알고나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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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 전문의, 비전문의 알고나 찾자
  • 취재기자 조민지
  • 승인 2013.09.2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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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대학생 A양은 수능을 치자마자 A양 어머니의 지인이 소개해준 서면의 한 성형외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그 병원은 A양에게 정상가에서 할인을 해주겠다는 말에,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수술에 임했다. A양은 성형 수술이 처음이라 아는 정보도 별로 없었을 뿐더러 어머니 지인 소개로 왔기 때문에 믿고 수술에 임했던 것이다.

그런데 수술 후 2년이 지나자, A양의 눈은 점점 쌍꺼풀이 풀려버려 짝눈이 되었다. 최근 A양은 재수술을 결심하고 다른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던 중, 처음 수술을 받았던 병원 의사가 ‘성형 비전문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비전문의한테 큰 돈을 주고 내 얼굴을 맡겼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재수술을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재수술 비용은 처음 수술비용보다 더 비쌌다. 그녀는 “처음부터 잘 알아보고 했으면 쌍꺼풀 수술에 돈을 이렇게나 쓸 일은 없었을 텐데... 제가 멍청했다”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코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부산 거주 대학생 B양도 늘 코 성형수술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서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인과 함께 방문했던 한 성형외과에서 원하는 가격대까지 할인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지난 2월, 코 성형수술을 했지만 6개월째 붓기가 빠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알고 보니 그 성형외과도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필러와 보톡스 시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이었다.

성형 열풍과 더불어 성형 강국이 돼버린 우리나라에서 ‘돈벌이’가 되는 성형업계로 의사들이 치료 분야를 돌리면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피부과 비전문의에게 성형 수술을 받고 피해를 보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의과대학 6년 과정을 끝낸 후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누구나 병, 의원 설립이 가능한 의사 면허를 받게 된다. 이런 의사를 ‘일반의’라고 하며, 이 과정까지를 마친 일반의는 특정 의료 분야가 아닌 모든 분야를 두루 배우게 된다. 이후에 일반의들은 대학병원에서 전공 분야를 살려 인턴 1년과 레지던트라 불리는 전공의 과정 4년을 거쳐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비로소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그러면 이들은 성형외과 전문의, 내과 전문의와 같은 특정 의료 분야의 ‘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비전문의’란 국가고시를 합격한 후 의사 면허는 취득했지만 전문의 자격시험을 보지 않아 특정 전문 분야가 없는 ‘일반의’를 말한다. 또한, 내과, 외과 등 특정 분야의 전문의는 맞지만 자신이 전문으로 공부한 이외 분야를 진료하게 되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비전문의가 된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성형외과 분야에서 피부과 전문의가 성형외과 시술을 하게 되면, 그 피부과 전문의는 성형외과 비전문의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의료법상 병, 의원의 설립은 의사면허 소지자(일반의)가 관할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가능하다. 이때, 특정 분야 전문의가 다른 분야의 진료를 하려고 할 때, 이를 진료과목으로 개제하면 얼마든지 다른 분야의 진료에 나설 수 있다. 그것이 불법이 아니다. 예를 들어 피부과 전문의가 ‘00피부과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간판에 명시하고 성형외과 진료에 나서도 법을 어긴 것은 아니란 얘기다.‘안과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다’, ‘한의원에서 가슴을 크게하는 침을 맞았다’, ‘이비인후과에서 코를 높혔다’는 등의 말들이 나오는 것이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실제로 2013년 1월 기준 건강보험공단 등록 의원수 3만 2000여 곳 중 성형외과 전문의 의원수는 977곳이지만, 보톡스, 필러 등 미용 관련 성형 시술를 했다고 공단에 신고한 의원은 무려 1만여 곳에 육박한다. 성형 시술을 한다고 공단에 신고한 의원수 중 성형외과 전문의 의원 수보다 비전문의 의원 수가 현저히 많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 대부분 성형외과 의원이 아니라 진료과목이 성형외과로 돼 있는 비 전문의 성형외과 간판들은 육안으로 봐서는 전문의 성형외과 병원 간판들과 구분이 어렵게 돼 있다(사진: 조민지 취재기자).

현행 의료법에 따라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업한 병원은 'OO 성형외과의원'이라는 간판을 쓰고 있고, 성형외과 비전문의 병원은 'OO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로 표기하고 성형 진료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비전문의 성형외과 병원이 '의원' '진료과목' 등의 글자를 간판 색과 똑같게 하거나 글자 크기를 줄여 눈에 띄지 않게 만들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그 차이를 잘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병원에 게시돼 있는 의사의 이력도 전문의인 경우 ‘대한 성형학회 정회원’, ‘대한 미용성형외과 학회 정회원’으로 기재되어 있는데 반해, 비전문의의 경우 ‘국제 성형학회 정회원’, ‘대한 미용성형학회 정회원’등으로 표기돼 있어, 일반 환자들은 자세히 봐도 성형 분야 ‘전문의’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러한 ‘꼼수’ 탓에 성형외과를 처음 방문하는 일반 환자들은 의사의 약력만 보고는 전문의인지 비전문의인지를 구분하기가 힘들어 ‘성형외과’라고 적힌 간판만 보고 전문의 의사가 진료하는 성형외과라고 판단하고 수술을 감행하는 것이다.

물론 ‘비전문의’라고 해서 무조건 실력이 의심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성형 비전문의 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들 사이에서 코 성형 수술을 잘 한다고 입소문이 났다. 환자들은 비전문의임을 알면서도 이런 정보를 얻어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방학이나 휴가철만 되면 이 병원은 수술 예약이 꽉 차 두 달 전에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전문의 성형외과들은 상업적 목적이 강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항목인 필러, 보톡스 등 미용 목적의 성형 시술을 싼 가격으로 제시해 환자들을 유혹하거나. 2명이 같이 오면 1번 더 시술을 해준다는 식으로 의사의 실력을 내세우기보단 이벤트성 홍보를 통해 환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높은 성형 수술 단가가 부담되는 환자들은 이런 조건에 현혹되기 싶다.

부산 백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정재학 교수는 “부작용으로 인해 재수술을 받기 위해서 찾아오는 환자들 대부분이 첫 수술을 비전문의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라면서 “처음 성형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예뻐질 거란 기대감으로 수술을 감행했다가 피해를 보고난 후, 그제서야 비전문의에게 성형을 받았던 걸 알고 분통해 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정 교수는 “수술 후 뒤늦게 집도한 의사가 비전문의라는 것을 알아차렸더라도 소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성형 전 신중히 알아보고 수술 받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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