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쌓은 돌탑, 등산객 통행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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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쌓은 돌탑, 등산객 통행 방해한다
  • 취재기자 신민근
  • 승인 2013.09.0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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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침범...기초 약해 붕괴시 인명사고 위험도

전국 어느 산을 가도 크고 작은 돌탑들이 서있다. 경남 마산의 팔용산 돌탑이나 전북 진안 마이산 돌탑처럼 예술의 경지에 이른 돌탑도 있지만, 등산길을 오가는 사람들 중 누군가 처음 돌을 던져 놓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하나씩 얹어서 자꾸자꾸 돌탑을 높인다.

블로거 pichy91이 운영하는 블로그 ‘마운틴’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의 돌탑은 샤머니즘적인 기복신앙의 한 형태라고 한다. 자연신에게 행운을 비는 서낭당과 비슷한 미신 형태라는 것이다. 자기가 올린 돌이 잘 자리 잡고 있으면 안전 산행을 보장한다는 속설이 있기도 하다. 이유야 어떻든, 전국 유명산들은 여기저기 자리잡은 돌탑의 홍수를 이룬다. 그런데 등산길 좌우에 즐비한 돌탑들이 등산로를 침범하거나 기초가 튼튼하지 못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 부산 화명 대림아파트 뒷 산을 통해 금정산 둘레길 진입하는 등산로를 침범한 돌탑 (출처= 부산시 북구청 온라인 민원실)

부산시 금정구와 경남 양산시 동면(東面) 경계에 있는 금정산은 부산 시민이 즐겨 찾는 산 중 하나다. 금정산을 가로지르는 금정산성과 아름다운 절경을 보기 위해 부산 시민들은 물론 타지에서도 많은 등산객이 방문한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등산로에 어느 순간부터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세워지는 돌탑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세워진 돌탑이 비탈길에 위치하거나 등산로를 침범하여 길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 부산 승학산 등산로 비탈길에 위치한 불안정해 보이는 돌탑(사진: 취재 기자 신민근).

부산 북구 화명동에 거주하는 취업 준비생 이아영(25) 씨는 기분 전환을 위해 집 뒷산을 통해 금정산 둘레길을 자주 오른다. 그녀는 항상 마주치는 등산로 한가운데 돌탑이 길을 막고 있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이 씨는 “남이 쌓은 공든 탑을 내 손으로 무너뜨리자니 무엇인가 마음이 불편하고, 그렇다고 그대로 내버려두자니 통행하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사는 회사원 김모(25) 씨도 평소 인근 승학산을 등산하다 보면 많은 돌탑과 마주친다. 잘 만들어진 돌탑들은 좋은 구경거리가 되지만, 등산로 주변 비탈에 있는 돌탑은 불안정해 보이고 붕괴 우려가 있는 듯하다. 김 씨는 “등산로를 끼고 있는 비탈길에 위치한 돌탑들은 무너지게 되면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위험해 보인다”고 답했다.

▲ 화명동에서 덕천 전방대로 가는길에 붕괴된 채 방치되고 있는 돌탑(사진: 취재 기자 신민근).

이런 문제는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구 거주 취업 준비생 김정수(26) 씨는 집 앞에 위치한 고산골을 자주 오른다. 한때 산 이곳저곳에 쌓인 돌탑들이 그에게는 큰 구경거리였으나, 지금은 다 무너진 채 방치되고 있어 흉물이 되었다. 김 씨는 “무너진 돌탑의 잔해들로 인해 등산하는데 불편하다”고 말했다.

산악 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는 경남 산청 소방서의 관계자는 관내에서 돌탑 붕괴와 관련된 인명사고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비탈길에 세워진 돌탑들은 충분히 사고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돌탑은 겨울에 비가 오면 돌탑 내부에 고인 물이 얼어붙어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고, 여름철 장마로 기반이 쓸려가서 돌탑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라는 것이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여 발생하므로, 위험스러워 보이는 돌탑들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산 경찰 산악구조대 관계자 또한 돌탑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산의 경우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심하므로 돌탑들이 무너져 인명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금정산 관할 구청 중 하나인 북구청 청정녹지과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항상 산속에 상주할 수가 없어 돌탑을 만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돌탑들을 발견해 내기가 쉽지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관계자는 등산객들의 통행과 안전에 문제가 되는 돌탑을 비롯한 모든 위험 요소는 이른 시일 내에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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