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마다 재래시장은 ‘더위’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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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재래시장은 ‘더위’를 먹는다
  • 취재기자 김선호
  • 승인 2013.09.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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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시원한 마트로...상인들은 당국만 쳐다본다
▲ 실외 장터가 기본인 재래시장은 무더위에 손님의 발길이 뜸했다. 사진은 부산 북구 덕천시장의 여름 모습(사진: 김선호 취재기자).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중순 어느날 오후 4시경, 부산 북구에 위치한 덕천시장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찬거리를 마련하려는 주부들이 흥정의 목소리를 높일 시간대였지만, 손님 한두 명만이 ‘쓸쓸하게’ 장마당을 걷고 있었다. 상인들은 선풍기 앞에서 않아 있었지만 더위 속에서 자리를 ‘버티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다. 더위로 인해 생선이나 과일 같은 식품에 이상이 생길까봐 연신 얼음을 붓고 찬물을 뿌리고 있는 상인들의 얼굴에는 땀이 주렁주렁했다. 그날 기상청이 발표한 기온은 32.3도로 폭염주의보도 발령됐다.

매년 여름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재래시장은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그에 따라서 재래시장 영세 상인들은 여름마다 찾아오는 계절 불황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쾌적한 대형마트로 빠지는 손님의 발길을 돌릴 뾰족한 여름 대책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재래시장은 야외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맑은 날에 비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특히 이번 여름은 예년에 비해 더위가 심해 손님들이 더 뜸했다. 덕천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있는 상인 이모(54) 씨는 “올해 장사가 많이 어렵다. 작년과 비교하면, 손님이 절반 이하로 감소한 것 같다” 밝혔다.

같은 북구의 구포시장에서 음료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시장 구조물 때문에 더 상황이 안 좋다고 주장했다. 구포시장은 최근 전국의 다른 재래시장에도 유행처럼 설치된 구조물인 투명 지붕이 있다. 비와 눈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다. 궂은 날씨에 효자 노릇을 했던 이 지붕이 더운 여름철에는 공기가 통하는 것을 막아 시장을 비닐하우스처럼 뜨겁게 달군다. 구포시장 상인 김모(65) 씨는 “가만히 있어도 참기 어려울 정도로 더운데 손님이 올 까닭이 없다. 장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울상을 지었다.

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구포시장엔 평소 1만 6000명 정도 사람이 온다. 장이 서는 날에는 최대 3만 7000명이 방문한다. 구포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이번 더위로 인해 8월에 평소보다 절반 가량 사람이 줄었다고 밝혔다.

재래시장이 무더위 때문에 사람이 없는 것에 비해, 실내에 위치한 마트는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었다. 덕천시장 인근에 위치한 중소형 마트인 ‘두배로마트’에서는 쇼핑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략 1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쇼핑 중이었다. 인근에 사는 주민 김해순(45) 씨는 “날이 너무 더워 재래시장을 갈 엄두가 안 난다. 시원한 마트를 대신 자주 찾는다”고 했다.

무더위로 인해 과일, 생선, 육류 등 쉽게 상하는 상품에 대한 우려도 재래시장의 고민거리다. 특히 여름철 온도에 크게 영향을 받는 생선류에 대해 걱정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재래시장은 이런 식품을 밖에다 진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변질이 우려된다는 것이 손님들의 생각이다. 평소 구포시장에서 장을 봤다는 주부 오희숙(52) 씨는 “재래시장에서는 안심하고 생선을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 씨의 선택은 가격이 비싸도 실내 마트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은 따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상인들은 더위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바닥에 물도 뿌리고 환풍기를 가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전력난 때문에 이마저도 자주 하지 못했다. 구포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우리도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못찾고 있는 실정이다. 선선한 가을날이 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힘든 불황의 여름이 가고 최근 9월초에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재래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상인들은 다가오는 추석 대목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재래시장이 매년 여름마다 반복되는 불황의 터널을 근본적으로 대비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덕천시장 상인 이모 씨는 “국가에서 나서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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